[한석수 칼럼] 학교, '메이커 스페이스'로의 변신을 꿈꾸며
[한석수 칼럼] 학교, '메이커 스페이스'로의 변신을 꿈꾸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7.07 0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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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석수 인천재능고등학교장/Ph.D
한석수 인천재능고 교장
한석수 인천재능고 교장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전폭적인 AI 육성책 마련을 조언했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손회장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초고속 인터넷 대신 AI 분야 육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손회장의 발언 내용 보도를 접하면서 반가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으로 재임하던 2017. 4, 국회에서 미래교육포럼을 개최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과 대학민국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 발표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제안했던 내용 중 하나가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로 만들자”는 범정부적 슬로건 하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특히 교육정보화 인프라 구축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전례로 든 것이 DJ 정부에서 추진한 교육 정보화 사업이었다.

당시 IMF로 어렵던 상황에서도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로 만들자’며 교단 선진화 등 학교 교육정보화에도 많은 투자를 했는데 이것이 IT강국의 토대가 될 수 있었다.

이제 그 맥락을 이어받아 새 정부에서는 지능정보기술 강국 실현을 위해 교육정보화에 다시 한번 획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했지만 별 반향이 없었는데 손회장 발언으로 이제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든다.

사실 우리 초·중등학교의 교육정보화 인프라는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1인당 PC 보유비율은 0.371대로 OECD 평균 0.768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디지털 기기 접근성 및 활용수준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교육부는 디지털 교과서 보급 및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등 4차 산업혁명 대비 창의 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지만 취약한 인적·물적 교육정보화 인프라 구축 없이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불과할 것이다.

199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교육정보화 촉진계획’을 통하여 전국 초·중등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고 인터넷을 개통한 것처럼 제2의 교육정보화 촉진계획이라 할 수 있는 가칭 ‘지능정보통신 교육 촉진계획’을 수립하여 인공지능 강국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학교와 교육은 동일 시 될 수 없으며 미래학교는 종전의 물리적·하드웨어적 공간을 넘어 디지털 가상공간까지를 포함한 새로운 학습생태(learning ecosystem)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호라이즌 리포트 등에 따르면 초·중등 교육의 장기 트렌드로 학습공간의 재설계와 학교 기능에 대한 재검토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제 학교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미래의 준비 뿐 아니라 배우고 익히는 학교생활 자체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매 단계마다 굴러 떨어질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도록 강요받는 시시포스의 숙명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구해내고 ‘놀이하는 인간’, 즉 ‘호모 루덴스(Homo Ludens)’로서의 삶을 익혀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도구인’, 즉 호모 파베르(Homo Faber)로서의 속성도 강조돼야 할 것이다. 인류는 도구를 사용하여 만물의 영장이 되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미래 세계에서 무엇보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학교는 에듀테크를 적극 도입하여 아이들이 아날로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도 ‘연금술사’의 주인공 산티아고처럼 ‘자아의 신화’를 꿈꾸고 그 실현방법을 신나게 배울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space)로 기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인공지능을 포함한 지능정보통신 교육 인프라구축에 대한 범정부적 지원과 협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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