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조 교수, “초등 사회교과서 ‘도둑수정’은 불행한 역사의 반복”
박용조 교수, “초등 사회교과서 ‘도둑수정’은 불행한 역사의 반복”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6.25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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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육과정 개정 지침이 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치적 외압으로 부터 교육을 지키는 방패가 돼야 할 교육부가 제역할을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육과정 개정 지침이 달라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치적 외압으로 부터 교육을 지키는 방패가 돼야 할 교육부가 제역할을 못하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교육부가 초등사회교과서를 집필자 몰래 임으로 수정했다가 들통이 났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바꾼 것이 문제가 됐다. 그것도 집필자가 수정을 거부하자 마치 동의한 것처럼 거직 협의록을 작성, 본인 허락도 없이 임의로 도장을 날인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문제가 된 교과서의 집필책임을 맡았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25일 오전 에듀프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무자인 과장이나 연구사 차원에서 저질러진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누가 이런 일을 지시했는지 윗선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검찰 조사를 받았나?

“작년에 참고인으로 불려가 세 번 정도 받았다.”

- 조사받은 내용은?

“교과서 수정에 교육부 내부에서 어느 선까지 개입됐는지가 쟁점이었다. 검찰도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거 같았다. 해당 출판사도 압수수색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 검찰은 담당과장과 연구사를 불구속 기소했는데.

“그처럼 예민한 일을 일개 과장이나 연구사 선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보는가. 더구나 연구사는 파견교사로서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다. 내 도장으로 몰래 찍은 출판사도 시키는 대로 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을 중의 을, 불쌍한 사람들이다. 마음이 아프다. 애먼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울것이 아니라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누가 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 윗선이 누구라고 보느냐. 장·차관을 지칭하는가.

“내 입으로 뭐라 말할 수 없다. 검찰이 밝혀야지.”

- 집필자 도장을 몰래 찍을만큼 문제가 된 내용은.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고쳐달라는 거였다.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후 6개월 가까이 교육부와 싸웠다. 끝내 말을 안 들으니까 몰래 도장을 찍어 수정한 거 같다.”

- 왜 수정해 주지 않았나.“

“2015 개정교육과정 지침에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표기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를 어기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치라고 했다. 교육부 스스로 2015 교육과정을 어기라고 요구한 셈이다. 앞서 200 교육과정 지침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기술하도록 돼있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교과서 집필지침이 오락가락 한다.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 지금 심경은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교육을 보호하고 방패 역할을 해야 하는게 교육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오히려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착잡하다. 불행한 역사의 데자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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