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업이야기] 교육에 대한 비판적 사고
[나의 수업이야기] 교육에 대한 비판적 사고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05.22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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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순경 '내가 달라져야 세상과 교육이 달라진다' 저자
윤순경 교수
윤순경 교수

요즘 내 머릿속에 '교육'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맴돌고 있다.

교육학과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어떠한 관점이나 이론을 논의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교육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자주 귀결이 된다. 충분히 의미 있는 질문이라고 나도 생각한다.

그런데 교육의 의미나 본질에 대한 논의를 곰곰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나는 우리가 교육을 너무 신성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언제 어디서든지 배움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학생들 조차 교육은 '바람직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수자가 학생들의 배움을 기다려 주는 것에 대해 그들은 한편으로는 동의하지만 방임은 아닌지 끊임없이 불안해 한다. 학교와 사회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음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은 '그래도' 학교는 사회와 다른 고유한 특성이나 존재의 이유를 갈구한다.

배움에는 때가 있고 적절한 개입이 학습자의 배움에 중요한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나도 안다. 그렇지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기에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교수자의 불안감이나 학습자의 패배감이 팽배해지는 것을 나는 경계한다.

나는 80년대에 초중등 교육을 받았고 90년대 초반에 대학 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나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며 교육을 받았지만 세상을 읽는 눈이 나에게는 없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 받은 박사 과정에서의 교육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관점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지 깨닫게 해 주었다.

이런 나의 경험을 우리 학생들에게 해주면 '그럼 우리 교육이 쓸모 없다는 말씀이신가요?'라며 나에게 되묻곤 한다. 나는 교육이 쓸모 있다 혹은 쓸모 없다라는 이분법적 논의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초중등교육과 대학 교육을 받으면서도 배우지 못했던 중요한 것을 오히려 사회에서 혹은 다른 교육 기관을 통해서 배울 수 있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교육학자만이 교육을 논의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 내가 수업을 이해하는 렌즈가 되는 상황 학습은 사회학자가 제시한 것이다. 사회학자가 학습을 논의한다면 그들의 논의도 편견 없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의대 교수가 1960년대 사용했던 학습법(PBL)이 구성주의에 기초한 교수법이라고 소개되기도 하지 않는가. 내가 무척 좋아하는 교육 심리학자인 브루너는 교육학과가 아닌 법대에서 오랜 기간 동안 교수 생활을 하셨다. 교육이 교육학과나 교육학자만의 연구 대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는 '중립'적인 곳이 아니고 학생들이 학교에서'만' 배우는 것도 아니며 그들이 학교에서 지식'만' 배우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교육이 마치 개인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레 생각하는 지 나는 의문이다.

요즘 교사도 더 이상 신성한 존재가 아닌 하나의 직업이라고 교사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너무도 반가운 목소리이다.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에 너무 많은 가치를 부여하여 '교육의 날'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있는데 굳이 이런 날을 만들어 기념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교사가 그냥 교사이듯 교육도 그냥 교육이길 나는 바란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관계를 맺으며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왜 그런 삶을 살고 싶은지, 그런 삶을 위해 무엇을 배우고 싶은 지 등의 대화를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편안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지 않을까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내 수업이고 나의 교육이다. 나의 관심사는 우리 학생들이 학기말에 어떤 관점을 지지하는 지이지 나와 동일한 관점을 몇명이 지지하는 지가 아니다. 나의 관점을 그들이 동의하고 지지해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내 수업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결코 생각지 않는다. 그들이 앞으로 살면서 관점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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