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교사,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⑦ _ 참외와 오이키우기
[소확행 교사,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⑦ _ 참외와 오이키우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5.17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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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와의 연결고리, 참외

참외는 ‘친정엄마’를 생각나게 한다. 무더운 여름 세숫대야에 참외를 동동 띄워놓았다가 언니오빠 몰래 한 개씩 깎아주셨다. 분명 막내라서 눈치 보느라 제대로 못 먹은 내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친정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도 참외였다. 고생하는 엄마에게 내가 호언장담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참외 엄청 많이 사줄게.” 지금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참외를 사다 나른다.

친정아빠는 지금껏 참외를 오이라고 하신다. 어린 나는 그것이 참 이상했는데, 모종을 사면서 이해가 되었다. 참외모종과 오이모종은 눈으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다. 그래서 늘 오이모종을 담은 비닐은 오른손에, 참외모종을 담은 비닐은 왼손에 들고 온다. 잊어버릴까봐 ‘왼참오오’를 되뇌면서.

텃밭에서 참외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 심는 간격이 1m정도라서 부담스럽기도 하거니와, 일주일에 한번 가기 때문에 수확시기를 맞추기가 어렵다. 먹는 것보다 곯아서 버리는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참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텃밭에서 따 먹는 참외는 너무나 다디달다. 언니오빠 몰래 먹던 그 참외 맛처럼. 물도 많이 안주고, 자연스럽게 키워서인지 아삭거리는 식감이 끝내준다. 농약 걱정이 없기 때문에 참외껍데기기 버리지 않고 장아찌를 담는다. 참외껍질장아찌는 여름철 별미 중의 별미이다. 오독거리는 식감이 재미있다. 밥반찬은 물론 새참으로 먹는 막걸리 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나는 매년 2개의 참외모종을 오이모종과 함께 심는다. 오이를 좋아하는 딸내미를 위해 오이모종은 넉넉하게 9개를 심는다. 오이와 참외는 지주대를 세우고, 오이망을 씌워 집게로 집어주면서 키운다. 오이망은 1망에 7,000원정도 하는데, 평생 쓰고도 남을 양이다. 집게도 마찬가지다. 1개에 50원정도 하는데 나는 넉넉하게 1,000개를 샀다(1,000개는 35,000원이다). 고추도 집어주고, 토마토도 집어주고, 오이・호박・참외도 집어주고, 오미자도 집어준다. 끈으로도 묶어보고, 케이블타이로도 묶어봤는데 집게만한게 없다. 남편은 “누가 보면, 기업형 영농인 인줄 알겠다”며 놀려대지만, 나는 “농사도 기계화・과학화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항변한다. 정말 너무 편하다. 집게가 없었다면 반나절이 걸렸을 일이 한시간도 안되서 끝이 난다. 정말 가성비 끝판왕이다. 휘리릭 일거리를 끝내고 평상에 앉아 맥주 한 캔 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오이와 참외넝쿨은 6월이 지나면서부터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자란다. 전문가들은 어미줄기만 키워라, 3마디에 한 개씩만 열매를 놔두고 따줘라 등 코치를 많이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어떤 것이 어미넝쿨인지 아들넝쿨인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넝쿨마다 오이와 참외가 달려있으니, 나는 도저히 그것을 따낼 용기가 없다. 그래서 그냥 달리는 대로 먹는다. 어차피 상품화시킬 것도 아닌데, 작으면 어떻고 못생기면 어떠하리 하면서 말이다.

오이를 한번에 10개쯤 따게 되면 근처 부추밭에서 부추 한 움큼을 따다가 오이소박이를 담는다. 한 여름, 오이가 무섭게 달리기 시작해서 수확양이 넘쳐나면 오이지도 담는다. 시장에서 파는 오이처럼 ‘물’로 키우지 않아서 아삭거리는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딸내미는 오이를 기름에 살짝 볶아 소금으로 간하는 오이볶음과 미역 잔뜩 넣고 만들어주는 오이냉채를 특히 좋아한다. 음식 잘하시는 엄마의 반의반도 못 따라가지만 텃밭 모종들이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6월이 되면 있는 실력 없는 실력 발휘하며 ‘엄마 노릇’을 해본다. 다행히 맛있게 먹어주는 딸내미와 남편이 고마울 뿐이다. 평범한 ‘참외’가 나에겐 특별한 의미이듯 딸내미가 자라서 ‘오이’가 나와 딸을 연결하는 특별한 의미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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