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교사,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⑥ _ 모종심기
소확행 교사,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⑥ _ 모종심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5.15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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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꽃 ‘모종심기’

‘텃밭러’들의 농번기는 어린이날 전후이다. 텃밭을 꽉 채워줄 모종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종묘상에서, 텃밭 근처 화원에서 각종 모종이 판매되기 시작하는 4월 중순쯤부터 고민에 빠진다. 하루라도 빨리 모종을 심고 싶은 조급함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마지막 꽃샘추위는 늘 방심하고 있는 ‘4월말’에 온다.

사실 일주일 먼저 심는다고 수확량이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빨리 심고 싶고, 빨리 열매를 따고 싶고, 빨리 텃밭이 꽉 찬 ‘뿌듯한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농사일기를 쓰고, 인터넷으로 농사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뿌리내림이 약한 모종은 조금만 추워져도 몸살을 앓고, 성장을 멈춘다는 것을. 식물은 괜찮은 줄 알았는데, 식물 역시 살아있는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는 전문가들이 하라는 대로 5월 4일에 심었다.

올해 우리 텃밭 주력 작물은 마늘・고추・참깨 세 가지이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른바 ‘양념 3총사’이다. 고추는 매년 3~4개씩 심어 풋고추만 따먹다가 올해 처음 100개를 심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모토로 하는 나에겐 매우 큰 결심이었다. 고추를 많이 심기 위해 욕심껏 많이 심었던 토마토와 가지를 줄였다. 브로콜리와 파프리카는 과감히 퇴출시켰다. 고추와 궁합이 잘 맞는 땅콩과 섞어짓기를 하면서 땅의 효율성도 높였다. 키 큰 고추와 키 작은 땅콩을 섞어짓기하면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땅을 두 배로 활용할 수 있고, 땅콩이 땅을 덮어주기 때문에 비닐멀칭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추는 원래 다년생 나무라고 한다. 마치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듯이 열대지방에서는 고추나무에서 고추를 따는 것이다. 처음에 이 사실을 알고 너무 신기하고 놀라워서 여기저기 떠들고 다녔는데, 아무도 안 신기해해서 조금 김이 빠졌다. 하지만 나는 벌써 주렁주렁 빨갛게 매달린 고추를 상상하며 행복하다. 나의 목표는 고춧가루 10근 수확이다. 전문농사꾼들은 고추모종 1개에서 1근을 수확한다고 한다. 나는 욕심이 별로 없다. 10포기에서 1근만 따도 만족이다. 나의 ‘애씀’이 전문농사꾼들의 절박함과 애씀에 10분의 1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정한 나름 ‘이유 있는 수확량’이다.

참깨는 고구마와 함께 섞어짓기를 했다. 하나의 두둑을 만든 후, 두둑 위에는 참깨씨를 뿌리고 옆구리에는 고구마를 심었다. 인터넷으로 농사를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새삼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한다. 역시 세상살이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살아가야 함을 늘 깨달으며 겸손해진다. 그래서 내년엔 내가 담당하고 있는 대안교실 학생들과 운동장 한편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건의를 했고, 학교에서 허락을 받았다. 아이들이 내 바람대로 ‘저절로’ 뭔가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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