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학내 성희롱 사태 사과 담화문 발표 [전문]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학내 성희롱 사태 사과 담화문 발표 [전문]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5.13 09:42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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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

서울교대 재학생 여러분과 교직원 여러분께.

담화문을 발표하는 이 순간, 저는 참으로 무겁고 안타까운 심정을 가눌 수 없습니다. 이번의 사태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서울교대라는 우리의 공동체가 지녔던 과거의 잘못된 관습과 그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우리들 모두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간의 조사와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 결정이 내려졌습니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보다 건강하고 바람직한 공동체 문화의 형성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의 조사에서, 우리 대학에서 상당히 오랜 동안 이른바 ‘남자대면식’이 지속되었고, 신입생 소개라는 명분으로 사전 동의 없이 사진을 포함한 ‘소개책자’를 제작하거나, 대면식에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대화를 나누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여학생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주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신고인’ 학생들이나 ‘피신고인’ 학생들 모두 장차 교사로서의 꿈을 키워오던 학생들이었고, 또한 개인적 신변에 관련된 사항이 많았기에, 대학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심의하는 데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조사위원단을 구성하여 심도 깊게 조사하였고,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조사 내용을 법률적 자문결과와 함께 최종적으로 심의하였습니다. 이러한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5월 10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상벌위원회에서는 ‘피신고인’인 학생들의 진술을 최종적으로 듣고 학칙 및 학생생활지도규정에 따라 징계 여부 및 수위를 심의하고 결정하였습니다.

이번 상벌위원회의 조치로 일부 학생들은 징계와 더불어 교육실습을 나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조사결과에 따른 고충심의위원회의 징계처분요청과 상벌위원회에서의 학생들의 태도, 반성의 정도 및 개전의 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임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징계처분 이행 및 성 평등 상담교육 진행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하여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당초 약속한 바와 같이, 조사과정에서 확보한 일부 졸업생들에 대한 자료는 곧 관할 교육청에 인계하여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요청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공동체에서 이뤄지고 있던 잘못된 관습을 타파하고, 이번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학교당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후속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첫째, 우리 대학의 교원양성과정이 성평등 인식을 비롯한 예비교사로서의 적・인성을 함양하는 데 적합한 지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를 하겠습니다. 검토결과에 따라서 학교의 교육과정 및 교육내용을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우리 대학의 모든 학생들이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일정 시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셋째, 우리 대학의 관련 학칙 및 규정을 빠른 시간 내에 재정비하고, 대학 내에 관련 사안에 대한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학생인권센터’를 개설하겠습니다.

넷째, 우리 대학의 모든 교직원들에 대해서도 이수가 의무화되어 있는 기존의 폭력예방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양성평등교육 및 학생인권교육의 포함 등 관련 교육을 개선하겠습니다.

다섯째, 우리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양성평등 의식을 갖추고 서로 존중하는 대학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위에 언급한 조치를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교사양성대학에서 이처럼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여, 재학생 여러분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주신 질책과 조언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위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습니다.

끝으로 서울교대 모든 학생들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들은 현명하고 이성을 지닌 성인으로서 젊은이들의 특징인 건강한 자정기능을 발동하여, 이번 사태를 통하여 심각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여학생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앞으로 이와 같은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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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19-05-14 20:06:00
그 총장에 그 학생들이네

학부모 2019-05-14 19:00:08
총장 인식이 저 모양이니 학생들도 범죄를 범죄인지 모르고, 총장이 이 따위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니 앞으로 이 학교에서는 유사한 범죄가 계속 일어날 것이 뻔하다.
이런 식이면 출신학교를 확인한 후 교사거부 운동을 할 수 밖에.

시민 2019-05-14 11:04:46
다시 읽고 보니 '모든 학생들'에게 호소하고 있네요. 상처를 입은 여학생들이라고 적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건가요?

시민 2019-05-14 11:02:02
학생의 대부분인 여학생들은 우리가 아니라는 총장 입장은 잘 보았습니다. 가해자에 이입하는 자가 교육을 담당하는 교대의 총장이라니 초등 교육은 총체적 난국이네요.

최명임 2019-05-13 20:34:59
누구의 잘못인지 명명백백히 따져서 처벌하라. 그게 사회가 나아가야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