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이버대학원 교장’ 서울에만 135명 .. ‘웃픈’ 승진가산점
[단독] ‘사이버대학원 교장’ 서울에만 135명 .. ‘웃픈’ 승진가산점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5.09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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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교장 14%가 원격대학원 출신.. 올해 교감 172명 재학 중
“승진 유리하다” 소문에 석사 학위 2개 보유 142명, 3개 306명
“교감 연수때부터 대학원 준비...교사들 ‘불만’, 전문가도 ‘우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원격대학원에 진학, 석사학위를 준비하는 교감이 17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연찬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와 승진가산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원격대학원에 진학, 석사학위를 준비하는 교감이 17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연찬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와 승진가산점 때문이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교감 자격연수에 들어가면 곧바로 사이버대학원에 등록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감으로 근무하면서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어 승진에 유리하죠.”

“수도권 소재 몇몇 대학원은 교장 하이패스로 통해요. 원격대학원이라 출석 부담 거의 없고 학위도 까다롭지 않아 인기입니다. 학교에서 제일 바쁜 사람이 교감인데 무슨 대학원이냐고 하지만 승진하려면 별수 없잖아요.”

“요즘엔 하나 가지고도 모자라요. 석사 두 개 정도는 가져야 안심하죠. 교장 승진은 철저히 기계적인 평가로 이뤄져 학위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생각입니다. 내용이야 어쨌든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이잖아요.”

교감들이 원격대학원으로 몰린다. 학위 가산점을 받으면 교장 승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출석 부담 없고 학위 잘 주는 대학으로 소문난 서울 인근 A 대학교와 국립 B대학교는 교장 승진의 메카로 불린다.

과연 그럴까. ‘에듀프레스’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내 사이버대학원 교장, 교감 실태 자료는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먼저 A, B 두 대학 사이버대학원 가산점으로 교장에 승진, 현재 재직 중인 초중고교장은 모두 135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시내 전체 공립 초중고교장 952명 중 14.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학교급별로는 초등이 가장 많다. 사이버대학원 교장은 초등 74명, 중학교 56명, 고등학교 5명의 순이다. 이들 135명은 전원 이들 두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립인 A 대학 원격대학원이 120명, 국립 B 대학원이 15명으로 A 대학원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석사 학위 하나로는 불안하다는 세간의 소문은 사실일까? 현재 재직 중인 초중고 교장의 석사학위 취득 실적을 보면 근거 없는 주장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5월 현재 서울 시내 교장 중 석사학위 이상을 가진 교장은 694명. 이중 석사학위를 두 개 이상 가진 교장은 142명, 심지어 3개 이상 가진 교장도 306명에 이른다. 2개 가진 교장보다 3개 이상 석사학위를 가진 교장이 두 배 이상 많다.

석사학위 2개 이상 소지자는 초등 87명, 중학교 45명, 고등학교 10명이다. 3개 이상을 가진 교장은 초등 199명, 중학교 92명, 고등학교 15명인 것으로 각각 조사됐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석사 학위가 많으면 아무래도 교육지원청에서 근평을 받을 때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교장 자격연수를 받고도 승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불안한 마음에 수천만 원의 학비를 쏟아 붓는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직 교감들의 원격대학원 러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현재 사이버대학원에 재학중인 교감은 초중고 합쳐 172명이다.

사이버대학원 교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A대학교가 158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어 국립 B대학교가 12명, 사립 C여대가 2명으로 각각 나타났다. 학교급별로는 초등이 122명, 중학교 42명, 고등학교 8명이다.

원격대학원에 초등교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지원청 단위로 교장승진대상자를 선발하는 구조다 보니 내부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직 장학관 D씨는 “교장 승진대상자 선정이 소수점 네자리에서 결정되는 등 피말리는 점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석사학위 가산점 1.5점은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지혜 국민대 교수는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승진 점수 때문이라면 우려스런 현상”이라면서 “실제로 학위 가산점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많은 만큼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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