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업 이야기] 초등 교육의 기초 능력에 대한 비판적 사고
[나의 수업 이야기] 초등 교육의 기초 능력에 대한 비판적 사고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05.04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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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순경 내가 달라져야 세상과 교육이 달라진다 저자
윤순경 교수
윤순경 교수

'초등 교육은 인생을 사는 데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므로 무척 중요합니다. 아수라장인 교실에서 40분 수업 동안 학습 내용을 가르치려면 토론은 5분도 할 수 없어요.' 대학원 수업에서 만난 초등학교 교사분의 말씀이다.

초등 교육이 기초 교육임에는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기초적인 능력'은 누가 어떤 근거로 정했는 지 나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 능력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을 만들었으니 초등 교육의 모든 내용을 학생들이 다 알아야 하는가? 학생들이 버거워하더라도 기초 능력이라고 정의되면 그들은 그것을 다 습득해야 하는가?

이 논리대로라면 초등 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학생은 삶을 위한 기초 능력이 상당히 부족한 채 상급학교인 중학교로 진학하는 셈이다. 부모와 교사는 그 학생을 얼마나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볼 것인가?

초등 교육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내 아이는 중학생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이는 그 당시 이해가 안 되던 수많은 지식들 중 일부를 중학생이 되어서 이해하기도 한다.

결코 늦었다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 중학생이 되어도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지식들이 많다. 이 모든 지식이 그 아이의 삶에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으므로 나는 전혀 불안하지 않다.

나는 기초 능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기초 능력의 범위와 정해진 시기라는 점에 대해 비판적인 의문을 가지는 것이다. 나에게 기초 능력은 글을 읽고 쓸 줄 알며 간단한 셈을 할 수 있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정도이다. 말 그대로 능력이지 지식에 초점을 둘 이유가 나는 전혀 없다.

나는 사회문화적 관점을 배우면서부터 기초 능력이라 하더라도 동일 연령의 학생들이  동일하게 그것을 배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칙 연산을 빠르게 익히는 학생도 있지만 내 아이처럼 1~2년이 지난 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해도도 조금씩 더 생겨 그것을 익히기도 함을 나는 알게 되었다.

'기초 능력'이라는 단어에 매몰될 수록 40분이라는 수업 시간에 얽매이고 그 시간 동안 배워야 할 학습 내용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은 아닐까?

40분 수업 동안 학습 내용에 대한 토론은 5분도 채 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이 갖게 되는 기초 능력이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내가 달라져야 세상과 교육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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