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선생님의 목소리
[에듀프레스의 눈] 선생님의 목소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5.02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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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학교 교사
천경호 성남서초 교사
천경호 성남서초 교사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어설픈 사범대 대신 교대에 가라고 권해 주신 선생님.

어려운 가정형편을 알고 계셨던 선생님은 대학에 입학하고 중견 기업 사장님의 아들 과외를 소개시켜 주셨다.

두 달 과외만 해도 한 학기 등록금을 낼 수 있었을 정도로 비싼 과외였다. 선생님 덕분에 1학년은 공짜로 다닐 수 있었다.

이후로 발령을 받고 교대입학 과정을 이야기 해달라는 부탁도 받았었다. 선생님께서 밥을 사주시며 나중에 나를 찾아온 제자들에게 잘 해주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작년 6월. 책이 출간되고 찾아뵈려고 했었다.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음에도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어머니께서 가끔씩 선생님 말씀을 꺼내셨고 나는 조만간 연락을 드린다는 핑계를 대며 차일피일 미루었다.

오늘은 대학원 중간고사가 있는 날. 내일은 학폭위가 열리고 논문지도를 받으러 가는 날. 온통 머릿 속이 복잡한 가운데 전철역을 나서자마자 빌딩들 사이로 파란하늘이 보이고 나도 모르게 선생님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렸다.

 아... 선생님. 한 십 오년은 되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목소리가 옛날 그대로이셨다. 목소리를 듣는 내내 어찌나 가슴이 울컥울컥 하던지... .

"우리 아들 전문대라도 갈 수 있을까요?"라며 걱정하시던 어머니를 안심시켜 주셨던 선생님.

좋지 않은 머리에도 노력 하나 만으로 대학에 들어간 나를 칭찬하고 응원해 주신 선생님.

5월에는 꼭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것이다. 만나뵙고 선생님의 제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했던 나의 노력도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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