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교사,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④ _ 비닐하우스
[소확행 교사,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④ _ 비닐하우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5.01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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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4월에 찾아온 초여름 풍경의 ‘비밀’

매년 반복되는 ‘꽃샘추위’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씨뿌림 해놓고, 새싹 나오기를 오매불망하건만 꽃샘추위 한방에 새싹은 누렇게 냉해를 입고 만다. 작년 4월에 내린 눈은 우리 텃밭의 김칫거리 채마밭을 한방에 초토화 시켰더랬다. 미련 때문에 새싹을 뽑지 못한 채, ‘농사는 기다림’이라며 혹시나 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 봤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 더 이상 크지 못하고 늙어버렸다. 한 번 냉해를 입은 새싹은 성장을 멈춘다. 자신의 성장을 포기하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씨앗을 만든다. 아마도 자연은 이렇게 유지가 되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얻기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말이고,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도 자주 쓰는 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보다 훨씬 직설적이고 긍정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미친 짓’을 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비닐하우스 만들기’를 쳤더니, 어마어마한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 나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강선활대’였다. ‘어머머, 이건 꼭 사야해!’를 외치며 강선활대와 비닐하우스용 비닐, 한랭사를 폭풍 쇼핑했고, 드디어 우리 텃밭에도 이렇게 미니비닐하우스 101동・102동・103동이 생겼다. 처음엔 채마밭에만 설치하려고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과잉의욕으로 인해 신도시급 대단지가 만들어졌다.

꽃샘추위로 눈이 내리던 3월 23일. 작년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텃밭에 설치한 신도시급 비닐하우스 대단지. 폭 110cm, 길이 230cm의 작은 미니하우스에서는 산업혁명에 버금하는 새싹들의 폭풍성장이 이루어졌다. 경험해봐야 안다. 기적같은 비닐의 위력은.
꽃샘추위로 눈이 내리던 3월 23일. 작년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텃밭에 설치한 신도시급 비닐하우스 대단지. 폭 110cm, 길이 230cm의 작은 미니하우스에서는 산업혁명에 버금하는 새싹들의 폭풍성장이 이루어졌다. 경험해봐야 안다. 기적같은 비닐의 위력은.

비닐의 위력은 대단했다. ‘꽃샘추위’를 막아보겠다며 시도했던 비닐하우스의 위력은 나에게 ‘산업혁명에 버금갈 정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비닐매직’이라고 이름 붙여 이를 기념했다. 환경조건 중 온도만 바꿨을 뿐인데, 성장 속도가 엄청났다. 파종 2주 만에 떡잎 속에서 본 잎이 2~3장씩 나왔다. 파종 3주 만에 이뤄진 ‘1차 솎음’으로 열무김치를 담가먹었고, 일주일 내내 아침 식탁에는 샐러드와 겉절이가 등장했다. 이번 주말에는 ‘2차 솎음’이 이뤄졌다. 아삭아삭한 열무와 얼갈이가 얼마나 맛있는지, 야들야들한 쌈채소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비닐하우스 칭송은 이번 주도 계속되었다.

초고속성장의 짜릿함을 맛본 나는 텃밭 여기저기를 비닐로 덮어놓고 다녔다. 아뿔싸. 텃밭에서 농사지으며 애써 잠재워 뒀던 나의 욕망이 다시 튀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비닐의 유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비닐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초고속성장의 짜릿함을 맛본 나는 텃밭 여기저기를 비닐로 덮어놓고 다녔다. 아뿔싸. 텃밭에서 농사지으며 애써 잠재워 뒀던 나의 욕망이 다시 튀어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쉽사리 비닐의 유횩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비닐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비닐매직’의 ‘고속성장’을 맛본 후, 우리 텃밭은 온통 비닐로 덮여졌다. ‘감자와 당근도 비닐을 덮어주면 더 빨리 자라서, 더 많이 수확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비닐을 덮어줬다. ‘매직’이라고 생각했던 ‘비닐’이 텃밭을 가꾸며 애써 잠재워 놓았던 나의 욕심・욕망・조급함 등을 들쑤셔 놓은 셈이다. 초여름 풍경을 자아내고 있는 텃밭을 볼 때마다 훈장이나 단 것처럼 으쓱으쓱하다. 하지만 이제 날도 풀렸으니 비닐을 벗겨줘야 할 모양이다. 언제나 그렇듯 고속성장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햇살의 뜨거움과 바람의 흔들거림, 아침저녁으로 다른 온도차를 경험하지 못한 비닐하우스 속 잎사귀들은 솎아주기를 하려고 만지면 뚝뚝 부러진다. 빗방울의 무게를 견디며, 여름을 나려면 조금 억세질 필요가 있을 테니 말이다.

‘초스피드의 고속성장을 택하느냐, 느리지만 자연스러운 성장을 택하느냐.’ 이제 나의 선택만 남았다. 언제나 인생은 선택과 집중의 연속이다. ‘온실 속 화초’의 연약함을 알면서도 당분간 비닐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기엔 그 유혹이 너무나 풍요롭다. 또다시 합리화를 해본다. ‘원래 어릴 때는 보호를 해줘야 하는 거야. 성장하면서 조금씩 적응시키는 것이 훨씬 좋은 교육법이야’라고.

한 주동안 감자의 성장세가 놀랍기만 하다(왼쪽 감자와 오른쪽 감자는 정확히 일주일 차이가 난다). 다른 집 텃밭에 심어진 감자는 이제 겨우 손가락만한데 우리집 감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열매가 달리게 생겼다. 훈장이라도 단 것 마냥 으쓱으쓱하다. 하지만 이제 비닐을 벗겨주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적응해야 더 좋은 열매를 맺을 테니까 말이다.
한 주동안 감자의 성장세가 놀랍기만 하다(왼쪽 감자와 오른쪽 감자는 정확히 일주일 차이가 난다). 다른 집 텃밭에 심어진 감자는 이제 겨우 손가락만한데 우리집 감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열매가 달리게 생겼다. 훈장이라도 단 것 마냥 으쓱으쓱하다. 하지만 이제 비닐을 벗겨주려고 한다. 자연 속에서 적응해야 더 좋은 열매를 맺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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