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교사 ...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② _ 감자심기
[소확행 교사 ... 워라밸 교실] 김선생의 농사직설② _ 감자심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4.26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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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심기, 이제 땅에 무언가를 심어도 된다는 신호탄

텃밭을 시작하며 겨울은 가장 싫은 계절이 되었다. 한겨울의 정점에서부터 몸은 근질거린다. 마음은 텃밭에 있는데, 땅이 꽁꽁 얼어서 ‘개점휴업’상태다. 이럴 때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학교교육계획서를 겨울방학에 세우는 것처럼, 올해 텃밭농사계획서도 겨울에 세운다. 올해 텃밭은 어떻게 구획을 할 것이며, 어떤 작물을 더 추가로 심을 것인지, 벌레공격으로부터 작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부지런히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캔다.

땅이 풀리면서 가장 먼저 심는 것이 감자이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감자를 심는다는 것은 ‘이제 땅에 무언가를 심어도 된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가장 척박한 환경에서도 싹을 틔우는 감자는 대단한 생명력을 지녔다. 감자 한 알을 평균 3~4조각을 내서 심는데, 한 줄기에서 평균 4~5알은 나온다. 그러니까 감자 한 알은 20여개로 몸집을 불리는 셈이다(이건 철저히 웃거름 한 번 주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나의 텃밭이야기 이다. 전문농가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한다). 그래서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감자를 ‘게으름의 토대’, ‘악마의 농간’이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감자는 조선의 탐관오리도 일제의 관리도 눈독 들이지 않아서 ‘배곯는 농민’을 살려내는 구황작물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나처럼 겨울동안 빨리 텃밭을 일구고 싶어서 안달 난 많은 ‘텃밭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감자’는 ‘감사’한 작물임에 틀림없다.

올해 나의 힐링 놀이터에는 30알의 감자가 심어졌다. 작년보다 10알 많다. 이 숫자는 나름 과학적인 계산법으로 나온 수량이다. 20알을 심었던 작년에는 변수, 그러니까 ‘벌레’를 계산에 넣지 못했다. 1알의 감자를 심어서 4알의 감자를 수확한다면 80알. 이것이면 우리 세 식구 일 년 감자 소비량에 딱 맞다(우리는 감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수확했을 때 각자 2알씩 총 6알을 쪄먹고, 나머지는 냉장・냉동 보관해서 일 년을 먹는다). 하지만 나의 ‘치밀한 계산법’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다. 바로 ‘벌레’였다. 생산량은 80알보다 많았으나, 벌레에게 잎사귀를 내어준 감자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 현재 우리 집 냉장고에는 감자가 달랑 8개 남았다. 지금 심은 감자를 캐려면 아직 두어 달이나 남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10알 즉, 40개 정도를 더 수확할 수 있으니, 벌레에게 감자를 좀 내어주어도 충분하다.

감자와 같은 날 심어서, 같은 날 수확하는 ‘짝꿍 작물’은 당근이다. 둘 다 다른 작물보다 더 빠르게 심고, 더 빠르게 수확한다. 올해 당근은 작년과 함께 동일하게 30알이 목표이다. 당근은 가을에도 심어서 수확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심을 필요가 없다(물론 가을 감자도 있지만 나는 심지 않는다). 당근을 수확하는 재미는 감자를 캐는 재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다. 샐러리같이 생긴 잎사귀를 쑥 잡아당기면 나오는 주황색 당근은 너무 예쁘다. 싱싱한 잎사귀가 너무 아까웠는데,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데쳐서 나물로도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한번 도전해볼 참이다.

하나의 감자를 2~3조각으로 잘라서 심는다. 그래도 이렇게 한구멍에 3~4개의 싹을 틔운다. 아깝지만 튼실한 1~2개만 남겨놓고 뽑아야 한다. 너무 안타까워서 안 뽑았더니 감자알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올해는 두눈 질끈 감고 뽑을 생각이다. 아, 감자 세상에도 순위경쟁은 치열한다.
하나의 감자를 2~3조각으로 잘라서 심는다. 그래도 이렇게 한구멍에 3~4개의 싹을 틔운다. 아깝지만 튼실한 1~2개만 남겨놓고 뽑아야 한다. 너무 안타까워서 안 뽑았더니 감자알이 너무 작았다. 그래서 올해는 두눈 질끈 감고 뽑을 생각이다. 아, 감자 세상에도 순위경쟁은 치열하다.

3월 23일 심은 우리 집 감자와 당근을 소개한다. 그냥 심어만 놨을 뿐인데, 이렇게 폭풍성장했다는 것이 너무 기특하다. 하지만 5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성장이 더딜 것이다. 대신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감자와 당근은 몸집을 불릴 것이다.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 눈에 보이는 열매 식물과는 다르게 감자의 성장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당근은 계속 솎아주면서 성장을 가늠해볼 수 있지만, 감자는 파볼 수가 없다. 조급함에 파보는 순간,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감자는 성장을 멈출 테니 말이다. 감자는 캐봐야 안다. 내가 얼마나 농사를 잘 지었는지.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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