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는 학생에 의한 폭행, 고교 교사는 성희롱 시달려
KEDI, 초중고교원 2만5000명 교육활동 침해 실태 설문조사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우리나라 교사들의 절반 이상은 교권 침해를 당해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혼자서 삭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짜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하는 데다 일이 커지는 게 싫고 창피해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설치되고 법적 기반이 마련돼 있지만 교사들은 실효성에 별다른 기대를 않는 모습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공개한 2018년 교육활동 침해 실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2%는 교권침해를 당해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개발원이 전국 17개시도교육청 교원치유센터를 통해 전국 초중고교사 2만 5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9월 두 달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다. 응답률은 32.4%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어짜피 혼자 해결해야 해서’(43.8%)가 가장 많았다. ‘일이 커지는 게 싫어서’(19%), ‘창피하고 자존심 상해서’(11.8%)가 뒤를 이었다.
외부에 알린다는 응답은 47.8%에 그쳤다. 학교급별로는 초등교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렸고 이어 중학교, 고등학교 순으로 나타났다.
교권침해를 당했더라도 교사들은 무기력했다.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5%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학교관리자나 동료교사와 상담’은 35.7%, ‘병가처리’는 3.5%로 나왔다.
학교에 설치된 교권보호위원회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교육활동에 침해를 당했을 때 ‘교권보호위가 개최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61.8%로 높게 나타났다. 개최되지 않은 이유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28.3%), ‘행정절차가 번거로워서’(16.9%)를 각각 꼽았다.
교사들이 교권침해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알리는 사람은 동료교사(62.2%)였으며 교장·교감 등 학교관리자(32.6%), 경찰서(4%) 순이었다. 학교관리자라는 응답비율은 초등교사에서 가장 많았다. 교원단체와 상의한다는 응답은 0.2%로 극히 낮았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각종 교권보호 대책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내 교권 침해를 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27.1%가 그렇다고 답했다. 교원 3명 중 1명꼴로 교권 침해를 경험한 셈이다. 응답 비율은 중학교가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 초등학교 순이었다.
또 교권 침해 가해자로는 학생이 93%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학부모는 6%에 그쳤다. 그러나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가장 주된 주체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학부모(51.8%)가 학생(41.2%)보다 많았다. 교권침해의 가장 큰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학부모를 지목한 셈이다.
이는 교권 침해가 증가하는 이유로 교사들이 ▲가정에서의 인성교육 부재(32.8%)를 가장 많이 꼽고 있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난다. ▲교원의 권위 약화(29.1%) 2위, ▲교권침해 처벌 법규 부재(17%) 3위, ▲학생인권 조례 영향(7.9%)은 4위에 랭크됐다.
교권 침해 유형별로는 ‘모욕과 명예훼손’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에 의한 ‘상해 폭행(37%)’이 모욕(33%) 보다 많아 초등교사들에 대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교원에 의한 교권 침해 역시 모욕과 명예훼손이 가장 많았다. 다만 고등학교에서는 ‘성적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29%)’가 가장 높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로는 출석정지(34%), 특별교육이수(19%), 교내봉사(13%) 순이었으며 학부모는 사과(34%), 재발방지 서약(18%), 고소 및 고발(7%)로 조사됐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41%로 가장 높았다.
피해교원에 대한 조치로는 관리자 상담(48%), 일반병가(10%) 순으로 나타났고 ‘미조치 포함 기타’는 33% 였다.
교원지위법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 의견도 많았다.
교사들은 교원지위법 제정에도 불구, ‘교권침해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70.1%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잘모르겠다’ 20.9%, ‘증가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교원지위법이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구체적 처벌 기준과 피해교원 보호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 등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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