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는 교육부 노예였다” ... 재외한국학교 교감의 절규
[단독] “나는 교육부 노예였다” ... 재외한국학교 교감의 절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4.18 16:55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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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새는 화장실에 전구도 없는 사택... 의료비 한 푼 지급 안해
교육부에 항의하자 “소란 피울거면 귀국해라”.. 교감수당도 삭감

재외한국학교에 근무하는 교감과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재외한국학교가 설치된 국가들.

재외한국학교에 근무하는 교감과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재외한국학교가 설치된 국가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부푼 꿈을 안고 재외한국학교 교감에 부임했지만 현실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제공받은 주택엔 전구도 제대로 없고 화장실에선 물이 줄줄 샜습니다. 흔한 전자레인지나 TV도 없고요. 늘 풍토병 위험에 노출돼 있었지만 의료비 한푼 지원 못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강요받았습니다. 교육부에 처우를 개선해달라고 항의했더니 ‘시끄럽게하면 소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더군요. 괘씸죄인지는 몰라도 교감직책수당마저 50%를 삭감해 버렸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교육부의 노예나 다름없는 교감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교감으로 파견됐던 김종인 교감(경남 창원 웅남초)은 열악하고 차별적인 대우에 항의하다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지난 2월 조기 귀국했다.

한국교육의 발전상을 해외에 알리고 교사로서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선택한 한국학교 근무였지만 막상 부딪힌 것은 차별과 부당한 대우, 열악한 근무여건뿐 이었다.

김 교감이 현지에서 처음 맞딱드린건 ‘독립군 막사’ 같던 사택이었다. 불도 제대로 켜지지 않는 방, 이곳저곳 물새는 화장실, 있는 것이라곤 에어컨과 냉장고뿐 이었다.

교육부에서는 미화로 월 1000달러 수준의 주택을 제공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임대료 500달러 정도 되는 낡은 주택. 너무나 열악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보수도 기대보다 적었다. 소속 경남교육청에서 받는 기본급과 현지 한국학교에서 주는 재외근무수당, 최소한의 여비와 주거비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고정 환율로 보수를 받다 보니 실제 수령액은 월 10~20만 원 정도 손해를 봐야 했다.

그를 더욱 괴롭힌 건 상대적 박탈감. 교육부에서 파견된 교장과 교직 27년 차인 자신이 받는 대우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예컨대 현지 한국학교 교장은 재외근무수당 100%와 배우자 수당, 자녀교육비, 동반 가족 항공료, 의료비 등 연간 수 억 원에 이르는 풍족한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또 교장은 월 2680달러의 재외근무수당을 교육부서 지급받지만 자신은 직책수당 포함 월 2000달러에 불과했다.

배우자 수당도 차이가 컸다. 교장의 배우자는 재외근무수당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76만 원이 지급된 데 비해 자신의 아내에게는 고작 4만 원이 전부였다.

지역 특성상 콜레라와 이질 등 풍토병이 많고 부상 위험도 큰 곳이지만 교장을 제외한 교감과 교사들에게는 의료비 한 푼 지원되지 않았다.

이곳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한 교사는 부상을 당 해 3000만 원에 이르는 치료비가 나왔지만 전액 자신이 부담해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프거나 다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김 교감은 전했다.

같은 4급 상당 국가공무원이고 교육부에서 세 차례에 걸쳐 깐깐한 시험을 통과해 발령받았지만 주거부터 수당과 의료비 등 각종 복지혜택 차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참다못해 교육부에 항의했다. 교감에 대한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차별을 없애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가만있으라’는 것이었다.

교육부 담당자로부터 “예산 부족으로 재외한국학교 교직원들에게 정해진 면적의 임대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불만이면 조기 귀국해라. 자꾸 문제를 일으키면 소환할 수밖에 없다”는 막말을 들었다.

화가 난 김 교감은 이 같은 내용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그러자 이번엔 매월 25만 원씩 지급되던 교감직책수당을 50% 삭감하겠다는 통보가 내려왔다.

경남교육청이 재외교육기관 파견 교육공무원 보수지침을 근거로 교감직책수당의 50%를 삭감하고 기존에 지급했던 수당 중 260여만 원을 환수해버린 것이다.

결국 견디다 못한 김 교감은 파견 2년 만에 짐을 싸야 했다.

다행히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 살았던 시골집이 그대로 비어 있어 조기 귀국이 가능했다. 행여 전세라도 내줬더라면 꼼짝없이 3년간 차별과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을 판이다.

그는 자신의 처지가 팔려온 노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많은 재외한국학교 교감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2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주변 동료들에게도 교감으로는 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재외한국학교 교감에 대한 처우는 현지 학교의 재정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교감 선생님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최보영 교육부 재외동포교육담당관은 “앞으로 재외한국학교 교감의 처우를 교장 수준으로 끌어올리거나 교감 파견을 폐지, 현지 한국학교가 초빙토록 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외 한국학교는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 해외 27개국  34개교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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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투 2019-04-26 11:40:32
갑질, 교만, 편가르기, 끼리끼리, 짝짜꿍, 수당, 밥그릇, 비호감...더 이상 입대기 싫어.

자카르타교육현장2 2019-04-25 10:21:52
아래댓글 연속-이런 교감이 차후에 교장이 된다 생각하니 우리 한국 교육계가 암울해 보일 뿐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25만원의 교감직책수당의 50프로를 삭감했다고 하는데 자카르타에서 받았던 2천불의 교감수당이 있으면 중복수혜인데 100프로 모두 제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교감이 살던 아파트 실제로 그 때 1000불 상당 아파트 맞습니다. 학교 아파트이니까 저희 같은 초빙교사들에게 싸게 500불에 준 거구요.(교감은 학교에서 100프로 지원했지만 우리 교사들은 500불도 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열악한 곳에 사는 우리 교사들은 모두 시세보다 싸게 주는 학교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기자분도 교차검증 후 기사를 쓰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자카르타교육현장 2019-04-25 10:19:42
이런 일이 있어서였나. 이 기사의 교감은 교육부 파견교감이라고 목에 깁스한 듯 일반 교사들과 교직원을 시답지 않은 인간들 쳐다보듯 하고 정말 안하무인이었네요. 그렇게 파견교장과의 대우를 비교하듯 자신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있었던 일반교사들을 위해주었다면 이 분의 항의에 동의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기사와는 전혀 다른 삶을 봐서인지 절대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의 교직원 대부분 같은 생각일 겁니다. 교육부 노예였다고 하지만 우리 교사들에게 한 행동은 교감도 못되는 미천한 교사들 보듯 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수업도 일도 안하고 교감이라고 천정 모르게 고개 올려 목 길어지는 이런 갑질 최고의 교감은 재외국민 교육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혈세 낭비입니다

까오 2019-04-24 10:29:34
상황은 이해가 가지만 교육부 탓만 할 수는 없을 듯.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 무조건 늘여줄 수도 없고.
그리고 핵심은 본인이 선택해서 간 것이라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싫으면 돌아오면 되는 것.
처우가 어떤지 잘 알아보고 가야지
무조건 다른 이가 저만큼 받으니 나도 그만큼 주라고 하는건
현실에선 모두 수용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