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진심이 담긴 소통이 필요한 때-학부모 상담주간을 마치며
[에듀프레스의 눈] 진심이 담긴 소통이 필요한 때-학부모 상담주간을 마치며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9.04.13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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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서울실천교사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사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사회장

새 학년 첫 날,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던 아이들과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 쯤 학부모 총회 및 공개수업을 치르고, 큰 행사 하나를 잘 끝냈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곧 이어 학부모 상담주간이 시작된다.

상담주간 안내가 담긴 가정통신문을 나누어주고, 상담희망 날짜와 시간이 담긴 회신서를 제출하면 중복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면 1지망으로 희망하신 시간에 맞게 일정표를 짠다. 1지망, 2지망도 안되는 경우는 전화를 해서 일정을 조정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반 학생들의 부모님들을 다 만나보는 것이다. 상담 신청을 하지 않거나 주어진 일정표 상으로 어렵다고 하면 퇴근 후 야간 상담이라도 하고, 그것도 어렵다고 하면 전화 상담이라도 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과 아닌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몇 년 전 어느 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할 때 저녁 9시에 상담신청을 하신 어머니가 계셨다. 늦게 오는 게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핫도그, 떡볶이, 바나나를 사 오셨다. 어머니와 나는 늦은 밤 교실에서 마주 앉아 한 시간이 넘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내가 여쭙는 말에 대답을 하시면서도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셨다. 늦게 얻은 막내아들이라 애지중지 키우시는 그 마음이 한껏 전해졌지만, 그 아이의 언어적 발달이 왜 늦는지 이유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그 아이와는 말놀이도 많이 하고, 그림책을 읽어줄 때도 앞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었다.

또 어느 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할 때였다. 글을 읽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능력,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있었다. 어머니께 그런 말씀을 드렸더니 그 정도인 줄 몰랐다고 하시면서 힘들어 하셨다. 읽기 유창성이 일단 중요하니까 매일 10분씩 소리 내어 책을 읽은 습관을 잡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의 수준에 맞게 책은 내가 도서관에서 빌려서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4개월을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10분씩 책을 읽었더니 2-3학년 수준의 동화에서 출발했던 책 단계가 5-6학년 수준으로 올라갔다. 아이 역시 읽기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그러니까 수업 태도도 무척 좋아졌다.

비단 이것 뿐이겠는가! 학부모 상담은 우리반 아이들을 파악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그래서 몸이 힘들고 마음이 힘들어도 기꺼이 그 수고를 감당하는 시간이다. 오전 내내 수업하고, 잠시 쉴 틈도 없이 상담을 시작하면 목이 갈라지고 침이 마르지만, 그래서 가정생활은 초토화되는 시기지만, 학부모 총회의 그 막막한 우울감이 해소되는 시간이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학부모 상담 시간에 오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교육 문제에 대해 누구나 목소리 높여 떠들지만, 학부모 상담은 교사와 학부모가 진심이 담긴 소통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진심이 담긴 대화를 토대로 가정과 학교, 부모와 교사가 신뢰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상담현황으로 등록되어야만 상담을 한 것인가?
상담현황으로 등록되어야만 상담을 한 것인가?

안타까운 점은 정말 꼭 상담에 오셨으면 하는 학부모님들은 오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굴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들과는 정작 만나지 못한 채 상담주간이 끝난다. 이런 현상은 초등학교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고학년에서는 학교생활을 잘 하는 부모님들이 주로 상담을 신청하신다. 어려움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경우 부모님들이 학교에 오시는 걸 기피하는 것 같은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함께 고민하고 풀어봐야 할 문제이다. 자녀의 학교생활 상담을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려운 학부모님들을 위한 사회적 해결방안도 함께 모색해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상담주간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은 교육당국이다. 상담 주간이 끝나면 NEIS에 접속해서 상담현황을 입력하라는 학교상담 업무 담당자의 지시가 내려온다. 상담날짜와 유형화된 상담내용 분류, 상담제목 등을 입력하는데 학생의 개인정보는 입력하지 말란다. 상담 내용을 입력하는 행위는 교육공무원법 비밀엄수의 의무 위반이다. 그러니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입력하란다.

그렇다면 왜 상담 현황을 입력하라고 하는 것일까?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돕기 위한 목적인가? 아니면 실적용, 보고용인가? 이런 실적은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 상담주간에만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수시로 전화, 문자로 상담을 하는데 그 모든 것을 현황으로 입력하길 바라는 것인가? 교사는 입력 기계인가? 상담현황으로 등록되어야만 상담을 한 것인가?

누구를 위한 기록인가? 무엇을 위한 정보집적인가? 행위 주체들이 그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동의하지 않는 그 행위는 과연 합목적적인 행위가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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