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기초학력 내실화’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교육부
[에듀프레스의 눈] ‘기초학력 내실화’ 손 안대고 코 풀겠다는 교육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3.30 21: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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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희정 교사/ 서울실천교사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사회장
한희정 서울실천교사회장

교육부는 지난 3월 28일 행복한 출발을 위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기초학력을 책임지겠다는 원대한 포부는 높이 살만하지만, 26쪽에 이르는 대책은 내실화 방안이 아니라 황폐화 방안이다.

1. 기초학력이란 무엇인가? 정의부터 틀렸다.

학력이란 무엇인가? 현대 사회는 구학력이 아닌 신학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가, 역량은 측정 가능한가 등의 논의는 논외로 하겠다.

요즘 아이들 기초학력이 떨어진다, 이구동성을 떠들고 있지만 실증적으로 이를 입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 역시 논외로 하겠다.

기초학력이란 무엇인가? 교육부는 박경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초학력 보장법안을 일부 수정하여 “기초학력이란 학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통하여 갖춰야 하는 읽기·쓰기·셈하기 등을 포함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이라고 정의했다.

동법 시행령안에는 최소한의 성취기준에 대해 “해당학년의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에서 평가기준 하에 해당하는 수준이며, 읽기·쓰기·셈하기의 관련 교과는 국어·수학”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 입안자들과 대표 발의하고 서명한 박경미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에게 묻겠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어느 한 학년의 성취기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는가?

5-6학년군의 국·수·사·과·영의 성취기준은 무려 208개에 달한다. 두 학년의 성취기준이니 기계적으로 반을 나누면 104개다.

초4부터 중3까지는 5개 과목을 진단대상으로 하겠다고 했으니(교육부 기초학력지원 내실화 방안, 8쪽) 음·미·체·실·도는 넣지도 않았다.

정말 다시 한번 묻는다.

이 성취기준을 단 한 번이라도 읽어보았는가? 104개의 성취기준에서 평가기준 하를 받은 학생을 기초학력 미달자 정의하겠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이라도 해봤는가? 사상누각이다.

초등학교에서 기초학력은 무엇인가, 학년별 적정 난이도의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지, 학년별 교육과정 내용에 따른 자연수와 분수의 사칙연산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1-2음절의 짧은 영단어를 음철법에 따라 읽고, 사전 등을 찾아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는지 여부 정도 아닌가?

필자는 이것을 학년별 최소 성취기준이라고 하겠다.

2. 일제고사 아니니까 모든 책임은 교사와 학교에 있다?

현장교사들이 읽기, 쓰기, 셈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는 안가르쳤거나, 방치했기 때문이 아니다.

수업시간, 쉬는시간, 점심시간 틈틈이 한 명씩 끼고 가르쳐도 안되고, 가정학습으로 숙제를 내 줘도 안되고, 기초학습부진강사를 채용해서 방과후에 가르쳐도 안된다. 그 이상의 특단의 대책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단 보정 시스템을 사용해서 구제될 학생이라면 절망하지도 않는다. 하면 된다. 그러나 현장교사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해도 안된다는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해결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삶이 방치된 학생들, 아주 기초적인 아동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무수한 아이들. 처음에는 안타까워 뭐라고 해보지만, 나중에는 교사도 상처받고 그만 두거나 무기력감에 빠지게 되는 안타까운 학생들, 그리고 그 가정이다.

현장교사들은 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학생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그럼에도 보호자의 동의 없이 교사가 교육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해서 할 수 있는 권한은 하나도 없다.

그런 학생들을 가정 연계를 통해 지도를 강화하겠단다. 교사와 보호자 간 심층 상담을 통해 가정 내 학생의 학습·생활 태도 등과 연계해서 지도를 강화하란다(8쪽).

전 학년도에 기초학습부진에서 구제되었는데 3월 새학년이 되면 다시 부진아가 되는 리셋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동일 담임을 배정하는 사례를 제시한다(8쪽).

리셋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충남의 어느 연구학교가 이걸 우수사례라고 제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을 아는 현장교사들에게 이런 사례는 그냥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다.

교육부 정책 입안자들은 그런 학생들의 삶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는가?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학교와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본 적이라도 있는가?

소득 양극화와 가정의 기본적 기능 상실, 급속한 사회 변화에 따른 부작용, 그 현상으로서의 기초학력 문제를 오롯이 학교와 교사에게 전가하려는 것인가?

3. 그들은 정말 기초학력 부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래 그림을 보자. (예시)라고 친절히 밝혔지만 교육부가 기초학력문제를 어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니 짚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현재 기초학력부진에 대한 진단은 해마다 3월에 이루어진다. 그리고 시·도교육청마다, 또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12월에 학습부진이 구제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아래 흐름도를 보면 3월에 진단, 보정 교육, 6월에 진단, 미도달이면 보정 교육, 9월에 또 진단, 미도달이면 보정교육, 11월에 또 진단한다. 기초학력이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면 이 흐름도가 매우 논리적이며 체계적이라고 극찬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본 현장교사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이 바로 이 흐름도였다. 기초학력 알기를 우습게 아는구나! 아, 교사들이 그동안 “안”가르쳐서, 평가를 하지 않아서 기초학력 부진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이 흐름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기는 한 것인가? 내가 맡은 우리 학급 국·수·사·과·영·음·미·체·실·도에 창체까지 빡빡한 시간표로 가르치며, 생활지도하며, 평가하며, 공문처리하며 틈날 거 없는 현실에 기초학력부진 학생들을 데리고 보정하고 재진단하고, 보정하고, 재진단해야 한다.

그러면서 “진단 및 보정을 통해 학생이 반복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부담 없이 학력 향상에 대한 흥미와 성취감을 갖도록 지도(9쪽)”하란다. 교사는 “신”인가? 할 수 없는 걸 하라고 하면, 둘 중 하나다. 거부하거나 거짓보고 하거나.

4. 인력 돌려막기,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권장”

복합적인 요인을 가진 학습부진학생을 맞춤형을 지원하기 위해 다중지원팀을 구성하는 두드림학교를 2022년 5천개로 확대한단다. 다중지원팀이라고 하니까 특별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구성을 보면 “학교 내 담임·특수·상담·보건·돌봄 교사 등”(11쪽)이다.

시간제 돌봄 강사가 아닌 돌봄 “교사”가 있는 학교가 전국에 몇 개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인력 돌려막기는 학교에 존재하는 20여개의 위원회처럼 형식적 위원회를 하나 더 추가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학습결손은 학습장애가 아닌한 가정환경의 결손과 대체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학교와 교사의 수준을 넘어선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수준별 계층화 지원을 해외 사례라고 제시하면서 지원수준을 3 수준으로 제시하였으나 가장 필요하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권장”(12쪽)이라고 해 놓고 있다. 20년 교직생활에서 배운 것은 “권장은 안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기초학력 부진아로 판명을 받아 학교에서 방과후에 별도의 지도를 받는 것을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거부한다. 관심이 있으면 사교육 등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고, 관심이 없으면 그냥 방치된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경우가 가정에서 방치하는 경우다. 학교의 지원, 프로그램 안내는 다 거부하면서 가정에서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경우 가정방문지도가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수학 수업 시간 보조인력 배치나 방과후 지도만을 고집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을 하겠다고 하면서 학년별 학급 규모를 유연화하겠단다(15쪽). 1-2학년의 학급당 학생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인가 기대를 갖고 살펴보니, 1-2학년 학급수를 늘려주는 대신 5-6학년은 그 만큼 학급수를 줄이란다.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꼴이다. 기초학습 보장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학급수를 늘리고 정교사를 충원하는 것이 그렇게 아까운가? 인력 돌려막기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저학년 단계 학부모 등 학생 보호자와 정기 상담을 확대하고 학부모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해서 학습과정과 결과에 대한 수시 소통 서비스를 2022년 3월에 만든다는 안 같은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진짜 현실은 상담에 오셔야 할 학부모는 오시지 않고, 안오셔도 아이가 알아서 잘하는 학부모님이 열심히 오신다는 것이다.

그런 분들이 온라인으로 통지를 하면 더 유심히 살펴보고 가정에서 지원을 하시겠는가? 매일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 편에 평가 결과며 학습 내용을 주고 받을 수 있는데 왜 온라인 서비스만을 소통의 “답”이라고 생각하는가?

5. 프로그램이나 시스템 개발에는 돈을 쓰겠다, 그러나 정규직 인력은 안된다?

교육부가 하겠다는 것은 법률 제정(2019), 정책연구(2019), 진단도구 개발 보급(2020), 진단-보정시스템 활용률 제고, 교원 연수, 새로운 유형의 평가 문항 도입 및 CBT 도입 준비, 보조인력 배치(1443억 추계), ‘한글 또박또박’ 프로그램 고도화 정책연구(2019), ‘국가 기초학력지원센터’ 지정이다.

다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혜택을 보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런데 정말 필요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에는 돈을 쓰지 않겠단다. 초등 저학년 시기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면서 초등 저학년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데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겠단다.

그냥 학교에서 5-6학년에 배정된 학급수를 1-2학년에서 빼서 갖다 쓰란다. 복합적 요인을 지닌 학습 부진의 경우 그 수준에 맞는 지원을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나 내용은 성취기준에 대한 도달 수준으로 정의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초등과 중등에서의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그리고 지역적 조건에 따른 영향도 크기 때문에 시·도 교육청에 예산을 주고 지원해야 한다.

진짜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이 문제가 "교육부"만으로는 절대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범정부적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가는 견인차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이 글은 대도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현장교사의 관점에서 썼다는 한계가 있다. 읍·면 지역, 중등학교의 교사들은 이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 자체가 또 다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숨을 토하며 이 글을 썼다. 교육부를 축소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겠다, 유·초·중등 사무를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도대체 보이지 않는 이 손들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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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WHSEA 2019-04-04 17:47:27
응원합니다.
피토하는 심정이 이해갑니다. 너무 안타깝고요.
정작 써야될 사람에 대한 투자는 안 하고 자리늘리는 기구 만드는 잿밥에만 관심있는 교육부는 해체하고, 선생님들에게 맡겨보라. 그 과정과 결과를 평가해 보는 시스템으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봅니다.

설진성 2019-03-30 23:34:24
기초학력에 대한 정의나 내용은 성취기준에 대한 도달 수준으로 정의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말씀에 진정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