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의 눈] 초등 교사는 교육서비스 직원이 아니다
[에듀프레스의 눈] 초등 교사는 교육서비스 직원이 아니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3.20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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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차승민 창원 광려초 교사/ 실천교육교사모임 수석부회장
차승민 창원 광려초 교사
차승민 창원 광려초 교사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활 습관은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기반을 닦아 와야 한다. 학교는 그 기반위에 공동체 생활의 기본을 배우는 장소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사회화가 필요해 보다 적응활동이 많이 필요하다. 학과 공부보다 자신을 조절하고, 관리하며 타인과 어울리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이것이 공부다.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은 아름다운 과정이 아니다. 힘들고 어렵다. 부모와 교사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이가 제일 어렵다.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눈엔 학교는 노는 곳이면서 나름의 직장생활이다. 그러니 힘들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는 학교에서 직장 생활과 같은 사회화 과정을 겪을 때 누구와 상호작용할까? 가장 영향력이 큰 건 교사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또래집단이고 다음이 교사다.

아이는 또래집단과 교사만 상대하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문제는 집에 돌아와 부모에게 숙제를 받는 경우다. “오늘 학교에서 별 일없었어? 친구들은 이상한 것 없었어? 선생님은 괜찮았어?”

글로 써놓으면 별 이상 없어 보여도 여기에 부모의 불안과 걱정이 묻어 있으면 아이는 금방 눈치 챈다. 그러면서 갈등한다.

아이가 가장 힘을 쏟아야 할 곳은 학교 생활의 적응인데 지금 당면한 것은 부모의 불안에 적응해야 한다. 부모의 불안에 응대로 끝나면 다행이다. 부모는 나름 준비해둔 학교 적응 학습 프로젝트를 마련하면 아이는 속절없이 따라야 한다.

이걸 어른의 기준에서 보면 회사를 퇴근해서 집에 가서 쉬지 못하고 새로운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는 꼴이다. 교사는 아이의 사회화 과정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배려하고 기회를 준다.

학교는 사회화 교육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 부모가 필요한 아이의 돌봄의 역할도 한다.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불만이 있으면 들어주고, 힘들다고 하면 쉬게 한다.

대신 딱 거기까지만 한다. 해결해주지 않고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먹여주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기다린다. 감정의 틀어짐이 있으면 서로 돌아볼 있도록 기회를 준다.

저학년으로 가면 갈수록 아이는 몸과 마음이 어리다. 그래서 돌봄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돌봄은 정해져 있다. 그 이상 요구하면 안 된다.

요즘 1학년은 극한의 직업이란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오후에 민방위 훈련하고 1학년 연구실에서 차한잔 나오면서 하는 푸념을 듣는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부모가 당연하게 요구하는 것이 초등학교에서는 안 받아들여진다고 불만이 있나보다. 받아들여주는 것과 안 받아들여주는 것은 아이들도 겪어보면 알게된다.

부모는 잘 모른다. 잘 모를 수도 있다. 이번 생에 처음으로 부모를 해보면 모를 수 있다. 모르면 알려준다. 알려주면 안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당연한 것을 요구하 듯 요구하는 부모가 있다. 그 요구가 무엇인지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초등학교 1학년 교사는 그 학교에서 가장 친절한 교사다. 그러나 교육서비스직원으로 생각하는 부모는 1학년 교사가 인생에 만난 가장 불친절한 교사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교사는 교육서비스직원이 아니다.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렇게 하길 권한다. 교사를 존중하면 그 아이에게 10배 넘는 이득이 돌아간다.

부모의 신뢰는 교사가 아이에게 주는 무형의 신뢰로 돌아가 검증할 수 없다. 대신 그 무형의 신뢰를 학교와 교사 아닌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면 어머어마한 댓가를 치러도 모자란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완전히 망가져야 부모는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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