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교육권보호법’ 제정..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겠다”
[인터뷰]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교육권보호법’ 제정..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겠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2.25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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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연가투쟁 자제..전교조 합법화 이 정부서 끝장볼 것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전교조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렇던 엄혹한 시절, 교육민주화와 참교육을 기치로 이 땅에 뿌리 내린지 30년이다. 지난 1989년 전교조를 탈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519명의 교사가 대량 해직되고 2013년 법외노조로 내몰리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단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월 출범한 새 지도부는 정치투쟁 일변도의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 교사의 교육권 보장을 비롯 학교 현장의 변화와 혁신에 중점을 두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권정오 위원장은 <에듀프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법외노조 굴레를 벗어나 전교조가 다시 합법화를 이루고 교사들이 마음 놓고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권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 위원장 당선을 축하한다. 온건파로 분류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전교조는 참교육 이념에 동의하는 교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중조직이다. 조합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늘 생각하고 그것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 그래야 진짜 힘 있는 조직이 된다. 그동안 전교조에서 이런 기본원칙이 무시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활동가들 중심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아젠다나 교육정책 주제들을 절대시하고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따라올 것을 강요한 측면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 조직이 이런 관행에 젖어오면서 많은 문제를 낳았다. 이제부터는 조합원들의 희망을 달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교조를 만들겠다. 그런 측면에서 온건파로 분류된다면 수용하겠다.”

- 조합원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사로서 정체성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절체절명의 과제로 여기는 것 같다. 지금 학교는 교사들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를 거부하고, 학부모는 교사의 전문적 영역을 무시하며 교권을 침해한다. 교사의 지위는 흔들리고 교사가 을이라는 자조적인 푸념까지 나온다. 작년 12월 위원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제발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는 현장교사들의 갈급한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자’를 올해 사업계획 1순위로 꼽았다.”

- 교사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교사들이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사들이 교육할 수 있는 권리 즉, 교육권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가칭 ‘교육권보호법’ 제정을 추진할 생각이다. 상반기 중 법안을 만들고 하반기에 공론화했으면 한다.”

- 교권과 교육권은 어떤 차이가 있나.

“학교에서 교사들의 권리나 지위를 따지는 것이 교권이라면 교육권은 교사들이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나 교총 등 교직단체도 이 부분에 뜻을 같이하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 몇 년 새 교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 됐다.

“교권 추락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이 시발점이 됐다고 본다. 당시 개혁안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관계를 경제 논리로 접근했다. 전통적인 스승과 제자가 해체되고 그 자리에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들어섰다. 수요자인 학부모의 목소리는 커졌고 이후 학생들의 인권이 신장 됐다. 반면 단순 지식 공급자로 치부된 교사의 지위는 제자리걸음 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교사의 입지는 줄어들고 교권은 급속하게 위축됐다. 심각한 것은 교권이 몰락하는 동안 교육당국은 아무런 보호막이 되질 못 했다는 점이다. 이제 교사들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할 절박한 상황에 맞딱뜨렸다.”

- 올해들어 명예퇴직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하는가.

“경륜 있는 교사들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교육현장에 아름답게 펼쳐지고 교육계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나이가 들면 견디기 힘든 것이 학교의 현주소가 돼버렸다.”

- 그간 전교조 투쟁방식이 활동가 중심으로 이뤄져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는데.

“몇 가지가 있는 데 그중 하나가 연가투쟁이다. 연가투쟁이 합법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동안 관행처럼, 연례행사처럼 사용되면서 오히려 내부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활동가 중심으로 연가투쟁이 계속되는 바람에 조직 내 피로감이 커졌다. 처음엔 교사들이 따라 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켜만 보는 사람이 늘어났고 이제는 외면해버리는 상황이 됐다.”

- 연가투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아니다. 연가투쟁이 필요하다면 한다. 다만 지금처럼 소수가 참여하는 투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한다면 최소한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가 될 것이다. 앞으로는 대중조직답게 전체 조합원이 함께하는 방식으로 투쟁할 것이다.”

- 투쟁방식이 어떻게 달라진다는 의미인지.

“결론부터 말하면 대중투쟁과 여론전, 정책교섭 등 3자를 병행하는 투쟁으로 전환할 생각이다. 종전 전교조가 대중투쟁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언론 등 여론에 호소하고 교육 당국과 정책교섭을 통한 정치적 압박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전교조는 교육을 다루는 노조다. 일반 노조와는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투쟁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투쟁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럴 때도 일반조합원의 동의를 얻어 신중하게, 또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기 쉬운 방식으로 할 생각이다. 예컨대 상반기 법외노조 투쟁은 탄원서를 작성, 중앙정부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이 외에 청와대나 교육부 등 중앙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하는 정치적 수단도 준비해 놓고 있다.”

-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문 정부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이 뭔지를 모르겠다. 그러니 논평할 게 없다. 대입 등 중요한 정책은 공론화한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도 제대로 지켜지기 어려워 보인다. 한마디로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제라도 교육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분명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엊그제 유은혜 부총리가 전교조를 6년 만에 방문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현재에 만족하기보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곳이 전교조다.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갈 세력이 있어야 한다면 그 역시 전교조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 장관의 방문은 (전교조에게) 교육개혁과 혁신의 동반자가 돼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 비록 법외노조이지만 교육개혁의 주체로 교육개혁을 함께 달성하자는 메시지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한다.”

- 법외노조 문제는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하는지.

“교육부 장관 방문 자체가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인다. 그게 아니라면 올 의미가 없다. 법외노조 문제에 교육부가 결정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또 해직교사 복직도 교육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시중에는 교육부 위에 전교조라는 말이 회자 된다.

“그렇게 높이 보나(웃음). 법적 지위도 없는 노조인데 과분한 평가다. 아마 전교조가 가진 참교육 정신을 국민들이 높게 평가한 것 아닐까 싶다. 또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 일 수도 있다고 본다. 어쨌든 우리에게 그런 힘이 있다고 여기셨다면 그건 국민의 힘이다.”

- 3월 교장 인사에서 전교조가 내부형교장을 싹쓸이 했는데.

“내부형교장은 전교조가 주장해온 교장선출보직제로 가는 중간단계다. 내부형교장을 통해 새로운 교장 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실증적으로 보여줘야한다. 그래야 내부형교장은 움직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다. 보수언론에서 내부형교장에 전교조 조합원들이 많이 진출하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모양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전교조 조합원 중 그럴만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본다. 사실 전체 교원 중 전교조 조합원이 10%는 되는데 그런 비율로 보면 교장도 10%는 전교조에서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내부형교장을 자율학교의 50%로 제한하고 있는데 100%로 확대해야 한다. 내부형교장이 늘면 늘수록 전교조 교장은 더 늘어날 것이다.”

- 내부형교장에서 전교조 조합원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내부형교장을 신청한 학교들은 대부분 기존 질서를 답습하지 말고 제대로 (학교를) 혁신해보자는 열망이 강한 분들이다. 학교구성원이 원하는 혁신 방향에 전교조 교사들이 가진 철학이 훨씬 부합하기 때문 아닐까.”

-4년 임기를 마친 내부형교장들 중 학교로 복귀하는 케이스를 본 기억이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 비판이 많다. 위원장은 어떤 입장인가.

“교장은 자격이 아니라 잠시 머물다간 보직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그게 교장선출보직제 정신이다. 그런 맥락에서 임기가 끝나면 원직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그러잖아도 이 문제를 내부적으로도 논의 중이다. 교장 한번 하고 다시 평교사로 돌아갈 수 있어야 우리가 승진이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바꾸기 위해 교장을 선택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지난 1월 한국교총이 주최한 신년교례회에 참석하는 등 이전 전교조 위원장과는 다른 행보다. 교총과는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리와 교총은 탄생배경이 다르다. 때문에 경쟁 관계이기도 하고 때로는 적대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교총도 많이 변했다. 특히 회장단은 생각이 열려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경쟁할 때는 경쟁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하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형성하고자 한다. 교권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전선을 만들어 함께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제가 있으면 교총 방문도 망설이지 않겠다.”

- 교직단체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다녀왔는데 성과는 있었나.

“남북관계는 현재 평화, 공존, 공영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확고하게 인식시키는 데 공동으로 협력하자는 데 대부분 동의를 이뤘다. 이를 위해 남북한 공동수업을 4~9월까지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7월 초 남쪽 교사들로 구성된 대규모 견학단을 평양에 파견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 올해 전교조 결성 30주년이다. 소회는.

“전교조는 지난 1989년 출범 이래 한국교육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새로운 30년을 향한 비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 문제는 이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솔직히 결심만 남았다고 본다. 빨리 결심해 주길 바란다.”

- 오는 5월 25일 창립 30주년 행사에는 특별한 의미가 숨어 있다고 들었다.

“유 부총리에게 (문대통령의) 축하 메시지를 가지고 참석해 달라고 요구할 생각이다.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오느냐에 따라 행사 장소가 달라진다. 이미 서울 시내 두 군데에 신청해놨다. 한군데는 광화문이고 다른 한 곳은 잠실학생체육관이다. 5월 25일 이전에 법외노조가 풀리면 잠실체육관에서 축제행사를 열 것이고 그 반대상황이면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맞게 될 것이다. 우리는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선택과 책임은 이제 정부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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