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표 학교체육진흥회 사무처장, “체육계 폭력은 메달 중심주의가 빚은 비극”
이민표 학교체육진흥회 사무처장, “체육계 폭력은 메달 중심주의가 빚은 비극”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2.22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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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표 학교체육진흥회 사무처장
이민표 학교체육진흥회 사무처장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김연아 선수가 한창 주가를 날릴 때였어요. TV 중계방송을 보는데 해설자가 동작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더군요. 저 동작은 기술점수가 몇 점이고 지금 순위가 몇 등 이다 하는 식으로 말이에요. 반면 외국 해설자는 스케이팅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을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금메달만 바라보는 성적지상주의 체육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이민표 학교체육진흥회 사무처장은 21일 <에듀프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앞으로 학교체육은 성적과 결과만을 중시하는 엘리트체육에서 벗어나 지덕체가 조화를 이룬 인재를 길러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땄다는 이유로 대학입시에서 우대하는 체육특기자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메달만 따면 대학 간다? 이거 문제가 많습니다. 대학입시가 초중등교육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메달만 있으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데 누가 공부하려 들겠습니까? 하루빨리 우리 사회나 교육정책이 메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대입특기자 제도 폐지해야

이 처장은 올해부터 학생들의 학교스포츠클럽 활동 내역을 자세히 누가 기록하는 선수이력시스템을 도입 하는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학교스포츠활동에서 보여준 팀웍과 협동심, 경기력 등을 대입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경기종목, 경기참여시간, 경기실적 등 자세한 내용이 기록된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스포츠협의화와도 구체적인 논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단발성 성적보다 평소 스포츠활동에 얼마나 성실하게 참여했는지를 중시하겠다는 설명이다.

학교체육진흥회(진흥회)는 지난해 12월 ‘운동하는 일반학생, 공부하는 학생선수’를 모토로 내걸고 출범했다. 지난 2012년 학교체육진흥법이 제정된 지 6년 만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공동출자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사장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진흥회는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공부하는 선수 육성, 체육수업 지원 등을 주요사업으로 추진한다.

이 처장은 학교스포츠클럽에 일반 학생들의 참여를 늘려 지금보다 더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신 학교운동부에 대해서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새로운 청소년 스포츠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운동선수로 성공하려면 공부는 접고 무조건 운동만 해야 한다는 잘못된 관행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했다.

우선 올해 축구, 농구, 태권도, 빙상 등 4개 종목을 대상으로 공부하는 선수를 위한 운동부 규정을 마련,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정규수업을 빠져가면서 시합에 출전하거나 밤늦게까지 훈련을 강행하는 등 학생선수들을 혹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합도 방과후나 주말, 방학을 이용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학교체육교육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정책도 추진된다. 체육교사들의 수업능력 향상을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수한 수업자료와 정보를 교사들이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이를 총괄하는 통합기구도 만들 생각이다.

올 여름에는 전국의 체육교사들이 참여하는 가칭 ‘대한민국 체육교사 축전’을 개최, 각자의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도 계획하고 있다.

‘운동하는 학생, 공부하는 선수’로 학교체육 혁신

올해로 교직경력 33년을 맞는 이 처장. 그는 중학교에서 체육교사 활동을 잠시 접고 3월 1일부터 임기 3년의 사무처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체육교사 연구단체인 전국체육교사 모임을 주도했고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리그제를 도입, 승패를 떠나 모든 학생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인물이다.

최근 불거진 성폭력 사건 등 인권침해 사례는 스포츠계의 흉한 민낯을 드러낸 것 같아 안타깝고 부끄럽다고 했다. 이 처장은 “체육계에 근절되지 않고 있는 폭력 성폭력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메달만 바라보는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하는 한 이같은 폭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생선수 인권보호 및 학습권보장, 운동부 지도자관리와 전문성 강화 등 학교운동부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검토, 혁신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학부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먼저 여학생들도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게 학부모들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직생활하면서 “‘여자애가 무슨 운동이야, 얌전하게 공부나 해’라고 핀잔 주는 학부모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며 “성별을 이유로 차별하는 잘못된 인식이 바로잡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아울러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학원을 뺑뺑이 도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스포츠를 즐기며 숨 쉴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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