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신학년 준비기간 사실상 백지화...교원노조 반발에 조희연 “자율로”
서울시교육청 신학년 준비기간 사실상 백지화...교원노조 반발에 조희연 “자율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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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학교들 부랴부랴 연수 일정 취소.. 교사들 “관료적 발상 철회” 다행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교원들이 새 학기를 맞아 직무연수 및 학교교육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3~5일간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을 운영하겠다던 조희연 교육감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일 밤 각급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운영 시기 및 방법은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통해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결정해 운영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학년별 협의회, 교과별 협의회, 학교안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이 가능하며 동학년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월 16일자로 발송된 교육청 공문에서 ‘2월 중 3~5일 동안 전입교원을 포한 모든 교원이 참석한 가운에 학교별 자체프로그램을 운영하라’고 주문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교육청은 연수시간 15시간 인정, 교원인사 겸임 처리, 학교교육계획 수립시 서울교육 정책 반영, 3월 학생집중의 달 운영 등 운영방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었다.

1월 공문에서는 운영 기간, 대상, 방법 등에 대해 교육청 지원사항을 상세히 제시했지만 2월 공문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모두 빠진 채 학교자율로 정하도록 내용이 바뀐 것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운영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교사들이 새학기 준비를 위해 일정 기간 학교에서 나와 근무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며 의미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의 소신은 한 달도 안 돼 학교 자율로 급선회 하면서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은 사실상 백지화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청관계자는 “복수의 교원노조가 교육청을 방문, 신학년 준비기간 단축 및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고 조 교육감이 이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한 교원단체는 11일 교사들에게 보낸 업무메일에서 자신들의 요구로 신학년 준비기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운영 계획을 마련했던 각급 학교는 혼란에 빠졌다. 교육청 말만 믿고 3~5일간 연수를 준비했던 학교들은 11일 부랴부랴 일정을 취소하고 이 같은 사실을 해당 학교 교원들에게 문자로 통보하는 등 수습에 진땀을 흘렸다.

서울 시내 A 초등학교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교사 직무연수를 취소했다. 교사들이 합의된 바 없다며 연수를 거부할 경우 마땅한 수단이 없이 자체적으로 철회했다. 이 학교는 3일간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28일 하루 교사들이 출근해 신학기 준비 시간을 갖는 것으로 정했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당초 예정대로 준비기간을 운영하고 싶어도 교사들이 이런 저런 사유로 출근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혀와 결국 모두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는 출근하고 누구는 출근하지 않을 경우 자칫 교사들 간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차라리 안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교장과 교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 관리자 입장에서는 솔직히 아쉽다.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통해 정하도록 하면 교사들 대부분이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표현은 자율이지만 실제로 3일 이상 한다는 것은 어려울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 고등학교 교사는 “어짜피 신학기를 앞두고 학교에 나가 짐 정리나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특정 기간을 정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관료적 처사”라며 “뒤늦게나마 교사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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