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SKY 캐슬, 우리들의 삐뚤어진 욕망의 자화상
[교육칼럼] SKY 캐슬, 우리들의 삐뚤어진 욕망의 자화상
  • 나성신 기자
  • 승인 2019.01.19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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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SKY 캐슬에 제대로 꽂혔다. ‘열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뒷맛이 영 씁쓸 하기만 하다. 도대체 이토록 사람들이 SKY 캐슬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SKY 캐슬’은 끊임없이 탐욕으로 얼룩진 우리의 그릇된 교육관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또 다시 처절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삐뚤어진 탐욕이 이번에는 어떤 괴물을 탄생시킬까. ‘SKY 캐슬’은 그에 대한 충실한 답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SKY 캐슬’에서는 드라마 초반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절도한 딸을 꾸짖기 보단 문방구 사장에게 돈을 쥐어주는 어긋난 모성애를 보여준 한서진(염정아)을 사람들은 오히려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한서진(염정아)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한서진(염정아)처럼 돈만 있으면 불법이든 편법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 아이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는 속마음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방법이 잘못 됐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그릇된 착각과 욕망이 그만큼 만연하다는 방증이다.

한서진(염정아)과 대척되는 인물이 이수임(이태란)이다.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는 교육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성적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행동으로 나서는 이수임(이태란)에 ‘민폐녀’라는 비난을 쏟아냈던 건, 어쩌면 그런 나의 욕망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이수임(이태란)이라는 캐릭터가 불편하고 짜증났을 테니까.

드라마 초반에 ‘SKY 캐슬’ 시청자들은 선의로 대표되는 이수임(이태란)이 아닌, 악역에 가까운 한서진(염정아)의 행동에 이해하고 공감하는 댓글과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언제부터 우리가 한서진(염정아)이라는 괴물에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스스로 괴물이 되기를 자처하고 있었나. 얼마나 이 사회가 삐뚤어지고 망가져가고 있었던 것일까. 우리나라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까지 피부로 와 닿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어릴 적부터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은 지 오래다.

지난 9년 간 전 정권 시절에 대한민국 교육의 기조는 ‘철저한 교육 서열화 시키기’였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일반고에 가는 아이들을 패배자, 일명 ‘루저’로 만들어 버렸다.

예전에는 초, 중학교 다닐 때 내내 놀더라도 고등학교에 가서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 됐다.

하지만 요즘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면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고등학교를 잘 가기 위해서는 우스갯소리로 초등 저학년부터 ‘고3’처럼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초등 5학년에 시작하면 늦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창 바깥에서 놀아야하는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려 노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강남에서는 방과후 놀이터에서 노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관리가 안 되는 아이로 치부한다.

비정상이 정상이 된 지 오래다. 수많은 학부모들은 이 방법이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차마 노선을 바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과도한 경쟁에 내 아이가 뒤처질 공포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SKY 캐슬’의 이수임(이태란)처럼 잘못된 시스템에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하지 않는다. 아니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사람들은 오히려 ‘오지랖’으로 폄하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성적비관으로 자살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뉴스는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까지 받아들인다. 으레 있었던 일이라 여기고 무관심하기까지 한다.

‘SKY 캐슬’이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된 건 0.1% 상위층이라고 하지만 그들과 너무도 닮은 우리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절대적으로 부모의 책임이다. 부모의 일그러진 욕망으로 아이들은 불안감을 장착한 채, 학원으로 내몰린다. 실컷 놀아야할 나이에 부모의 눈치와 허락(?)을 받아야만 놀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잠시 동안. 이게 답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들도 알지만 더욱 치열해진 경쟁 구도 시스템 안에서는 별 도리가 없다고 자위한다. 내 아이만은 아무문제 없을 거야, 괜찮을 거야.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공이 다시 우리에게 왔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제부터 패러다임을 다시 바꿔야 하지 않을까. SKY 캐슬이 이토록 뜨거운 건 우리의 삐뚤어진 욕망으로 가득 찬 자화상을 한번쯤은 되돌아봐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건, 부모의 일그러진 욕망의 끝은 절대 아이에게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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