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지도 너무 힘들어...” 중등교원 대거 명예퇴직 신청
“생활지도 너무 힘들어...” 중등교원 대거 명예퇴직 신청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9.01.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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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불안도 한몫...베이버부머 명퇴 러시 3~4년 지속될 듯

 

지난 2014년 공무원연금 파동으로 명예퇴직이 급증한 이후 한동안 정체기를 보이던 교원 명예퇴직이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7일 전국시도교육청에 따르면 모든 교육청에서 명예퇴직 신청인원이 작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초등보다 중등 교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등 교직에 대한 회의와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교원들이 교단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공무원 연금법 개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것도 명예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교육전문가들은 1958~1962년생 베이비부머 교원들의 명예퇴직이 본격화 되고 있다며 이같은 증가추세는 앞으로 3~4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올 2월 명예퇴직 신청자는 공사립 포함 1378명이다. 공립 1094명 사립은 284명으로 이는 지난해 2월 퇴직자 1149명에 비해 19.9% 증가한 수치다.

공립교원의 명예퇴직 신청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올해 유초중등 공립교원 명예퇴직 인원은 1094명, 지난해 871명에 비해 25.6% 증가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올 2월 부산지역 교사 554명이 명예퇴직 한다. 이는 지난해 1년간 명예퇴직자인 568명에 맞먹는 수다. 오는 3월 신규 임용만으로 명예퇴직자와 정년퇴직자의 자리를 채워야 하지만, 부산지역은 초등과 중등 모두 미발령 임용대기자가 1명도 없어 교사 수급난 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2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31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6명보다 67% 늘어난 규모다. 2017년 142명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경기도교육청은 올 2월 명예퇴직 신청자가 공립 875명으로 지난해 747명보다 128명 늘었다. 사립은 149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충북교육청은 7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 166명을 승인할 예정이다. 오는 8월 하반기 명예퇴직까지 고려하면 명예퇴직 규모는 2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지역 교육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영남권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북교육청은 올해 명예퇴직 신청자가 393명이다. 지난해 376명보다 늘었다. 경남교육청은 올해 명예퇴직 신청자가 초등 111명, 중등 268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초등 84명, 중등 206명 보다 30.9% 늘어난 규모다.

전남교육청이 7일 밝힌 명예퇴직 신청인원은 초등 66명, 중등 199명 등 모두 26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명예퇴직인원은 184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교원 명예퇴직이 늘어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교직환경의 변화를 첫손에 꼽는다.

서울시교육청 한 장학관은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외부의 요구사항은 많고 교권은 실추된 상태에서 학생들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어 졌다. 차라리 쉬고 싶다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교육청 장학사도 “학생 생활지도 때문에 교사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초등보다 중등교원의 명예퇴직 신청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사 A씨는 “교직생활 18년 동안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 교사에 대한 존경을 고사하고 욕설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20년만 채우고 명예퇴직하는 게 소망”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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