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조직개편 갈등 반발 격화...‘무늬만 슬림화’ 평가
서울시교육청 조직개편 갈등 반발 격화...‘무늬만 슬림화’ 평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8.11.27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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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통합지원센터 조직 축소..교원단체 “명분도 철학도 없다” 혹평

[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조희연교육감 2기를 맞아 추진 중인 서울시교육청 조직개편이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알맹이는 빠진 무늬만 본청 슬림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정보화과 폐지에 대해서는 내부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 철회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교원단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논평을 냈다.

특히 야심작으로 준비한 학교통합지원센터는 내부 반발에 부딪히면서 규모가 축소돼, 당초 공언한 학교 업무 경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서울시교육청 조직개편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우선 교육공간기획단과 교육정보화과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보여주기식 개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교육공간기획단은 이미 내년 초 폐지가 결정된 조직이고 교육정보화과 역시 2021년 이후 ‘교육정보기록관’(가칭)으로 조직과 기능이 이전될 예정이어서 이번 폐지 결정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폐지나 이전이 결정된 조직을 마치 본청 슬림화를 위해 폐지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기만행위에 가깝다는 혹평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시민교육과와 학교생활교육과를 하나로 묶어 평생교육국 산하 민주시민생활교육과를 두기로 한 것 역시 기존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개과를 통합한다 해도 이들 부서가 수행했던 업무들이 대부분 본청내로 흩어져 그대로 존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직개편에서 3개과가 폐지되지만 산하 팀 조직으로 현행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 한다.

일선 학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조직개편의 목적 또한 방향성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직원들은 학교 현장에 부담을 주는 각종 사업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면 조직개편도 사업부서 중심으로 단행돼야 하는데 현재 발표된 내용은 이 같은 목적과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무관은 “조직개편이 부서가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애먼 과들만 해체 운명을 맞았다”며 “정작 수술이 필요한 분야는 손대 못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교원단체는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철학도 명분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래인재를 육성을 위해 왜, 무엇을, 어떻게 조직 개편을 할 것인가에 대해 분명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무늬만 조직개편이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직개편은 반드시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중심으로 추진돼야 하며, 본청과 함께 11개 지역교육청 업무도 확 줄여야 학교단위책임경영제도가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이 야심차게 준비했다는 학교통합지원센터는 소리만 요란했을 뿐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12명으로 짜여진 과(課)단위 조직을 구상했지만 내부 논의과정에서 규모를 줄인 '팀' 수준으로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직들의 강력한 반발과 학교통합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세밀한 플랜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미봉적 대안에 그친 셈이다. 오히려 학교통합지원센터 설립을 두고 교육청 내 전문직과 일반직간 갈등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상처만 남긴 꼴이 됐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학교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체면만 구길 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8일 조직개편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교육청 안팎에서는 ‘이정도 수준이라면 (조직개편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냉소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일부 직원들은 개편안이 발표된 시점부터 새로운 갈등이 점화 될 것이라며 ‘조직개편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교육청 공무원노조는 이번 조직개편을 밀실 야합으로 규정, 28일 ‘조직개편안 저지 및 조희연 교육감 규탄 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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