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칼럼⓵] 과거의 천재들로부터 개인지도 받기
[박남기 칼럼⓵] 과거의 천재들로부터 개인지도 받기
  • 에듀프레스
  • 승인 2016.01.24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적인 투자 귀재 워렌 버핏과 점심을 먹는 행사가 매년 경매에 붙여지고 있다. 2012년의 경우에는 무려 40억원에 낙찰됐다. 살아있는 사람과 점심 한 번 같이 먹는 데 이렇게 큰 돈을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만일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부활해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행사가 있어서 경매에 붙인다면 어찌될까? 물론 말도 안 되는 가정이지만 사실이라면 천문학적인 값에 낙찰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실제로는 매일 부처님이나 예수님을 홀로 만나 그분들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더구나 아무런 돈도 들이지 않고서 말이다. 그것은 바로 그분들이 남긴 말씀을 읽는 것이다. 설령 그분들이 돌아와 가르침을 준다고 하더라도 경전 말씀에 무엇을 더하시겠는가? 경전에 쓰인 말씀이 곧 그분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자들이 매일매일 경전을 읽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과거의 천재들을 만나는 길 또한 그들이 써놓은 책, 즉 고전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논어는 2천500년 묵은 산삼이고, 성경은 2천년 묵은 산삼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매일 두 시간씩 고전을 읽는 것은 바로 위대한 천재들로부터 매일 두 시간씩 개인지도를 받는 것과 같다는 이지성 선생님의 이야기가 그럴싸하게 와 닿는다.

우리 육신은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매일 돼지고기를 주로 먹으면서 내 몸이 아름다운 향기 나는 풀로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이다.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를 만드는 음식은 무엇일까? 몸이 아닌 정신, 즉 나라는 존재를 결정짓는 것은 나의 뇌이고, 뇌는 매일 매일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져 간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건강한 몸을 갖게 되듯이 정신세계를 성장시키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나는 아름다운 인품을 가진 존재로 성장해갈 것이다. 뇌를 발달시키는 최고의 음식은 역시 다양한 직접경험이다. 그러나 직접경험은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최고의 간접경험이 바로 고전을 읽는 것이다.

내 경험을 통해 ‘꽃다발 그리고 화분’이라는 가르침의 비유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런데 명나라 홍자성이 쓴 ‘채근담’에 보니 “권력으로 얻은 부귀와 명예는 화병속의 꽃과 같고, 재능으로 얻은 부귀와 명예는 화분속의 꽃과 같으며, 덕망으로 얻은 부귀와 명예는 숲 속에 핀 꽃과 같다”는 더 세련되고 심도 깊은 비유가 있었다. 이 비유를 바탕으로 화병속의 꽃, 화분속의 꽃, 그리고 숲속에 핀 꽃과 같은 가르침이라는 새로운 비유를 다시 만들었다. 그 이후로 고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육신은 스무 살을 넘으면서 늙어가기 시작하지만 우리 뇌는 칠십 살까지는 지속적으로 발달해갈 수 있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몸에 좋은 식단이 입에는 쓰듯이 나라는 존재의 발달에 좋은 고전 또한 읽고 소화시키기가 어렵다. 어떤 식재료가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조리를 하지 않으면 소화시킬 수 없다면 일부 영양분이 손상되더라도 조리해 먹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전을 직접 읽기가 어렵다면 이를 소화시켜놓은 ‘다이제스트 고전’부터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기서 ‘다이제스트’는 단어 뜻 그대로 씹어서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자주 접하면서 고전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생각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면 이는 드디어 몸에 좋은 식재료를 복잡하게 조리하지 않고 원 맛을 느끼며 먹을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과 같다.

남이 하는 인문학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내 사유의 깊이를 더하거나 답을 찾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고전 읽기가 자신의 뇌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통찰하고 깊은 사고를 하는 힘까지 길러줄 때 우리는 드디어 ‘9시 뉴스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