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공교육정상화법, 선행교육과 사교육만 더 키웠다
[교육시론] 공교육정상화법, 선행교육과 사교육만 더 키웠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8.10.31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수

2014년 8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약칭 공교육정상화법)」이 제정된 이래 4년이 흘렀다. 이 법은 선행교육 규제를 통해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사교육비 경감 목적은 이미 실패한 것이 고등학생 사교육비 대폭 증가라는 통계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필자는 이 법이 무의미함을 이미 주장하였고, 이미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이 시점에서 4년 동안의 공교육정상화법 시행 결과, 대학입학제도 특히 대학별고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확인하고, 이에 근거하여 문제점과 보완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교육정상화법에 규정된 대학입시 관련 내용

공교육정상화법 제1조는 “교육관련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교육기본법」에서 정한 교육 목적을 달성하고 학생의 건강한 심신 발달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공교육정상화법에 규정된 대학입시 관련 내용을 모두 살펴보면, 제10조(대학 등의 입학전형 등), 제10조2(대학 등의 입학전형 영향평가위원회)가 있다. 그 핵심내용은 대학별고사가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입학전형의 선행학습 유발 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10조(대학 등의 입학전형 등) 제1항은 “대학별고사(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ㆍ구술고사, 실기ㆍ실험고사 및 교직적성ㆍ인성검사를 말한다)를 실시하는 경우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 또는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교육정상화법이 대입제도 변화에 미친 영향

공교육정상화법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란 단체가 주장하고,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이 동조하고 합의하여 만들어진 법이다. 전술하였듯이 선행교육 규제를 통해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제정되었고 또 그렇게 선전되었다. 하지만 대입과 관련한 실제 내용은 대학별 논술고사의 출제범위를 교과서 내로 한정하고, 난이도를 고교교육과정 수준으로 규제하자는 수준으로 한정되어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매년 주요 대학 대학별고사(주로 논술)의 공교육정상화법 위반을 지적하며 비난하고 있다. 그런 압박에 따라 2016년에는 “교육부가 '대학별 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12개 대학이 논술고사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히며,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조치하였다(KBS, 2016.09.20.). 2017년에도 “대학별 고사 실시 대학 중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서울‧원주 캠퍼스, DGIST, GIST 등 11개교를 공교육정상화법 위반 대학으로 확정했다. 대학이 2년 연속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 입학정원 모집 정지와 함께 총장 징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 시 감점 및 지원금 삭감 조치 등이 내려진다(한국대학신문, 2017.09.22.).” 이러한 조치에 따라 공교육정상화법이 대학별 논술고사의 출제를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으로 조정하게 하는 데 부분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4년 8월 공교육정상화법 시행 전후 교육부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에 나타난 대입전형의 변화를 근거로 하여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이 대학별고사 특히 논술위주전형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공교육정상화법 시행 이전에 발표된 2017학년도와 시행 이후의 연도별 대입전형의 변화에서 논술전형의 변화 추세만을 본다면, 학생 수로는 14,861명에서 12,146명으로 2,715명이 감소하였다. 선발비율은 4.2%에서 3.5%로 0.7%포인트 감소하였다. 하지만, 이 추세는 일정하지 않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2019학년도에는 전년도보다 소폭이지만 논술전형 선발 학생수와 비율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올해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전국 33개 대학의 전형을 보면, 전체 8만 6158명의 정원 내 모집인원 가운데 논술은 1만3314명으로 15.5% 비중을 차지한다. 이를 상위 17개 대로 좁혀서 보면, 5만 4992명의 모집인원 대비 7844명으로 14.3% 비중이며, 상위 17개 대 중 논술선발을 실시하지 않는 서울대와 고려대까지 제외하고 보면 16.3%의 비중까지 높아진다. 서울대와 고대를 포함하고 보더라도 올해 상위 17개 대학 입시에서 논술보다 비중이 큰 수시전형은 40% 비중의 학생부종합전형 외엔 없다(베리타스알파, 2018.05.09.). 이는 상위권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대폭 확대하고, 학생부교과전형을 최소화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하면, 공교육정상화법 시행 이후 일부 대학의 공교육정상화법 위반 판정과 재정지원 연계 등으로 논술 출제 범위가 교육과정 내로 한정되고, 난이도도 낮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논술전형의 비율이 의미 있게 줄었다고 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대입전형의 변화에 따라 사교육비가 경감되고,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일부 단체의 주장으로 학생부중심의 수시전형이 대폭 확대되면서, 고등학교에서 교과 내신성적 산출이나 학생부 기록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고, 각종 부정이 증가하고 있으며, 내신 교과•비교과•컨설팅 관련 사교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공교육정상화법 자체의 문제점과 해당 법률을 통한 학부모 국민 속이기

입법 목적 달성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공교육정상화법에 담겨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장하는 정책인과가설 자체가 애초에 타당하지 않다. 즉, 정책목표와 수단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교육관련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정책인과가설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등학생의 사교육비를 대폭 증가시키고 있는 것은 논술사교육이 아니라, 내신 교과•비교과•컨설팅 관련 사교육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장하는 대로 대입에서 수시 학생부(내신) 중심 전형 비율이 증가할수록, 선행교육•선행학습이 더 증가하고 그에 따라 사교육 부담이 더욱 커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장하는 대학별논술 축소 폐지가 교육적으로 타당하지도 않다. 필자 역시 대학별논술의 축소 폐지와 수학능력시험에서의 논‧서술형 문항 점진적 확대를 주장하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수능 절대평가와 수능 약화를 강조하면서 학생부중심의 수시 전면화를 꾀하고 있다. 논술과 수능 등 학교 밖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부정하며 교사권력 강화와 연계된 학생부중심 수시 전면화 주장은 교육적으로 타당하지도 않다. 학교 정상화가 아니라 학교 교육과 평가에서의 부풀리기를 키울 뿐이다. 또한 학교 밖의 객관적인 평가를 통한 교육 책무성 실현까지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주장이다.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의 축소, 그리고 이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는 단지 대학별 논술고사의 부분 개선이나 폐지로 달성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정상화법은 수시학생부(교과, 종합)전형 확대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를 마치 대학별 논술고사 때문인 것으로 일반 학부모와 국민을 속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럼으로써 대입전형에서의 지속적인 수시 확대, 그 중에서도 학생부전형 중심의 수시 확대를 공고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기존의 선행교육과 선행학습마저 아예 제도화(관습화)시키고 말았다.

더 나아가 그 과정에서 공교육정상화법은 어떤 입법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채, 학생부전형 중심의 수시 확대라는 사교육비 증가의 핵심 원인을 제공해 온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란 단체의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하였을 뿐이다.

향후 공교육정상화법의 처리 방법

최근 대입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학부모 국민들은 대입제도에 대한 이러한 허구적인 논리에 더 이상 속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고등학생 사교육비 증가의 핵심 원인을 학생부종합전형 확대로 들고 있으며, 불공정•불투명전형, 금수저•불평등전형인 수시학생부전형을 줄이고 정시수능전형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대입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참여단의 52.5%(과반수)도 정시수능전형을 45% 이상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공교육정상화법 시행 4년을 맞이하여 이 법의 한계와 폐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 법과 고등교육법의 대입제도 관련 조항을 연동하여 개정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률 개정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현재 사교육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수시 학생부(교과, 종합)전형의 비율을 축소하고 정시수능전형의 비율을 45% 이상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 나아가 수능 개선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입제도 개선과 공교육 정상화를 연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정책을 수립하거나 교육 관련 법률의 제정과 집행 과정에서 특정 교육단체에 의해 대부분의 학부모•국민이 속고, 정치권이 농락을 당하며, 그 결과 학생 학부모의 고통과 한숨이 커지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따르는 정책과 법률을 지향하는 민주공화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