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김상백, 학교는 학교다
[교육칼럼] 김상백, 학교는 학교다
  • 에듀프레스
  • 승인 2016.01.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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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반복되는 인사이동의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집과 가까운 학교로 이동하는 선생님, 좀 더 마음 편한 학교로 이동하는 선생님, 승진 가산점을 얻기 위해 이동하는 선생님, 바라는 교육 실현을 위해 이동하는 선생님 등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희망에 따라 이동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에 근무하는 것이 수명을 단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 마음이 불편한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편함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학교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사람에 대한 감정적 차원의 불편함인지를 살펴야 합니다.

 

학교 시스템이 문제이면 개인 차원에서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모든 학교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감정적인 차원의 불편함으로 학교를 이동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누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모든 사람이 한 사람을 불편해하는 경우입니다. 이 한 사람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다면 학교를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본인만 한 사람 때문에 힘들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힘든 원인이 본인에게 있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 원인을 스스로 깨닫거나 주변인들의 조언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학교를 옮겨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학교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위한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출간한 기쁨은 찰나였고 마음에서 아쉬움이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간 소식에 대한 선생님들의 반응이 다릅니다. 힘든 일을 했다는 격려도 많지만 책을 출간하면 인사이동 가산점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이 가산점을 위하여 책을 출간했다고 믿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씁쓸한 현실 앞에서 과연 우리가 학교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 학교를 옮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학교를 떠나야 되는 것이 옳지 않은가에 대한 극단적인 생각도 했습니다.

 

각자 처한 현실에 맞게 학교를 옮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선생이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를 망각하고 있다면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승진을 위한 벽지 가산점을 얻기 위해 학교를 옮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가산점 얻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은 안되겠지요? 책을 출간하는 목적이 이동 가산점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면 안되겠지요? 아이들의 바른 성장과 발전보다 편안함만을 쫓는 관리자를 찾아 학교를 옮기는 것은 안되겠지요?

 

가장 이상적인 인사이동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동반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보다 선생님의 편리와 가치 실현이 우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단지 선생님의 편리로 새롭게 만난 아이들이 학교가 좀 더 편리한 곳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며, 선생님의 가치 실현을 위해 새롭게 만난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해지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모든 학교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교육 기관입니다.

우리들의 이기 때문에 학교 본연의 목적이 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학교는 학교입니다.

글 김상백 ​경남 합천 쌍백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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