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교사의 눈물은 정당화 될수 있을까
[기자수첩] 여교사의 눈물은 정당화 될수 있을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8.06.26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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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 기자] 서울시내 한 사립 여교사가 검찰에 고발당했다. 지난 6.13 선거에서 특정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혐의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A 교수가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것을 보고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눌렀다. 5월 초, 보수와 진보진영으로 나뉘어 후보 경선이 본격화될 즈음이다. 

이후 수 십 차례에 걸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글에 ‘좋아요’를 보냈다. 그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6월 10일, 그는 서울시선거관리위원에 불려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선관위는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공선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6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그는 어쩌면 교직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며칠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멘붕 상태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마음은 불안하고, 잠은 못자고, 눈물만 계속 나고, 스스로 원망스럽다”고 했다. “아파트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데..” 말끝을 흐리던 그가 울먹였다.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 중립을 근간으로 한다. 때문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이 정치적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더구나 지역 교육행정의 수반을 뽑는 선거다.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좋다, 싫다’는 기본적인 의사표현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들다. 수업시간에 정치적 의사 표현이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면 또 모를까.

전교조 대변인을 지낸 송원재 교사는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잘못돼도 이만저만 잘못된 게 아니다. 제 정신 박힌 교사라면 울분과 치욕을 안 느낄 수 없다. 그 족쇄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 한 교사가 모진 풍파를 혼자 맞게 생겼다.”

서울교총도 26일 성명을 내고 “공직 수행 과정에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자로서의 정치적 이념수업 배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공직 수행 과정 외에 교원 개인에게 주어진 국민 주권인 최소한의 정치기본권은 반드시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학교운영위원에 정당인의 참여를 허용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누군가는 교육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들고, 누군가는 교사들에게 정치적 재갈을 물린다.

무심코 누른 ‘좋아요’에 여교사는 언제 쫓겨날지 모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런 ‘내로남불’식 가혹한 정의가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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