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유..배려..소신..한층 노련해진 조희연
‘[기자수첩] 여유..배려..소신..한층 노련해진 조희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8.06.14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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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이 달라졌다. 그는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 교육감 직선제 이후 서울에서 재선에서 성공한 첫 번째 교육감이 됐다. 재선 성공으로 초중등 교육의 주도권은 서울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육감은 영향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당선 기자간담회가 열린 1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201호. 조 교육감은 시종 여유가 넘쳤다. 전교조 법외노조, 무상급식, 자사고 폐지, 수능 절대평가 등 굵직한 현안 질문이 쏟아졌지만 가뿐히 받아넘겼다.

그는 전교조 법외노조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법원이 결자해지할 문제”라며 공을 넘겼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전교조 재판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꼬집어 대법원으로 화살을 돌린 것이다.

고교 무상급식 공약은 재원확보가 아킬레스건. 조교육감은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육청과 서울시, 각 구청이 5대3대2의 비율로 재원을 충당하는데 구청장들이 새로 선출되는 바람에 이제부터 새롭게 결정해 나가야 한다”며 슬쩍 비켜섰다.

무상급식에 천 억 원대의 예산이 든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단계적으로 실시할 수도 있다는 말로 뒷문도 열어 놨다.

14일 조희연 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의 박수 속에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서 쟁점이 됐던 자사고와 혁신학교 문제에 대해서는 ‘조용한 변화 일관된 혁신’이란 선거 슬로건으로 대신했다. 자사고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는 양보할 수 없는 주제이지만 혼란도 줄이고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조용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미 협상의 화두였던 CVID를 인용, “혁신교육감의 대거 당선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교육혁신정책의 큰 흐름을 이어가라는 주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하지만 반대하시는 분들의 목소리까지도 실현 방법상에 있어서 수렴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영달 후보의 완전 추첨제와 자신의 동시전형 방안을 결합한 형태를 자사고 해법으로 고려할 수 있음을 협치의 예로 들었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조교육감은 “교육부가 자사고 문제에 결단을 내리든지, 아니면 교육감에게 권한을 맡기든지 결정하라”며 권한 이양에 소극적인 교육부를 압박했다. 교육부가 권한만 주면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말도 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수능 절대평가에 대해서는 “교육개혁을 위해 평가혁신은 불가피하지만 자신의 권한 밖”이라며 예봉을 피해갔다.

일요일 학원 휴무제는 “기업형 학원과 중소 규모의 생계형 학원을 구분, 추진 과정에서 섬세하게 접근하겠다”고 말해 휴무제를 주장하는 교육시민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학원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련함을 보였다

함께 경쟁했던 박선영, 조영달 후보를 치켜세우는 승자의 여유도 드러냈다. 박 후보에 대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행정혁신 정책들이 많았다”며 참고할 뜻을 내비쳤고 조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답고 신사적이다. 득표율이 15%를 넘기를 기도했다. 에듀내비와 같은 미래형 공약은 과감히 수용하고 싶다”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조교육감과 조 후보는 창녕 조씨 문중으로 둘 다 남명 조식선생의 후손이다.

조 교육감은 이번 지방 선거에서 46.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내심 50% 이상을 목표로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현직 프리미엄과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압승, 북미 정상회담 성공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를 감안하면 현 정부를 대표하는 교육감으로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이는 지난 4년 서울교육이 시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조 교육감은 이날 당선 기자회견문에서 “지지자들의 기대와 갈망을 깊이 헤아리고 반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엄한 채찍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4년 후 그의 꿈이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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