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감의 조건

한국을 잘 알고 있는 세계 석학들에게 우리나라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하려면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지를 물었다. 대부분이 우수한 인재 양성만이 최고의 전략이라 했다. 국가 차원에서 긴 안목으로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볼 때, 한 달 후 이루어지는 교육감 선거는 비단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교육감을 선택해야 할까. 교육감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개방적이고 유연한 지도자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감은 교육에 대한 비전과 소신이 뚜렷하지만,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와 태도를 가진 지도자여야 한다. 교육감은 특정 세력이나 집단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정치적 이념을 펼치기 위해 학교와 교육을 이용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오직 학생의 참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교육감의 사명이다. 따라서 학생, 교사, 주민을 비롯한 교육 공동체의 힘을 모아서 지역의 교육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 보수든 진보든 자신이 어느 진영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선전하거나, 특정 집단이 밀고 있다고 떠드는 후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당선이 되어도 교육계에 갈등과 혼란만 야기할 것이 분명하다. 교육계에서 좌우 진영 간, 세대 간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이제 갈등과 혼란을 치유하고, 지역의 교육 공동체가 교육적 역량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도록 화합을 이끌어 내는 ‘화합형 교육감’이 필요하다.

미래 지향적 교육 전문가

미래를 디자인하는 교육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 교육이란 본질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과업이다. 과거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현재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사람은 좋은 교육감이 되기 어렵다. 이런 후보들은 대체로 우리 교육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보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구호를 앞세운다. 교육감은 다가올 새로운 세상의 모습에 비추어,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인기 영합만을 생각하는 후보들은 무엇을 새로 짓고 무엇을 추가로 나눠 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선보인다. 일시적으로 시원해보일 수는 있어도 미래가 없는 정책을 내세운다. 교육감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미래형 지도자인지를 알려면, 공약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미래로 나아가는 교육 전문가는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제시할 것이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각각의 교육 주체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안할 것이다. 줄어드는 학생 수가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서 교육행정체제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도 설명할 것이다. 미래 지향적 교육 전문가는 대중의 인기를 좇기보다 자신의 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생태계적 안목을 가진 리더

교육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움직임을 살피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안목과 태도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교육은 다른 사회 분야와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거시적 생태계’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의 목표는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게 ‘유의미한 학습 경험(significant learning experiences)’을 제공하는 것이다. ‘유의미한 학습 경험’이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 자신의 실제 삶과 맥락적으로 연계될 때 가능하고 살아있는 학습을 유도한다. 이렇게 살아있는 학습이 이루어질 때, 학생들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게 되고 사려가 깊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게 된다. 한편 사회적 개방 체제로서 교육은 우리 사회를 보다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 가는데 기여해야할 책무도 있다. 교육이 바깥 세상에서 유리되면, 하나의 사회 제도(social institution)로서 교육은 실질적인 수명을 다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감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반영하여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는 생태계적 안목을 지닌 지도자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이슈와 동향도 마찬가지다. 교육감부터 교육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을 알고, 우리 교육의 맥락과 여건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 생태계는 비단 국내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걸쳐있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정책 전문가

교육감은 산적한 교육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정책 전문가’여야 한다. 예컨대, 학생 절벽 시대를 맞이해서,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교원수급 문제를 풀어갈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고교 학점제처럼 파급 효과가 큰 정책을 학교 현장에 무리가 없이 체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고교 교육은 대학 입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대학 사회와도 소통할 수 있는 정치적 감각도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긴 안목과 시야로 정책을 만들고, 교사들과 소통하면서 학부모를 설득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맺음말

교육감의 역할과 중요성에 비추어,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선거비용을 공적으로 보전하는 ‘선거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정 득표 이상을 거둔 사람에게만 비용을 보전해주는 제한적 의미의 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특정 세력이나 집단의 지지를 사전에 확보하지 못하면, 즉 일정 득표 이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미리 서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선거에 쉽게 나서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제 역량이 있는 후보가 비용을 의식해서 선거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제도를 개선할 때가 되었다.

소수의 뜻에 따라 교육감을 뽑는 간선제보다 주민 의사를 직접 반영하고 정책적, 정치적 책임을 부여하는 직선제가 진일보한 제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에서는 역량이 부족해도 대중적 인지도나 인기가 높다는 이유로 선거에 나서거나 추대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선거 관리 당국은 유권자들이 교육감 후보자가 가진 역량과 공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마지막으로 교육감이라는 숭고한 자리를 정치적 성공을 위한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정치인이 더 이상 교육감 선거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보수교육감, 진보교육감이란 이념적 호칭을 몰아내는 것도 우리 유권자의 몫이다. 교육을 혁신하고 나라를 발전시키려면 교육감부터 잘 뽑아야 한다.

장재훈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