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해결 못할 고민은 없다
[교육칼럼] 해결 못할 고민은 없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8.02.2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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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세복 부산교육대학교 총장

나는 70년대 말에 대학생이 되었다. 체육교육과 학생이었던 나는 스키장이 몹시나 궁금했다. 당시 스키장은 강원도 평창이 거의 유일했다.

친구들과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스키장을 찾아갔다. 강원도 평창까지 버스타고 가는 길도 불편했지만 도착 후 스키 타는 일은 더 불편했다. 리프트가 지금 같지 않은 시절이었고 눈도 지금처럼 인공눈이 없던 시절이라 여러 조건이 열악했다.

당시는 실내빙상장도 매우 드물었다.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실내스케이트장이 거의 유일한 대중 실내 빙상장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강설량이 부족하면 인공눈으로 스키장을 운영하며 스키장도 여러 곳으로 늘어났다. 실내 빙상장 또한 전국에 수십 곳이다.

고리타분한 이야기 같을 수 있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인 중년이상의 사람들에게, 겨울은 참으로 추웠다. 방안의 물이 밤새 꽁꽁 얼어붙는 경험을 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방안의 물이 얼지 않고 스키장과 실내빙상장이 많이 생긴 것은 아마도 경제·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이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결과이리라. 그 과정에 한국의 겨울스포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2018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었다. 2108년 2월 9일 개막하여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까지 계속된다. 전지구인의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다. 올림픽은 우리에게 즐거운 축제장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고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고민거리란 청년 실업, 불안한 국제정세 등의 미해결 문제가 있는데 게다가 적자 올림픽에 대한 걱정도 있는데 잔치를 벌일 형편이 되느냐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적자올림픽이 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하고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서 올림픽을 통해 경제가 더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이런 대비 못지않게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넉넉함도 필요하겠다.

세계 10대 무역국인 선진강국으로 인류에게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장을 마련해 주었다는 넉넉함도 필요해 보이는 싯점이다.

다른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인류는 서로를 돕는다. 지진이 나거나 수해를 입은 외국에 구호물자를 보내거나 구조대를 파견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이런 점은 지구촌 누구나에게 그리고 세계 선도 국가에게 더 강하게 주어진 책무다.

20세기 중후반에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았던 우리이지만 지금은 여러 나라에 원조를 보낸다. 게다가 세계 13위 정도의 무역 국가이고 2017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9천7백 달러다.

인구 5천만이 넘는 국가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정도 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7개국에 불과하다. 이런 수준의 대한민국이 돈을 내어 인류평화를 위해 잔치를 벌이는 일은 결코 부끄러울 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적자의 올림픽이 되더라도 해결능력도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단일팀이 만들어지고 경색되었던 남북관계, 북한과 세계와의 관계가 화해와 평화의 국면으로 변환될 조짐도 없지 않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올림픽에는 패럴림픽도 열린다. 인류애를 실현하는 장이 올림픽이기도 하다.

패럴림픽은 6개 종목에 걸쳐 진행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은 15개 종목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참가국은 93개국이고 참가인원은 2,925명이다. 수여를 기다리고 있는 메달은 306개이다. 올림픽 정신은 공정한 경쟁이고 인류가 서로 우의를 다지고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어떤 메달을 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치열한 예선을 치르고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 중에서 특정 메달을 딴 선수에게 경의를 표하고 축하를 보내는 일은 나쁘지 않다. 메달의 색깔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던져 올림픽에 집중한 그 정신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제자들과 많은 젊은이들의 여러 가지 고민을 본다. 올림픽이 축제의 장이면서 고민의 장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젊음이라는 빛나는 시간이 고민의 시간이 되기도 하는 점이 안타깝다. 내게 이 문제를 해결한 비책이 없는 점에 속상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을 보면 차라리 방안의 물이 꽁꽁 얼던 시절을 견디기가 더 쉬웠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지만 과거의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와 실력으로 무장한 요즘 젊은이들, 빛나고 아름다운 청춘이기에 고민을 해결할 힘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겨준 임효준은 운동을 포기했어야 할 정도의 수술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올림픽 쇼트트랙 1500미터의 메달은 세 명에게 주어지지만 우리 젊은이 모두는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메달을 따는 동량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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