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교장의 자전적 기록 <교육은 돌봄이다> 출간
이대영 교장의 자전적 기록 <교육은 돌봄이다> 출간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8.02.0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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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자기만의 색으로 빛나는 사람이 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37년간 교육현장을 돌보며, ‘가르치는 자의 길’을 걸어왔던 이대영 교장. 그는 최근 자서전적 기록 <교육은 돌봄이다>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교육철학을 내면화했고, 실천해왔는지 담담하게 풀어냈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많다.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하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이랬으면 좋았을걸’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교육전문가가 된다. 꼭 교사나 교육행정공무원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대한민국에 ‘교육전문가’가 넘쳐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인이 학교에 다닐 때는 학생의 관점에서 교육전문가가 되고, 본인이 자녀를 낳아서 키우면서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교육전문가가 된다. 학교 근처에서 가게를 하고 있으면 또 자연스럽게 나름의 교육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교육’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현안 과제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은 돌봄이다>의 책 구성과 내용은 참신하고 재미있다. 저자 혼자만의 교육철학과 교육실천과정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학생・학부모・학교 앞 커피전문점 사장・언론인・동료교사 등 저자와 인연을 맺었던 지인 30명의 ‘교육 고민’과 ‘교육철학’이 함께 엮여 있다. 마치 여러 편의 수필을 읽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아, 그래. 이런 문제가 있지’라는 공감과 ‘아, 이런 방법으로 풀어낼 수도 있구나’라는 감탄을 하게 된다. ‘내가 다니던 학교도 이랬으면 좋았을 걸’하는 아쉬운 탄식과 함께.

교육철학 ❶ _ 낮은 교장실 문턱, 부러운 교장실 앞 소통 편지함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대영 교장은 한번 ‘필’이 꽂히면 ‘방법’을 생각해냈다. 관심을 가지면 필요한 것이 보이고, 필요하다면 해내야 했다. 이 교장의 첫 번째 교육철학은 ‘교육은 돌봄이며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이, 교사가 학교에 와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돌봐야 하며, 이는 솔직하게 소통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장의 교장실 문턱은 매우 낮다. 학생들은 교장실을 스스럼없이 드나든다. 학생들이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살피기 위해 교장실 앞에 소통 편지함도 내걸었다. 학생들은 화장실 문고리가 떨어졌다, 계단이 미끄럽다, 출입문이 빡빡하다 등 쪽지를 적어내기 시작했고, 이 교장은 거의 모든 사연을 들어줬다. 수능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교복이 아니라 편한 복장으로 등교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의 권위를 생각하는 교장 이전에 학생을 돌보는 ‘아버지’의 마음이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피 학교였던 서초고는 선호 1순위 학교가 되었고, 학부모는 ‘무조건 믿고 따르는’ 최고의 조력자가 되었으며, 그런 돌봄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맘껏 펼치며 ‘미래’에 집중했다. 이처럼 이 교장이 교육현장에서 ‘돌봄’을 실천하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노하우가 <교육은 돌봄이다> 제 1장 교육에 담겨있다.

교육철학 ❷ _ 깊은 울림을 주는 실천적 나라 사랑

이 교장의 나라 사랑은 깊숙한 울림을 준다. 말로만 독도 사랑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본적을 독도로 옮기고 ‘위안부’를 잊지 말자며 공허한 외침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에 ‘소녀상’을 건립한다. 서초고등학교는 고등학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최고의 고등학교이다. 이 교장은 ‘치욕의 역사는 반성도 담겨있다. 역사를 동해 치욕과 반성을 배운다면 더없이 훌륭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소녀상 건립의 의의를 설명한다.

탈북 가수이자 학부모인 한옥정 씨는 이 책에서 “이대영 교장은 우리의 아팠던 역사를 이지 않으시는 분으로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애들한테 솔선수범하는 선생님이시기도 하다. 특히, 평화의 소녀상을 보았을 때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엄청나게 많은 학교들을 방문했는데 주변에 이런 학교가 없었다”고 썼다.

교육철학 ❸ _ 탁상공론이 아닌 실천력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교육자의 책임

이 교장은 2011년과 2012년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을 2번 하는 진기록을 세운 탁월한 행정가이기도 하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장래희망이 교사였던, 다음 생에도 또 교사가 되고 싶다는 ‘천생 교사’이다. 고3 때 딱 한 번 아버지의 희망진로인 ‘군인’을 쓴 적 말고는 늘 장래 희망란에는 ‘교사’가 적혀있었다. 처음 중랑중학교로 발령받은 이후 성동고, 구정고등학교, 금옥여고, 수도여고 등 교육현장에서 거쳐 장학사, 장학관, 교육부 대변인, 서울시부교육감 등 교육행정가의 길을 13년간 거쳤다. 그리고 다시 교사 본래의 자리인 ‘학교현장’으로 돌아왔다.

학부모 김유미 씨는 “솔직히 부교육감을 하셨던 분이 학교에 오신다? 잠깐 거쳐 가는 곳으로 생각하시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감도 느껴졌다. 저분이 왜 우리 서초고를 왔을까. 그냥 다음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오셨을 것 같았죠”라고 처음 인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교장은 달랐다. 울타리에 장미가 피고, 낡은 곳은 수리가 되고, 급식이 바뀌었다. 외부 컨설팅 사람들을 초빙해서 일회성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진로 컨설팅도 했다. 학교의 변화는 실감 나게 느껴졌고, 서초고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해보기는 했어?”는 고 정주영 회장의 유명한 말이다. 이 교장 역시 ‘한번 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안석배 조선일보 기자는 “이대영 교장이 가장 빛났을 때는 일선 학교 교장으로 학교를 가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초고와 무학여고에서 단기간에 학교 분위기를 일신하고, 선호학교, 명문고교로 바꿔놓는 것을 보고 사실 적잖이 놀랐다. 행정가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을 때 관료로서 유능은 하지만 현장성은 어떨까 의문이었는데 교육의 현장인 학교가 변하는 걸 보면서 이런 사람이 한국 교육을 위해 더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회상했다.

결국, <교육은 돌봄이다>

매일 먹던 평범한 어머니의 밥상이 가장 힘든 순간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그 안에 담긴 진심’이 필요해서 일 것이다. 학생들이 매일 만나는 교사의 마음에도 진심이 담겨있을 때, 아이들은 행복해지고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교사’로서 달려온 이대영 교장의 <교육은 돌봄이다>는 한 사람의 자서전적 이야기라기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이며,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이며, 교육 관리자들이 갖춰야 할 소양과 덕목이 담담하게 기록된 ‘교육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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