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 재앙 막겠다”.. ‘미스터 클린’ 김승환, 전북교육감 출마 선언
“전북교육 재앙 막겠다”.. ‘미스터 클린’ 김승환, 전북교육감 출마 선언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8.02.01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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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행복 위해 부당한 권력에 저항.. 학생-학교가 원하는 교육 하겠다"

가장 청렴한 교육감으로 정평이 난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오는 6월 교육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렸지만 ‘털어도 먼지 한번 안나’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다.

김 교육감은 지난 25일 <에듀프레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희망을 위해 학생과 학교가 원하는 정책,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이 넘쳐나는 교육 현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이 행복한 전북교육, 학생들의 꿈을 지켜주는 전북교육이 그의 모토다. 실제로 그의 집무실 책상 위에는 어린학생들이 그린 색종이 그림과 삐뚤빼뚤 꾹꾹 눌러쓴 교실이야기(사진)가 장식돼 있다.

한시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인 셈이다. 그는 이번 교육감선거를 부패한 기득권의 부활과 촛불 시민혁명 계승의 대결로 보는 듯 했다.

-차기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좀 이른 감이 있는데.

“촛불혁명은 부패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런데 그 촛불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또다시 부패한 권력이 꿈틀댄다. 6월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전북의 기득권 세력이 뭉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교육자치가 아니라 부패한 ‘그들만의 리그’다. 전북교육에 재앙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 재앙 수준인가.

“자칭 보수의 결합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더러운 먹이사슬의 부활을 노린다. 그들이 부정한 커넥션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움직이는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교묘하게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진보교육을 흠집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허위사실이란 게 뭔가.

“사실 출마를 서두를 생각이 없었다. 출마 여부와 관련해 지금껏 아내에게도 말한 적 없다. 그런데 교육감 재임하는 동안 커피 한 잔 마신 적 없는 사람이 내게 들었다며 불출마 운운하고 온갖 음해를 한다. 내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간절해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전북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퇴 시점은 언제쯤인가.

“ 행정공백은 최소화 할 생각이다.”

-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가장 깨끗한 교육감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평생 학자로 사는 것이 꿈이었다. 정년을 맞아 대학문을 나설 때 뒷모습이 아름다운 교수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레 전북교육의 실상을 알게 됐다. 우리교육이 이 정도로 부패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올바른 교육현장을 만들어야겠다는 거창한 포부까지는 아니어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북교육의 혁신을 바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 교육감이 됐고 두 번의 임기동안 털끝만한 부정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대표적 진보교육감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 두 정권에서 미운털(?)이 박혀 갖은 고초를 겪었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사정기관을 통해 뒷조사까지 했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검찰에 17차례 고발당했다.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했나.

“ 잘못이 있다면 ‘아닌 건 아니다’라고 말한 것 뿐이다.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제대로 된 교육하자는 게 뭐가 잘못인가. 악한 정권과 맞서면서 마음 고생도 했지만 고발당하면 한 번 더 싸우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들은 끝내 날 가둘 수 없었다.”

- 교육감 신분으로 집권 세력과 맞서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 교육감 자리하나 지키려고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야 하는가. 그러려면 교육감직을 내놔야 한다. 지난 대선 전 전주에서 우연히 문재인 후보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문 후보가 내게 ‘우리 학번(72학번)에서 아무 이상 없이 대학을 졸업했다면 죄스러운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더라. 우리 또래 수많은 학생들이 희생됐는데 변호사로, 교수로 잘 살아가는 것에 부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70~80년대를 살았다면 누구든 어느 정도 부담을 안고 산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맑고 아름다운 눈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 인터뷰 내내 ‘아이들’이 화두다. 교육감에게 아이들이란 무엇인가.

“ 그들은 어른과 달리 존재 자체가 신비고 존재 자체가 특별한,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진실이다. 그래서 항상 아이들을 정중하게 잘 모셔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사실 이전 정권들과 다툰 것도 맨 마지막 지점엔 아이들이 있었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징계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해 대학진학이나 취업에서 불이익을 주라는 교육부 훈령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주호 교육부장관에게 ‘한 번도 안 싸우고 크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 같은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도 싸우면서 크는데 어떻게 이렇게 무서운 일을 하려 하느냐. 난 못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보수언론과 합작해 날 가해학생이나 두둔하는 못된 교육감으로 만들어 버리더라. 일제고사 폐지에 찬성하는 시국선언 교사들을 징계하라는 것을 거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나선 분들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선생님을 강제로 떼어놓으려는 처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김승환 교육감 집무실 책상 위에 초등학생들이 쓴 듯한 일기와 그림들이 놓여있다.

- 많은 교육감들이 학생중심교육을 외치고 있지만 말 뿐인 경우가 많다. 반면 전북은 철학과 행동이 일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율적인 존재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내 힘으로 생각하고, 내 힘으로 결단하고, 내 힘으로 책임지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전북교육의 핵심 가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실 수업부터 달라져야 한다. 물론 지금도 많은 교사들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교실수업은 역동적인 수업이 돼야한다. 교실은 창의성이 맘껏 피어나는 공간이 돼야 한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구분돼 있는 교실이 아니라 모두가 말하는 사람이고 모두가 듣는 사람이 되는 교실 말이다. 그게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수업이고,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수업이다. 교실에서 10개를 배우면 10개 모두 그대로 삶에 적용되는 그런 수업을 우리는 추구해야한다.”

- 교사들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다. 그런 수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

“맞다. 교사들 스스로 자율적인 존재라고 자부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교사들의 자율성을 가장 가로막는 주체는 교육감이었다. 일방적인 지시를 통해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게 교사들을 움직이려한 그릇된 생각을 가진 교육감들이 많았다. 교육의 자율성 측면에서 보면 교육감 자리에 원죄가 있다고 본다. 나 역시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원죄를 덜어내는 데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

- 교육의 자율성을 높일 복안이 있다면.

“앞으로 유초중등 교육 권한이 시도교육청으로 넘어온다. 이 작업의 핵심은 학교 자치다. 학교의 일은 학교에 맡겨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교육부가 쥐고 있던 수많은 지침과 권한의 상당수를 과감하게 지워버리겠다. 학교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만 학교로 넘길 생각이다. 학생과 학교가 원하는 정책을 하겠다.”

- 문재인정부 교육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 김상곤 교육부총리에게 두 가지를 기대했다. 하나는 인적청산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다. 그런데 둘 다 아직은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우선 지난 두 정권에서 교육을 병들게 했던 ‘나쁜 관료’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오히려 회전문 인사를 통해 화려한 귀환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개과천선이란 없다. 스스로 결단하게 해야 한다. 또 하나, 지금처럼 느슨한 교육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이끌어 갈수 없다. 교육부총리가 잘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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