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흥미 있으면 정보보안 전문가 도전을”
수학에 흥미 있으면 정보보안 전문가 도전을”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7.12.2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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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대학] 국민대 정보보안암호수학과를 찾아서

어떤 의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암호에서 승부가 갈렸다. 독일이 자랑하는 에니그마(Enigma)라는 암호체계를 연합군이 풀어내면서 전쟁은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 에니그마는 자판 하나를 누르면 원판이 돌면서 누른 자판과 연결된 램프가 켜지는 원리로 구성되었다.

만들어야 하는 문장을 타자하고 겉보기에 아무런 뜻도 없는 난해한 글자들로만 나타난 그 문장들을 무전기로 전달하여 전달받는 쪽에서 처음 암호를 만들었던 방법과 같은 방식으로 타자해 해독 작업을 진행하게끔 되어있다.

당초 독일군은 자신만만했다. 누구도 이 암호체계를 풀 수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영국은 이를 해독했고 대서양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전세를 역전시키는 승기를 마련했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암호의 세계를 공부하는 학과가 국내 대학에 개설돼 주목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국민대 정보보안암호수학과.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정보보안학과이다.

정보보안암호수학과가 국민대에 만들어진 것은 2017학년도부터. 올해 첫 신입생을 뽑았다. 암호학은 수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종전까지는 수학과에 속해있었다. 하지만 늘어나는 정보보안 수요를 반영하고 뭔가 특성화된 학과가 필요하다는 대학 측의 판단에 따라 정보보안 인력을 양성하는 독립된 학과로 탄생했다.

무엇보다 사이버 환경 변화에 따른 보안 취약점이 대두되고 범죄 및 테러 위협에 대비한 인적자원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사실 정보보안(Information Security)은 의학처럼 워낙 범위가 넓어서 특정 기술과 장비만으로 100%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100명의 경찰이 1명의 도둑을 잡기 힘들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IT 세상이 워낙 넓은 만큼, 보안상의 허점은 너무나 많고, 그 모든 것들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가 요구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보보안암호수학과는 정보보안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를 길러내는 학과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정보보안 전문가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암호학(cryptology)이다. 암호학은 암호(cryptography)와 암호 해독(cryptoanalysis)을 연구하는 정보 보호 이론과 기술에 대한 학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암호를 보내고 이를 푸는 방식이다. 예컨대 송신자가 수신자에게 보내고 싶은 통신문을 그냥 봐서는 알 수 없는 암호문으로 변환하는 조작을 암호화(encryption)라고 한다. 반면 암호문을 다시 본래의 글자로 바꾸는 것을 복호화(decryption)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메일도 이 같은 암호학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문장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송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 내용이 암호화되어 암호물로 전달되고 그것이 해독이란 과정, 즉 복호화를 거쳐 우리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금융거래 때 사용되는 공인인증서도 암호학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케이스다.

공인인증서 암호는 암호체계에서 가장 유명한 알고리즘인 RSA 체계를 사용한다. 공인인증서 로그인할 때 비밀번호를 입력하는데 이때 비밀번호가 그대로 입력되는 게 아니라 함수를 이용해서 암호화 돼 저장되는 것이다.

암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우선 현재의 정보통신 사회를 지켜내는 암호기술은 90% 이상이 수학에 기반하고 있다. 암호학의 모든 원리가 수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학과다. 실제로 배우는 교과도 선형대수, 정수론, 대수학, 확률론, 통계학 등 고급수학이 전공의 핵심을 차지한다.

1학년 때는 정보보호개론과 암호학개론 등 보안 관련 내용과 미적분과 같은 수학의 기초적인 분야를 배운다. 이어 2,3학년으로 올라가면 고급수학과 함께 실제로 암호를 구동하기 위한 카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운다. 아울러 요즘 뜨고 있는 디지털포렌식도 중요한 과목으로 꼽힌다. 디지털포렌식이란 컴퓨터나 노트북, 휴대폰 등에 저장된 정보를 분서해 범죄의 단서를 찾아내는 것이다. 주로 수사기관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지워버린 문자메시지나 통화내역 등을 그대로 복원해 내는 기술이다.

국민대 정보보안암호학과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탄탄한 교수진을 자랑한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한동국 교수는 부채널 공격 부문에서 우리나라 톱클래스 전문가다. 금융정보보안학과 대학원장으로 있는 이옥연 교수는 암호모듈검증제도(CMVP:Cryptographic Module Validation Program)의 권위자다.

CMVP는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비밀 이외의 중요 소통 자료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보호 제품에 탑재해 암호키의 위·변조, 훼손을 막는 시스템이다. 또 김종성 교수팀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주최하는 ‘2017 국가암호공모전’ 시상식에서 논문분야 최우수상을 거머쥐는 등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교수와 학생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실력을 인정 받다보니 졸업 후 진로도 말 그대로 ‘꽃길’이다. 학교 측은 취업률 100%를 자신하는 눈치다.

김종성 교수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금융정보보안학과(대학원) 선배들의 경우 졸업생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며 “국가보안기술연구소,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같은 국가기관과 스마트카드 기업은 물론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 등에서도 우리 학교 출신들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에 따라 정보보안 산업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어 이에 따른 인재 육성이 매우 시급해졌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안전하게 지켜낼 창의력과 경쟁력을 갖춘 더 많은 융합보안 전문가를 필요하고 있어 취업 전망이 매우 밝다”고 자신했다. 올해 현재 국내에는 학부, 대학원을 합쳐서 50여개의 정보보안 관련 학과가 있지만 4년제 대학에 정보보안암호학과 개설된 것은 국민대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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