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교육감을 초중등 교육에 돌려줘라"
[기자수첩] “교육감을 초중등 교육에 돌려줘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12.13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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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3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다. 꼭 6개월 남았다. 초중등 교육의 명운을 가를 선택을 앞두고 벌써부터 자천타천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전직 고위관료와 대학총장, 교수 그리고 교장과 평교사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다. 이들 중 누가 민선 교육자치 4기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지금껏 교육자치의 안방은 교수들의 몫이었다. 선거운동이 자유롭고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기회가 비교적 많았던 탓에 쉽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교수라는 직함이 주는 막연한 프리미엄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교수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사회 곳곳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일까? 교육감 주민 직선이 실시되자 교수들은 경쟁적으로 교육감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2014년 6월 치러진 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교수 출신은 8명이다. 서울은 내리 세 번 대학교수들이 교육감을 맡았다.

그동안 우리교육을 괴롭힌 가장 큰 고민은 현장과 유리된 교육정책의 남발이다. 신자유주의 이론을 같다 붙여 학교를 온통 경쟁판으로 만들고 인권을 내세워 교권을 몰락시켰다. 섣부른 교육정책들은 또 얼마나 학교 현장을 힘들게 했던가. 진보니 보수니 하는 진영 다툼이 갈수록 심화된 것도 교육수장이 책으로만 교육을 공부한 논객들로 채워진 탓이 크다.

물론 교수출신 교육감들이 교육자치의 이론적 토대를 갖추고 빠르게 정착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선도적인 교육정책으로 지역주민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가장 청렴한 교육청을 만든 교수 교육감도 있다.

하지만 이제 초중등 교육은 초중등 교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됐다. 우리 교육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삼빡한 이론도 아니고 현란한 조어(造語)로 포장된 사업도 아니다. 아이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원하는, 그들에게 꼭 맞는 교육인 것이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아픔도 감싸주는 세심한 ‘행정의 손길’이 요구되는 곳이 우리 교실이기 때문이다.

교육감에게 요구되는 조건은 명망과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초중등 교육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고 어떤 길을 걸어왔느냐 하는 살아있는 이력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초중등교육에 대한 스토리가 있는 교육감이어야 하는 것이다. 백마 타고 들판을 돌아다니는 초인이 아니라 함께 밭을 갈고 땀을 흘렸던 ‘우리’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교육부가 초중등 교육을 시도교육청에 이관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동안 교육부가 쥐고있던 80개의 사업들을 폐지하고 권한을 이양한다고 한다. 서울시교육감을 지낸 곽노현 전 교육감이 요즘 교사의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 그의 바람이 이뤄져 초중등 교원도 대학교수처럼 교육감 선거에 마음 놓고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교육자치도 이제는 내용이 달라져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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