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교사를 위한 교무수첩] 교실에도 밀당이 필요해요
[새내기 교사를 위한 교무수첩] 교실에도 밀당이 필요해요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7.09.16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김미리 세그루패선고 교사

어느덧 시월, 교단의 시월은 체육대회, 작품전시회, 축제 등의 이름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시기이다. 수업시간에 보여줬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활기찬 표정으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역시 아이들은 가르치지 않을 때, 스스로 경험하게 할 때 행복해 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처음 교단에 섰을 때가 떠오른다. 잔뜩 긴장하고 들어선 교실. 교감선생님의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중딩들이 가득한 교실에 혼자 남았을 때 머릿 속이 휑해지면서 적지에 떨어진 포로가 느끼는 공포감이 바로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첫 수업. 내 시선을 어디에다 주어야 할지 모른 채, 준비해간 지도안의 내용중에서 어떤 것을 가르치고 어떤 것을 놓쳤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가르치는 수업으로 45분을 해나갔던 것 같다. 그 첫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그 시간이 무척 길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그 학생들도 내 수업이 몹시 길게 느껴졌을 것이란 거다. 중딩의 집중력 크기로 미루어볼 때 신규교사의 45분간 수업내용은 중딩들에게는 형벌에 가깝지 않았을까? 가끔은 수업내용과 동떨어진 내 이야기도 해가며, 아이들의 관심사 이야기도 해가며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수업해도 좋았을 터인데 그 당시 ‘신규교사’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었다.

담임교사가 되어 처음으로 운영하는 학급경영도 마찬가지였다. ‘신규교사’라는 티를 절대 내서는 안 된다고 꾹꾹 다짐하면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단호한 목소리로 학생들을 대했었던 것 같다. 내 반 학생이 다른 교사로부터 지적을 받으면 바로 불러다 상담(?)을 하고 속 상한 내 맘을 표출했었다. 내 반의 모든 아이가 전부 숙제도 다 해오고, 회신서도 제 날짜에 다 가져오고, 학습준비물도 다 챙겨오고, 교실청소 같은 사소한 책임감도 다 하고, 예의도 바르고, 내 수업 시간에 딴 짓 하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에도 나는 ‘왜 학생들이 이런 사소한 것도 챙기지 못할까?’ ‘1등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숙제라는 기본적인 것조차 하지 않다니’하며 속을 끓였었던 것 같다.

연애에만 밀당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도 밀당은 있어야 한다. 가볍게 아이들의 관심사를 꺼내들고, 아이들과의 래포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다. 특히 학급을 끌어갈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숙제 여부나, 교과서 준비 여부, 날마다 쏟아지는 각종 회신서 제출여부, 지각이나 무단결과, 친구 사이의 사소한 오해, 갈등을 다루는 서툰 해결방식, 욱하는 감정들, 이 모든 생활모습의 한 단면들을 일일이 다 지적하고 훈육한다면 어떨까? 아이들은 교실이 싫어지고 담임이 싫어질 것이다. 학교에 오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을 것이다. 교사의 바램대로 모범적인 아이로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바램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가정상황 속에 처해있다. 그들도 가정에서 때로는, 그리고 지속적이기도 한 상처를 받은 채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인데 교사는 그 속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급히 훈육에 임하는 경우, 아이들과의 관계는 멀어지고 만다. 훈육, 그 이전에 그 행동을 야기한 상황을 들여다봐야한다. 옳고 그름보다는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알고 있다. 다만 사춘기 감정에 빠져서 뻐팅기며 우기고 있을 뿐이다. 아이가 훈육을 거부하며 뻐팅길 때에는 어른인 교사가 잠깐 한 발을 빼고 철없는 어린아이 응석을 대하듯이 조용히 “응~~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해야 한다. 그것이 힘들다면 잠시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좋다. 화장실이든 운동장이든 잠시 나가서 뻐팅기는 아이와의 갈등상황을 벗어나 보는 것이 교사가 감정적 훈육에 빠져들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밀당 !!! 내가 내 반 아이들이 꼭 가졌으면 하는 가치관 한 두 개를 선택하자. 신학기가 되면 급훈을 정하지 않는가? 그 급훈에 해당하는 가치 한 두 가지에만 집중하고 그것에 대해서만 일관성 있게 훈육하자. 그리고 나머지 바램들은 저 멀찌감치 버려두고 슬쩍 슬쩍만 언급하자. 가끔은 눈 감아주고 (이 때 교사가 넓은 마음으로 눈감아준다는 것을 학생이 꼭 눈치채도록 하자), 가끔은 웃는 얼굴로 말 한마디 해주고 (어~~~이건 아니지~~~), 그러다가 더 반복되는 그릇된 언행에는 진지하게 내 마음의 힘듦을 이야기 하자. “너가 자꾸 회신서를 안 가져오니까 내가 제 시간에 업무를 끝마칠 수가 없어서 힘들어, 우리반이 제출을 못하면 학년 전체도 그 일을 진행을 못하니까 다른 샘들 보기도 미안하고 말야. 어쩌면 좋냐?”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을 던질 때 아이들은 진지하게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자주 일어나는 언행에 대해서는 시스템으로 확립해두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비속어나 욕설을 했을 때에는 예쁜 우리말 3개 찾아서 안내문 만들어 게시하기, 지각하면 30분씩 남아서 자습하고 공부한 흔적 검사 맡기, 선생님 도와주기 등 등. 이런 것도 학기 초에 아이들에게 서로 협의해서 정해두도록 하면, 교사와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학급자치를 실천할 수 있다.

신규교사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알아가고 느껴가는 그 시간이 정말 소중한 자산이다. 아이들에게 “나 신규야! 너희들이 나를 도와줘야해. 너희들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내 인생의 첫 제자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할 수 있도록 너희들이 나를 도와줄 거지?”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것, 이것은 신규교사만이 갖는 특권이다. 신규라 움츠러들지 말고 신규교사의 부족함과 부실함을 학급 아이들이 담임교사와 똘똘 뭉쳐서 좌충우돌 함께 학급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촉매제로 활용해보자.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