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은 ‘엄마의 손’,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을래요”
한식은 ‘엄마의 손’, 세계인의 입맛 사로잡을래요”
  • 나성신
  • 승인 2017.09.02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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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남부시장 내 ‘총각네스시’ 점포 앞에 인파가 몰려있다. 전주 야시장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이곳의 사장은 지난해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를 졸업한 이길연씨. 같은과 재학생 후배 5명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소고기를 재료로 한 ‘불초밥’과 하얀 국물의 ‘길라면’이 인기 메뉴다. 이 씨가 제법 의젓한 청년 사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데에는 대학에서 배운 조리 기술과 학교측의 창업 교육이 큰 힘이 됐다. 이 씨는 “학교에 다니면서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야시장을 시작하게 됐다”며 “취업이나 진로 문제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식 분야 국내 최고 ... 경쟁률 높고 우수 학생 몰려

맛의 고장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는 지난 2000년 국내 4년제 대학 최초의 전통음식문화 전공으로 출발했다. 지난 2010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한식조리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될 만큼 한식 교육 분야에선 국내 으뜸이다.

지난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식품 산업 규모는 연간 164조 원, 이중 외식산업은 84조 원이다. 사업 업체로는 한식당이 30만여 곳으로 가장 많다. 여기에 한식 다과도 K푸드 디저트로 불리며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등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한식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한식’이란 학과명을 사용하는 대학은 국내 4개 대학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와 수원과학대학교 글로벌한식조리과, 우송대학교 글로벌한식조리전공, 동원과학기술대학교 한식조리트랙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주대 한식조리학과의 경쟁률은 나날이 치솟고 있다. 2017년도 한식조리학과 경쟁률은 평균 7 대 1. 외국인 유학생 수도 적지 않다. 올해 현재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총 7명으로 역대 최고치이며, 특히 중국 국적 학생들이 많다. 한식은 이제 음식의 천국 중국에서도 인기 품목이 된 셈이다.

교수진도 화려하다. 궁중음식 대가인 한복진 교수는 국가 중요무형문화재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 보유자인 황혜성 선생의 셋째 딸로 한복려, 한복선 명인 등과 함께 요리 명가의 맥을 잇는 인물이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정혜정 교수(사진)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가 수여하는 ‘2017 알버트 넬슨 마르퀴즈 평생공로상(2017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자로 선정된 실력파. 요리학교의 하버드로 불리는 미국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한 정교수는 “전주대를 한식의 하버드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차진아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들의 영양과 위생 안전에 공이 큰 어린이 급식 전문가로 유명하다.

외국어 교육 강조 ... 해외 대사관 요리는 전주대가 석권

한식조리학과에서는 식품학, 영양학, 한국조리, 조리과학, 궁중 음식 등이 전공필수다. 이중 궁중음식 실습은 조선왕조의 식생활 문화와 실제로 궁궐에서 먹었던 일상식과 연회식에 대한 조리법을 학습한다. 한식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 시키는 한식 스타일링도 학생들이 꼭 배워야 할 과목이다. 맛과 영양은 물론 시각적 만족을 통해 음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식재료와 요리에 맞는 그릇 담기 기술 즉, 요리 디자인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전주대 한식조리학과가 특히 역점을 두는 분야는 외국어교육. 요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외국인과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조리실무 영어’와 ‘외식서비스 영어’ 과목을 개설, 어학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학교 측에서 건네준 홍보물 첫 장에 ‘글로벌한식 전문 인재 양성’이란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이 학과 졸업생들이 세계 각지에서 ‘한식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탄탄한 외국어 실력 덕분. 실제로 우리나라 해외 공관(대사관, 영사관) 관저 조리사로 가장 선호하는 셰프가 바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출신들. 최근 5년간 약 30명이 미국(워싱턴 대사관,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애틀랜타 총영사관) 등 25개국 관저로 나가 근무하고 있다.

전주대 한식조리학과에 진학하려면 우수한 학업성적과 함께 인성과 근성을 갖춰야 한다고 교수들은 조언한다. 정 교수는 셰프라는 직업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육체적으로도 매우 힘든 과정”이라면서 튼튼한 체력과 인성, 그리고 최고가 되겠다는 장인정신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맛은 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한식은 ‘고향의 맛’, ‘어머니의 맛’이다. 우리 것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전주대 한식조리학과에서 마음을 울리는 진정한 요리사들의 멋진 솜씨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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