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 원칙’과 묵비권
‘미란다 원칙’과 묵비권
  • 에듀프레스
  • 승인 2015.12.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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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원칙’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경찰이 용의자를 구속 또는 심문하기 전에 용의자의 권리를 고지하는 원칙이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았거나, 이를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구속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이루어진 자백은 재판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 미란다 원칙의 구성은 통상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이 한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 질문을 받을 때 변호인에게 대신 발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다면, 국선변호인이 선임될 것입니다. 이 권리가 있음을 인지했습니까?”

이 원칙이 확립된 것은 1963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18세 소녀를 강간한 죄로 체포된 에르네스토 미란다(Ernesto Miranda)의 판례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미란다의 자백이 적힌 진술서를 바탕으로 미란다를 기소하여 상급법원 재판까지 가서 승소하였다. 하지만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란다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였고, 진술 거부권도 효과적으로 보장받지 못하였으며, 피의자가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고지되지 않았으므로 자백이 적힌 진술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 판례는 범죄자가 ‘배 째라’는 태도로 나올 수 있는 관계로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는 요소라 하여 미국 법조계에서 많은 논란과 시비가 있었지만, 강제에 의한 자백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된 까닭에 1968년에 현재의 ‘미란다 원칙’, 혹은 ‘미란다 선언’이 확립되었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 제244조 3항에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의 질문에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묵비권이 고문이나 강요를 방지하여 피의자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미란다 원칙’을 따르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사법 고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문이나 강요에 의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지만, 정상적인 질문에는 정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옳다. 보통 양심적인 사람이라면 일시적인 잘못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법기관에서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정직하게 자백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악질적인 범죄자’, 예를 들면, 간첩, 정치 선동가, 비리공직자, 사기꾼, 강간범, 살인자, 인신매매범 등의 경우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이 244조 형법을 악용하여 묵비권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공 기관에서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여 간첩을 잡으면, 민변이 나서서 붙잡힌 간첩에게 묵비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하고, 사법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핑계로 그 간첩을 무죄방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하여 ‘인구수에 비교한 범죄 건수’가 열 배가 넘는다고 한다.

묵비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하면 어떠한 ‘악질적인 범죄’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할 수 없게 된다. 법치의 정신과 공권력의 권위가 무력화되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묵비권은 묵비권의 악용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대다수의 양심적이고 성실한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이어야 한다.

 

 이택호/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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