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나면 교실 천장부터 무너지는 데 기둥에만 못질하는 학교 내진 공사
지진나면 교실 천장부터 무너지는 데 기둥에만 못질하는 학교 내진 공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11.19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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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가구- 냉난방기-조명기기 등 비구조재 붕괴 인명 피해 커

규모 5.4의 지진으로 포항지역 초중고교 시설들이 붕괴되는 피해를 입으면서 학교시설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의 지진 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미한 지진의 경우 천장 붕괴나 교실에 설치된 사물함 등 가구와 조명기기, 냉난방기, 교육용 TV 등이 떨어져 인명피해를 키우는데도 이 부분에 대한 보강 대책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건물 기둥을 보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이들 비구조재물의 낙하로 발생하는 피해를 예방하는 것부터 내진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교실에 설치된 선풍기나 컴퓨터, TV 등은 웬만한 충격에도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고 책장이나 사물한등 가구는 출입문 쪽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비상시 탈출을 방해하지 않고 인명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교육청등 교육당국의 초중고교 내진 대책에는 이같은 비구조재 보강 사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둥과 같은 학교 시설 구조재에 대한 내진 보강은 이뤄지고 있지만 비구조재에 대해서는 정해진 기준이 없어 손을 못 대고 있다"고 털어놨다.

내진 대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알지만 현재로서는 교육부의 지침이 없어 비구조재에 대한 내진 시설 보강을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교육청의 내진 공사는 노후된 학교의 기둥에 철제 파이프로 보강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대부분 학교 1층 기둥만 보강하고 있어 3~4층은 지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내진 공사를 한다 해도 3층 이상은 보강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이웃 일본의 경우 2000년대부터 비구조재에 대한 연구・사업을 통해 학교 비구조재의 내진화율을 60.02%로 높이는 등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의 학교들은 비구조재가 학교 벽, 바닥, 기타 등과 같은 곳에 잘 고정되어 있는지, 녹, 부식, 균열 된 곳은 없는지 교육당국이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학생들에게도 올바른 사용법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다.

비, 바람, 지진 등의 재해 후에 아무런 피해가 없이 보여도 내진성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시설 비구조재 내진 가이드 북'을 일선 학교에 보급해 매뉴얼 대로 체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점검대상은 천정, 조명기기, 창문, 외벽, 내벽, 에어컨, 이동식 TV, 선반, 수납물, 피아노, 건물 접합부 등이다.

미국도 학교에서 발생한 지진피해의 대부분이 구조재보다는 비구조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중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침대나 책상들이 출구를 막을 수 있을 경우에 속이 꽉찬 벽이나 샛기둥들에 적절하게 고정하고 책장에는 크고 무거운 책들이 아래쪽 놓여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박상철 연구원은 "학교 시설물의 내진성능을 평가하고 이를 근거로 지진에 대비한 시설을 갖춰야하는데 세부적인 지침들이 제시되고 있지 않아 내진 대책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비구조재에 대한 내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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