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모델서 교수로, 김동수의 이유있는 변신
한국의 대표 모델서 교수로, 김동수의 이유있는 변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11.19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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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대학을 찾아서] 동덕여대 모델학과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감성산업의 주역으로, 패션과 대중문화를 잇는 가교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것이 모델입니다. 뜨거운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 도전이 가능하고요 우리는 그런 원석들을 잘 다듬어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모델로 만들어 낼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모델 김동수 동덕여대 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에듀프레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미래지향적 실용 중심 대학을 표방한 동덕여대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꼽히는 모델과를 설명하면서 그는 한국의 패선산업과 대중 문화예술분에서 최고의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교육으로 패선산업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국내 톱 디자이너들이 동덕여대 출신들을 가장 선호하는 것도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개성 있는 모델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문을 연 동덕여대 모델과는 20여년 가까이 한국 모델계 최고의 엘리트 코스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처음엔 스포츠학과의 스포츠모델 전공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2004년 방송연예학과에서 모델전공이 신설되고 2006년 공연예술대학 모델과로 독립했다.

국내 4년제 대학에 정규학과가 개설된 것은 동덕여대가 처음이다. 이로써 모델은 단순히 보여주는 존재에서 학문적 토대를 기반으로 상업성과 예술성을 넘나드는 대중의 워너비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모델을 대학교육과 접목시키겠다는 발상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대중들의 인식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기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래지향적 새로운 여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당시 조원영 총장의 결단이 오늘의 동덕여대 모델과를 탄생시켰다.

한국 모델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 동덕여대 모델과는 높은 입학경쟁률과 우수한 교육환경을 자랑한다. 매년 30여명의 학생들이 진학하는데 올해 수시 전형에서는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시에서 실기반영 비율은 대략 70% 정도.

하지만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변수는 면접이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모델과를 진학하고자 하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모델의 특성상 외모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지만 그보다는 모델이라는 직업에 얼마나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열정과 의지, 그리고 기본적인 자질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고교 때부터 모델 활동을 한 학생이라면 특기자 전형을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모델 아카데미와 같은 사설 학원을 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교 측은 오히려 학원을 다니지 않은 학생들에게 더 눈길이 간다고 말한다. 김동수 교수는 “흔히들 예체능 분야는 학원을 다녀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모델과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가 찾는 것은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면접 보러 온 학생이 학원 한번 다닌 적 없다고 하면 우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를 정도다. 막상 대학에서 가르치다 보면 학원서 잘못된 습관을 배워온 학생들이 가장 어렵고, 학생 스스로도 어려워한다”며 사교육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컬렉션과 SAAF 등 정기 컬렉션과 다양한 패션쇼, 잡지, CF 등에서 활약하는 톱 모델의 산실답게 세계적인 전문가들로 꾸려진 교수진 역시 학생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우선 모델과 개설을 주도한 김동수 교수는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의 세계적인 모델.

대한민국 최초의 해외파 모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성파 모델 김동수 교수. 그는 민주화 열망이 폭발 직전이던 80년대 중반 국내 모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이다.

미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던 평범한 대학생이 길거리서 만난 한 흑인 모델의 “Are you model?” 질문에 얼결에 “Yes”라고 대답한 것이 계기가 돼 운명처럼 모델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데뷔해 미국과 프랑스, 이태리를 거쳐 지난 1986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박순희 교수는 하퍼스 바자르(Harper's BAZAAR ) 매거진 올해의 모델상 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 패션잡지 보그, 엘르, 마리클레르 모델로 활동했으며 SFAA 컬렉션을 비롯 해외 명품 컬렉션과 국내 톱 디자이너들의 쇼를 13년 동안 장식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모델들의 체형 및 자세교정을 가르치는 김혜진 교수는 소메틱필라테스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슈퍼엘리트 모델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정다은 교수는 사진포즈 및 포트폴리오를 전공했다.

모델과에 진학하면 무엇을 배울까? 흔히 런웨이를 시크한 표정으로 걷는 워킹을 생각하기 쉽지만 공부해야 할 분야는 의외로 넓고 깊다.

우선 학문적 기초가 되는 모델학 개론부터 모델미학, 워킹, 메이크업, 기공체조, 영양학, 사진포즈, 조명과 카메라 실습, 발성 및 연기, 패션쇼 연출, 미디어와 PR,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등 대중문화 예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몸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 영양학은 물론 기공체조와 같은 건강한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또 패션쇼 연출이나 기획에 필요한 지식 습득을 위해 기획안 작성, 프리젠테이션, 언론 홍보 등 대중 예술 분야 멀티플레이어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학교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모델과 만의 특화된 교육은 학생들의 취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이학과의 졸업생 취업률은 80% 정도. 최근의 극심한 청년 취업난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 같은 실적에는 우선 졸업 후 진로가 다양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전공인 패션 모델은 물론 공연기획자, MD, 예술대학 교수, 잡지 에디터, 승무원, 뮤직 디렉터, 연기자, 가수, 캐스터, 대학원 진학 등 실로 광범위하다.

또 하나, 산업 현장과 협업을 통한 맞춤형 수업, 시뮬레이션 교육 같은 실무중심 교육을 진행하는 등 실력과 인성을 중시하는 학풍의 영향으로 동덕여대 모델과에 대한 신뢰와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부 3학년 이면 패션쇼 하나쯤은 거뜬히 연출하는 탄탄한 실력들을 갖추고 있다.

국내 대학 모델관련 학과 교수의 70%는 동덕여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방송연예계에서는 한혜진, 이성경, 강승현, 이승미 등 스타급 인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마디로 산학(産學)현장 모두를 ‘동덕학파’가 장악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고통이 없으면 영광도 없는 법, 이 같은 결실을 얻기까지는 학생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와 인내가 요구된다. “쉽게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을 가졌다면 지금 당장 보따리를 싸는 게 좋을 거예요.

겉으론 화려해보이지만 여로 모로 힘든 조건의 직업입니다. 물 위에 떠있는 백조처럼 겉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어서 단단한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김동수 교수는 충고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낙엽이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물들던 11월, 취재차 찾는 모델과는 마침 중간고사가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런웨이에서 또각 또각 강렬한 존재감과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새로운 도약을 앞둔 찰나의 순간들이 인어의 비늘처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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