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고 소통하고...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연구하고 소통하고...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11.18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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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배철 청주교대 총장

올 7월부터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또 내년부터는 교원양성대학에서 인성평가를 입시에 반영한다. 인성교육이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교육계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전구교육대학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김배철 청주교대 총장을 만나 교원양성 대학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인성교육 대입전형 반영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태극권으로 단련된 다부진 몸매와 고집스러워 보이는 뿔테 안경, 스포츠 형 헤어스타일에 무뚝뚝한 인상까지, 영락없는 인파이터다. 처음 본 순간 묵직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따뜻한 차 한 잔 내미는 투박한 손끝에서, 툭툭 내뱉는 독특한 말투에서, 웃을 때 입가에 시원한 물수제비를 띄우는 소탈한 인상까지 영락없는 ‘호랑이 선생님’. 가르칠 때는 엄격하지만 인간적으로는 한없이 자상한 스승이다.

눈발이 매화 꽃잎처럼 날리던 지난 2월, 청주시 서원구 청남로 청주교대 본관 2층 집무실에서 김배철 총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도중 담배 생각이 난다며 잠시 자리를 떴다. 애연가 이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부가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등 교원 양성기관의 정원감축 방침을 밝히고 정부의 대학평가가 속도를 내고 있어서 인지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느 때 보다 빠르고 직선적으로 느껴졌다. 한국양성대학총장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총장은 교육대학의 입장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고 현안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학들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놓여 있는데 교대만 예외 일수는 없겠죠.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현실적 고충을 이해 하지만 교육의 질적인 성장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교사정원은 지금보다 늘어나야 합니다.”

김 총장은 우리교육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교대 정원을 지금보다 20% 가량 늘려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를 배치해 학습부진아 등 교사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학생들 까지 세심하게 지도하는 선진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성 평가를 교육대학과 사범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방침에는 바람직한 조치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만 인성 평가를 어떤 방식으로 표준화 시키느냐 하는 점과 이것이 사교육을 유발시켜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은 풀어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대학 경영을 책임진 행정가로서의 고민도 털어놨다. 최근 논란이 된 기성회비 문제는 원칙과 현실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반발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지원이 한계에 이른데다 어려운 대학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기성회비 대체입법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가르칠 땐 엄격해도 인간미 넘치는 ‘호랑이 선생님’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뒤 청주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로 활동해온 김 총장은 지난 2012년 총장에 취임한 이래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다. 그는 임기 동안 낙후된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교과 시수 조정 등 수업 내실화를 통해 유능한 교사를 길러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교수와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 대학의 비전과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청주교대는 ▲인성을 갖춘 교육실천가 ▲창의적인 교육전문가 ▲시야가 넓은 교육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아동 이해 및 공감, 교직윤리, 인간과 자연에 대한 통찰, 다양성 및 다문화에 대한 개방성 등 9개 핵심역량을 선정, 예비교사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교육부가 교·사대 정원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어떻게 보는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모든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데…. 사범대학은 임용률이 20% 미만이어서 낭비요소가 있다고 본다. 교대도 (정원감축이) 불가피하겠지. 하지만 교육의 질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교대 정원은 지금보다 20% 가량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원감축에서 교대가 예외가 돼야 하는 이유는?

“초등 학령인구 감소는 이제 바닥을 찍었고, 소폭이긴 하지만 조금씩 늘어나면서 안정화 단계에 들었다. 또 명예퇴직 등으로 교사 정원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 중 하나가 학급 당, 교사 당 학생 수를 OECD 수준으로 맞춰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의 베이스를 갖기 위해서는 우선 교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수요가 있을 때 바로 바로 좋은 인재를 채워 줄 수 있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바닥 찍었다.. 교사 증원 생각 할 때

교사 양성체제 개편 목소리가 높다.

“유아-초등-중등(중학교 과정)을 포괄하는 일관성 있는 교육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초등교육 양성체제는 안정적 발전하고 있지만 중등교원을 양성하는 사범대학 및 교직과정의 난립으로 교육적 ‘낭비’가 심각하다. 졸업생 대부분이 교직에 취업할 수 없는 현실 아닌가. 중등교원 양성체제의 정비를 전제로 시도별 통합교원양성체제가 마련되어야한다. 전국 교육대가 그 중심이 돼야 할 것이다.”

 

사범대학은 임용률이 너무 낮아 큰 문제다.

“제일 염려하는 것은 갑자기 초등교사 수요가 생겼을 때 이것을 맞추기 위해 (사대졸업자) 편입을 받는다거나 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시행됐던 ‘중초교사’와 같은 것인데 결코 수용할 수 없다. 교육부나 국회에도 각종 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전달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평가에 불만들이 많다. 교육대학 입장은 어떤가.

“고등교육이면서 초ㆍ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이중 역할을 하는 곳이 교대다. 평가는 필요하지만 평가를 재정지원과 연관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교육부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 행ㆍ재정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평가는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부가 단기적인 정책 목표에 효과를 보기 위해 실시하는 평가는 비교육적이다. 현재 진행되는 대학평가의 핵심은 구조조정, 학생 정원 감축에 있다. 학생을 어떻게 줄이느냐 하는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학이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와 부합된다고 볼 수 있는가.”

 

국공립대 기성회비 문제로 시끄럽다. 해법이 있다면.

“국립대 재정은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 재정에서 이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고민해 봐야 한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학 재정회계법을 만들어 기성회계, 일반회계, 국고회계를 모두 대학회계로 통합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등록금은 사립대처럼 통합 징수하고 대학회계를 만들어 대학의 재정적 자율성이 확보돼야 한다.”

 

 

인성 평가 대입반영 취지 좋지만 한계도 있어

대입전형 때 인성평가를 반영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인성평가를 한다고 하는데 막상 시행하려 들면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성 정시 모집의 경우 면접이 5분인데 그 짧은 시간에 인성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 인성평가가 입시로 이어지면 사교육을 진작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것을 막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첫째, 인성문제는 중ㆍ고등학교에서부터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대학이 신뢰할 수 있는 평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모든 학교를 방문해서 살펴 볼 수 없기 때문에 학생부이 신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대학이 할 수 있는 것은 심층면접이다. 단위대학만으로는 어렵고 전국의 모든 교육대학 등 초등교사 양성대학들이 서로 협력해 공통된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사교육을 막으면서 실질적으로 인성을 체크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전형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인성검사가 착한 학생을 뽑는 것인가.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감이 잘 안 온다.

“인성검사라고 해서 페이퍼로 하는 인성평가는 큰 효과가 없다고 본다. 상담 전공 교수를 중심으로 맨투맨 심층 면접을 하는 것이 조금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방법으로 모두를 걸러낼 수는 없겠지만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는 체크는 가능하다고 본다.”

 

총장으로서 청주교대의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학교는 영재교육이 특징이다. 영재교육원은 해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교대 뿐 아니라 일반 대학과 경쟁해서도 항상 S등급, A등급을 받는다. 일반 영재교육과 차이점 이라면 특출난 영재를 교육하는 것 보다 일반학생에게 창의 교육을 하고 개별적 눈높이 맞춤교육을 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영재교육에서 특별한 재능을 진작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편교육 즉, 일반교육에 적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3월 새 학기를 맞아 후배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교사는 수업으로 말한다. 수업에 관한한 교사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자기 수업을 성찰 하고 남과 터놓고 소통하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배우면서 나누는 의지. 실천을 통해 성장하려는 의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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