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생활지도] 도발적인 대화하는 아이들
[함께하는 생활지도] 도발적인 대화하는 아이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7.11.18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고광삼 서울경신중 교사

어느 신규교사가 털어놓은 얘기이다. 이와 같은 도발적 대화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특히 중학교에서 많이 벌어지곤 한다. 수업시간에 이루어진 다음 대화들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중3 교실 영어 수업시간)

“왜 겉옷을 입고 있니? 벗어라”

“추워서 입었는데요.”

“창문은 다 열려 있고 선풍기는 틀어져 있고 밑에는 반바지를 입었으면서 춥다는 건 도대체 무슨 소리냐?”

“아침에 오려고 하는데 긴 바지를 못 찾아서 그냥 반바지를 입었는데요.”

“그러니까 네가 잘못한 거지. 긴 바지를 입고 와야지. 외투는 겨울에 추울 때 입는 거지. 지금처럼 하복에 입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왜 말이 안 돼요?”

“교칙에 어긋나니까 그런 거지?!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교칙에 추우면 외투 입어도 된다고 되어 있는데요.”

 

(중2 교실 과학 수업시간)

“저기 뒤에 성민(가명)이! 문제는 다 풀고 자는 거냐?”

성민이가 부스스 일어나서 학습지 문제 푸는 척한다. 그런데 바로 뒤이어 앞쪽에 앉아 있던 희철(가명)이가 갑자기 겉옷을 꺼내 머리에 감싸고 본격적으로 자려는 동작을 취한다.

“희철아! 너 뭐하는 거야?”

“자려고 하는데요.”

“학습지 풀라는데 자다니 말이 되니?”

“선생님이 ‘문제는 다 풀고 자는 거냐?’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 문제 다 풀면 자도 된다는 뜻 아니에요?”

“그건, 자는 건 안 좋지만 그래도 학습지를 풀고 자는 건 그나마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어쨌든 수업시간에 자는 건 안 좋은 행동이잖니!”

“그러니까요. 그나마 나은 걸 선택하는 것이잖아요.”

 

이런 상황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교사 모두에게 익숙한 장면들이다. 학생 본인이 잘못한 것을, 혹은 자기가 억지로 해석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굳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못하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는 교사의 말 중에서 자기가 공격하기 좋은 포인트를 골라 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러다가 자기가 불리해지면 모르쇠 전략으로 나오니 우리 교사들이 당해 낼 재주가 없다. 이런 의미 없는 대화의 주고받음이 계속되다가 결국에는, 같은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서도 ‘어이없다’는 식의 탄식과 비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모 교사는 이러한 아이들의 언동을 일컬어 ‘본인이 바보인 듯한, 혹은 이상한 학생 인양 발언을 계속함으로써 교사가 어이없도록 상황을 전개시켜, 추후에는 아예 자신의 행동에 대해 교사가 참견하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마치 군대의 고문관(?)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인 행동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이와 같은 아이들의 도발적인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면 기실 그럴 듯 해 보인다. 왜냐하면 저런 부류의 아이들은 교사의 말을 거의 대부분 잘 안 듣는 편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씀 중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나오면 그 부분에 대해서만 자신의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 때문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목적을 찾을 수 있다면야 최선이겠으나, 그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문제 되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 대화 내용을 상세히 기록해, 표면적인 이유만이라도 파악할 수 있다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요즘의 아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타인에게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교육을 받았고 그런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침묵은 금이다’, ‘잘난 척하면 재수 없다’라는 식으로 의식화된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데 능숙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기중심적인 아동기의 특성, 과잉행동을 하기 마련인 청소년기의 특성과 연결되어 위와 같은 상황이 연출될 개연성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요인으로 우울증적인 요소를 들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상당수의 아동·청소년들은 우울증, 기분부전증, 혹은 우울증적인 질병 요소 한두 가지를 안고 있다.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가면우울증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울증은 주지하다시피 행복을 훔쳐 가는 도둑, 마음의 감기 등 여러 가지 별칭으로 불리며 우리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다. 또 하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들은 자신의 불행이 자기 주변의 특정인 때문이라고 단정 지어 생각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가면우울증에 걸려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자신의 우울을 가면 뒤에 꼭꼭 숨긴 채로, 가정·학교에서 친구·교사·가족에게 비수와 같은 말을 꽂으면서 자신의 우울과 화를 표출하는 것이다. 자신을 불행하도록 만든 대상 중 하나가 교사로 특정 지어지면 이러한 행동이 더욱 극대화되기도 한다. 물론 부모가 타깃(target)이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교사도 하루아침에 우울증 아이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과도한 의사표현, 화, 우울을 표출하는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대부분의 화는 집·사회·친구들·자기 자신 등 교사 외적인 세계에게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명심하자. 물론 아주 드물게는 교사 본인에게서 비롯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과잉행동, 화, 우울은 마치 용암을 분출하기 직전의 활화산과 같은 상태처럼 웅크리고 있다. 학생들의 화를 잘 이해하고 다루는 교사라면 학생들의 활화산을 휴화산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학생들의 화를 자극하는 교사라면 결국 교실 안에서 화산은 폭발하고 말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화를 식힐(cooling down) 수 있을까?

 

1. 교사들의 기본 마음가짐: 나 때문에, 나를 향해 화났다고 생각하지 말라! 사실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것이 사실이다.

 

2. 10개 단어 이내의 짧은 말을 이용하라: 지나치게 긴 설교나 훈계는 아이의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가능하면 짧게 훈계하라. 남학생의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3. 검투사의 법칙을 잊지 말라: 학생들이 교실에서 화를 내면서 선생님과 말다툼을 하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두 검투사의 싸움에 흥미를 기울이는 구경꾼이 되어 버린다(O. Christensen). 수업 후에 둘이 만나서 대결을 시도하든지, 애정 어린 상담을 해 보시라. 교실에서 격정적인 대화가 이미 몇 차례 오갔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바로 대화를 멈춘 후 수업 후에(경우에 따라서는 즉시) 교무실로 불러서 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4. 물타기 기법을 활용하라: 학생들이 수업 중에 언어적으로 공격을 했을 때 최상의 전략은 물타기 기법이다. 1) 동의하라, 그리고 수업을 계속 진행하라: 어떤 학생이 선생님 수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 "그럴지도 모르지, 자, 이제 수업을 계속 하자"라고 대처하라. 2) 주제를 바꾸어라: 어떤 학생이 "선생님, 어제 국가대표 축구 보셨어요?"라고 묻는다면, "그 경기는 모두 봤지?, 그런데 오늘 날씨가 참 좋구나, 자 이제 수업을 시작해 보자"라고 대처하라. 3) 이해를 구하라: 어떤 학생이 "선생님 숙제는 싫어요"라고 한다면 "숙제는 꼭 해야 돼"고 할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는 최소한의 숙제를 요구한단다, 모두 이해해 줄 수 있겠지"라고 대처하라. 4) 무관한 문제는 피해 가라: 어떤 학생이 선생님이 편견을 갖고 수업을 가르친다고 화를 내면서 수업 시간 이외의 주제를 건드리면, "그것은 너의 개인적인 의견 같은데,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오늘은 전체를 위한 수업을 진행하자"라고 대처하라.

 

5. 화가 폭발했다면 타임아웃(time-out)을 시행하라: 만일 학생이 부글부글하던 화를 폭발시켰다면 타임아웃을 선언하라. 그리고 타임아웃을 실행하라. 타임아웃은 초등학생에게는 15분 미만이 좋고 중등학생은 15~30분 사이가 좋다. 교실 밖의 지정된 장소에 가서 먼저 기다리게 하라. 엄중하게 타임아웃을 선언하고, 교무실, 상담실, 성찰실, 보건실 등에 가서 선생님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라. 타임아웃을 하는 동안 아주 간단한 과제를 줄 수도 있다.

 

6. 학생이 교사를 향해 욕설을 했을 때: 놀라지 마라. 학생들의 문화 속에서 욕설은 흔하다. 교사를 향해서 욕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렇다고 그것이 용서될 일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놀라는 기색을 들키긴 하겠지만 곧바로 평정심을 갖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학생이 흥분한 상태이므로 회장으로 하여금 학생 보호 인력, 상담교사, 교감 등을 불러 아이를 분리·배치하고 생활교육부 등의 지시·조사를 받도록 하라.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