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이제는 동상이몽을 벗어날 때
영재교육, 이제는 동상이몽을 벗어날 때
  • 김민지기자
  • 승인 2017.11.12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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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수진 서울 선일초 교사

영재교육진흥법이 공포된 2000년 이후로 지금까지 영재교육은 양적성장을 통한 많은 발전이 있었다. 또한 영재성의 개념이 다양해지고 그 범위가 확대되면서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서점에서 영재교육 관련 서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며, 길을 가다가 ‘영재’라는 말이 붙어 있는 학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보편화된 영재교육을 속속들이 들여다 볼 때가 왔다. 양적 팽창에 걸맞게 질적 수준도 성장했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부모, 학생들과 겪고 있는 영재교육의 문제점에 대하여 알아보고, 그에 따른 대안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교사와 관련된 부분이다. 첫째, 영재교육대상자 선발에 부여된 교사의 권한이 적다. GED 학교 추천 단계에서 교사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사의 의견이 들어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학교에서는 우리 학교 학생이니까, 제자니까 일단 최고점으로 부여하도록 한다. 지역교육청 단계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므로 기본 점수를 확보해 주려는 것이다. 둘째, 교사들의 인식 부족이다. 지금은 학교 규모별 정해진 인원이 없어서 그나마 낫지만, 몇 년 전 학급 수 대비 추천 인원이 정해져 있었을 때에는 대체로 해당 교과 성적과 해당 부문 수상 실적으로 추천 순위를 결정했었다. 물론 선정 결과에 대한 학부모의 항의에 대비하기 위해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이긴 하지만, 교사들 역시 영재교육대상 학생이 무조건 성적이 우수할 것이란 선입견을 갖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편 영재교육대상자 선정 또는 다양한 검사 실시 자체가 학생들 줄 세우기라 생각하는 교사도 있다. 교사의 경력이 어느 정도 되면 영재교육 전공자가 아니라도 영재성을 띤 학생이 보일 텐데 언급하기를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셋째, 영재교육 내용 구성에 어려움이 있다. 영재들 간에도 개인차가 크기에 학생들 각각의 요구와 수준에 맞게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또한 지도교사의 관심과 역량에 따라 내용과 수준이 다르고, 학년별 위계 또한 불분명하다.

 

다음으로 학부모와 관련된 문제점을 보면 첫째, 자녀의 영재교육대상자 선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다. 사교육을 통해 작년 선발 유형에 맞추어 연습을 시키는 등 갖은 노력을 한다. 운동이나 예술에 재능이 있는 다른 집 아이는 인정하면서 주지교과 관련 영재성에는 다른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둘째, 영재교육은 선행학습이라는 편견이다. 사설영재교육기관에서는 흔히 선행학습을 많이 해 왔지만, 공교육에서의 영재교육은 선행이 아닌 심화학습을 하므로 사교육과 비교하여 수준이 낮다고 오해하기 쉽다. 셋째, 영재성과 성적의 연관성에 관한 오개념이다. 대체로 학업 성적이 우수한 경우는 영재아보다는 학업우수아 쪽에서 찾기가 더 쉽다. 공부를 잘하면 영재이고, 영재라면 당연히 성적이 최상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항상 옳은 명제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학생과 관련된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첫째, 관계의 문제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경우 수업의 효과성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사고의 수준이 높아서 친구들보다 윗사람과의 대화가 더 편한 영재아의 경우, 일반 학급에서는 또래 관계가 원만하지 않지만 비슷한 특성을 지닌 영재 학급에서는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성 자체가 떨어질 경우에는 영재 학급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제한된 영역의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영역별 영재 선발 후 해당 영역만을 더 배우는 것만이 최선일까? 재능 있는 분야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른 영역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활성화될 수 없는 것이다. 셋째, 생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영재교육원에 다닌다고 하면 어른들이건 친구들이건 이 학생에게 실수 같은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학교에선 시험을 잘 봐야 하고, 질문을 하면 그것도 모르냐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이와 같이 영재교육을 함에 있어서 교사, 학부모, 학생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각의 경우를 종합해보면 교사와 학부모의 인식과 편견의 문제, 영재교육 내용 구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 내 영재교육 업무 담당자에 국한되었던 연수를 전 교사를 대상으로 확대한다.(기초연수는 의무적으로, 심화연수는 희망교사에 한해서 실시한다.) 교사의 경력이 많아질수록 학생들을 보는 눈은 정확해지지만, 그만큼 선입견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급 내에서 교사의 손이 많이 가는 말썽꾸러기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교사의 교육학적 소양과 교육 경험의 바탕 위에 영재교육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더해진다면 선발 및 교육에 용이할 것이고, 학부모의 신뢰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후 교사의 추천 권한을 확대하여 평가 점수 합산 시에만 교사가 부여한 점수를 볼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학생에게 가장 근접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교사이므로 교사의 판단은 1차 진단 검사로 사용될 수 있다. 학부모들에게도 영재학생의 특성, 양육 방식, 개별화 교육 등에 관하여 연수를 실시하여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 내용으로 해당 교과 교육과 더불어 융합교육과 정서교육을 추가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재교육 대상 학생의 연령을 더 낮춘 현재 상황에서는 특정 교과의 심화 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학, 과학, 정보, 예술을 넘어 인문사회 영역까지 선발하고 있는데, 분절된 교육에 국한하기보다는 일반적인 영재성을 기반으로 한 융합교육의 바탕 위에 영역 특수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한편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개인 상담, 집단 상담, 사회성과 감정을 다루는 인성 교육을 함으로써 일반 학급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일부 교사들끼리만 공유하던 자료를 한데 모아 계열과 수준에 맞게 정선하여 데이터베이스화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학교교육과 영재교육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교사의 입장에서 기술하였다. 언급한 부분들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겠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영재교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개선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영재교육이 이제는 동상이몽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더불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오늘도 교단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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