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개혁은 毒이 든 聖杯.. 백년대계 위한 지혜 모아야”
“대학 구조개혁은 毒이 든 聖杯.. 백년대계 위한 지혜 모아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11.0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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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전국의 대학들이 구조개혁 강풍에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교육부가 정원감축을 전제로 한 대학 평가를 준비하면서 대학가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4년제 대학을 대표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원근 사무총장은 “교육부가 획일적인 평가 잣대로 대학교육을 재단 하는 것을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며 신중하고 점진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대학 구조개혁 필요하지요. 하지만 방법이 문젭니다. 교육부가 획일적인 잣대로 대학을 평가한다면 대학의 자율성은 오히려 더 위축될 것입니다. 대학 유형별로 특성을 살린 다양한 형태의 평가가 이뤄질 때 대학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201개 4년제 대학의 실질적 대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원근 사무총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 추진 방안은 대학 정원을 줄이는 데는 성공할지 몰라도 대학의 자율성을 죽이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구조개혁안은 전국의 모든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눠 최우수 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의 정원을 감축 하는게 골자다. 이를 통해 2013학년도 까지 입학정원 16만명을 줄이겠다는 것이 교육부 계획이다. 학생수 감소로 정원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대학들로서는 사활을 건 레이스가 시작된 셈이다.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대학교육을 특성화 해보자는 이야기인데, 좋다 이겁니다. 그러면 국립대와 사립대,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등 특성별로 평가를 해야지요. 그래야 신뢰성도 높이고 평가의 효과성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 까요.”

이 사무총장은 “교육부가 무소불위의 획일적 평가 잣대를 모든 대학에 들이대는 바람에 대학총장들은 지금 단두대에 서 있는 심정”이라며 “한줄 세우기 평가 방식은 대학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출발점은 학생수 감소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부실대학 퇴출 문제가 겹치면서 강화됐다. 2016년부터 고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은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데다 연구비 횡령과 회계부정 및 부실 경영등 일부 대학들의 방만한 운영을 바로 잡기 위해 메스를 댄 것이다.

“지금 대학들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어요. 스스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채찍보다 대학을 믿고 지원해 주는 투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대학들은 도태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잖아요.” 교육부가 인위적인 칼질을 하기 보다는 대학들이 제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아쉽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또 대학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대학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과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대학들이 세계 유수의 명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대학의 힘입니다. 규슈대학이나 북해도 대학등은 세계 300대 대학에 들어갈 만큼 국제적 경쟁력을 갖고 있죠. 일본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는 “지방대학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관심과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서 “낡은 실험 실습실 개선등 교수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강조했다.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다시 불거진 논문표절등 대학사회의 도덕성 논란에 대해 대교협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 사무총장은 “교수들의 연구 윤리에 대해 각 학문 분야별로 자세한 실태 조사를 벌인 뒤 대책을 강구해볼 계획”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7년 황우석 사태이후 본격적으로 불 붙은 눈문표절등 연구윤리 부분은 대학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학계에서는 엄격하게 심사하자는 강경론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한다는 지나치다는 온건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뚜렸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실정이다.

“젊은 교수들 일수록 강경합니다.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도 합니다. 이들은 황우석 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눠 일종의 경과규정을 두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무총장은 “연구 활동을 많이 한 교수들은 혹시 표절에 걸릴까봐 노심초사 하고 논문 몇편 안 쓴 분들은 오히려 큰소리치는 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대학가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진보교육감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서울대만 가면 모든 것이 다 된다는 잘못된 인식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를 없애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서울대 독식 주의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서울대 입학자격을 수능시험 1등급 또는 2등급 이상으로 정해놓고 응시한 학생들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방안은 어떨까 싶어요.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니까 서울대서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학생이라면 그들 모두에게 기회를 주자는 거죠. 물론 운이 좋으면 합격하고 나쁘면 떨어지는 복불복이지만 이같은 추첨입학제는 우수한 학생만 뽑자는 ‘선발경쟁’에서 잘 가르치자는 ‘교육경쟁’으로 대학교육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 사무총장은 또 박근혜 정부 입시정책에 대해서는 “대입전형 간소화와 입학원서일원화등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은 대입 전형료 완화와 수험생들의 부담 감소를 위해 대입공통원서접수시스템을 구축. 2016학년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는 “수험생들의 전형료 부담은 물론 편의성을 도모한 생활밀착형 정책의 모범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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