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긍정, 행복구역’,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
감사, 긍정, 행복구역’,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7.11.0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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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교정에 들어서니 ‘감사, 긍정, 행복 Zone’이라는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마주치는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배꼽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밝게 인사한다. ‘학교 전체가 인성교육의 장’인 듯 느껴졌다.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섬세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다.

‘가랑비에 옷 젖듯’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인성교육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교실에서는 한창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을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인성자료집 <밝게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에 실린 시를 읽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이하 인천전자마고)는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부모님과의 정서적 유대감을 키워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부모님께 안부 문자 보내기’는 공수인사와 더불어 인천전자마고 인성교육의 자랑으로 손꼽힌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10여 가지의 안부 문자 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을 각자 변형하여 알맞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박 교장은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인성교육의 장이 되어야 하죠. 학교 공간에서 공손한 자세와 올바른 마음씨를 내재화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기도록 지도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인성교육의 중추 ‘창의·인성·감성프로젝트’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전기밥솥을 사줘야 했을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학업에 의욕도 없고 꿈도 없이 방황하던 아이가 저희 학교 교사들을 만나고 눈빛이 달라졌어요. 목표의식을 가지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충실히 따르더니 결국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습니다.” 곽배현 진로교육부장은 인천전자마고가 전문계고이다 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인천전자마고의 모든 교사들은 각각 2~4명의 학생들과 결연을 맺고 개별 상담 및 집단 상담을 진행한다. 담당 학생들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연극관람, 등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찾아주기 위해 개발된 ‘사제동행 119’는 인천전자마고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인 창의·인성·감성프로젝트(Meister Creativity Personality, Sensitivity Project; 이하 MCP) 중 하나이다. 교사들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업에 매진하지 못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집안 사정이 있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세심한 관찰과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 마이스터 양성과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MCP는 인천전자마고 인성교육의 중추다. 학생생활복지부. 인성상담교육부. 기숙사생활체육부. 창의체험부 교사들은 긴밀한 협력 하에 학생들이 인문학적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독서교육이다. ‘독서 대출 로또’는 학생들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높여 책을 많이 읽히기 위한 방편으로 고안되었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책을 반납할 때 5줄 이상의 감상평과 줄거리를 적어 로또함에 넣으면 한 달에 한 번씩 이들 중 세 명을 추첨해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수여한다. “실제로 도서 대출건수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응모권에 감상평을 기록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독서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독서교육의 일환으로 마련된 ‘명사와의 대화’는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MCP 프로그램이다. 일 년에 3~4회 사회 명사들을 초청하여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풀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 준다. 신경림, 도종환, 김용택, 이철환 등 많은 작가들이 인천전자마고를 찾았다. 학생들은 “방송이나 책에서만 접하던 유명 작가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어 신기했다”면서도 “유명세 이면에 숨겨진 노력과 과거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고 말한다. 박 교장은 “인문학적, 문화·예술적 소양이 창의성을 낳는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적 경험을 쌓아 삶의 지평을 넓히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곽배현 진로교육부장은 “과거에는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애를 먹었는데 MPC를 운영하면서부터 교실에서의 수업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교사들 모두 MCP 운영에 업무 과중을 토로하면서도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 교장은 “산업체에서 인천전자마고 출신들이 인성평가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인천전자마고가 매년 전자·통신분야에 영 마이스터(Young Meister)를 배출해 압도적으로 높은 취업률을 달성한 데에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디테일한 인성교육’의 공이 크다고 강조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반별로 모여 급식소 입구까지 두 줄로 나란히 걸어간다. 그리고 입구에 서 있는 담당교사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학생들의 맑은 인사 소리가 하늘 끝까지 닿을 듯 높이 울려 퍼졌다. ‘담임선생님이 전기밥솥을 사줘야 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려던 학생도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당당히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는 학교. 인천전자마이스터고등학교가 고졸취업 성공신화를 이끄는 선봉장으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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