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 손가락 끝의 세기
[교육 칼럼] 손가락 끝의 세기
  • 김민지기자
  • 승인 2017.11.0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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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혀넝 한양대 석좌교수

 

 

 

1980년 1월호 타임지 커버스토리에서 PC가 처음 등장했다. 타임지의 커버는 대개 인물이 실리는데 예외적으로 PC가 실린 것이다.

그 후 36년이 되었고 온 인류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1세기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꿔 놓을 가능성마저 있다. 실제적으로 PC가 일반사람들에게 보편화된 것은 미국의 경우 1980년대 후반이었고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후반 이후였다. 그러나 이 PC의 등장으로 온 세계는 엄청나게 변화되었다. 엄청난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고 몇 초 만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게 되었다. 엄청난 정보량과 초고속 정보속도는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게 된 것이다. 2016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지적하듯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 우리의 삶과 교육이 맡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지식정보화사회의 확산은 이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국적과 언어를 초월한 학습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시공간과 언어와 내용을 초월한 학습 시대에서는 사이버 공간과 가상현실 속에서 가장 유용하고 즉시 활용 가능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이점에서 교육의 기능은 가상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정보를 쓸모없는 정보와 쓸모 있는 정보로 구분하여, 유용한 지식(useful knowledge)을 선별해내는 기능으로 바뀌고 있다. 종래의 3R(읽고 쓰고 셈하기)의 기능에만 머무는 것이 교육의 기능이 아니라, 21세기가 요구하는 소위 新3R이라 부를 수 있는 올바른 때(right time), 올바른 내용(right contents)을 가르쳐 적시에 활용(right placement)할 수 있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라고 한다면, 오늘날의 교육은 즉시 써먹을 수 있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점에서 지금까지의 교실 중심, 교과서 중심, 시험 중심, 암기위주의 교육은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교육방법은 혁명적으로 바뀌어져야하고 교사의 역할과 학습자들의 태도도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on-line 교육이라는 큰 틀의 패러다임 변화만이 아니라 학습자가 잠재가능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체험중심 가상 현실형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교육컨텐츠 개발과 컨텐츠를 통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방법에 있어서도 요즘 대학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Flipped learning과 Blended learning이 중요한 학습방법이 될 것이고, 현장과 교실을 연결하는 경험중심학습과 프로젝트 중심학습,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배양할 수 있는 PBL 등 많은 새로운 교육방법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교육이 전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교육방법, 절차, 내용, 가르치는 기법 그리고 교사 중심의 틀이 바뀌어야 된다는 의미이다. 공급자 위주의 교육에서 교육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어져야 된다는 의미이다.

특히 교육은 생애발달과정에서 삶의 한 단계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지속적 과정이라는 점이 다르다. 현재와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의 교육적 화두는 창의성, 도전정신, 네트워크, 공존과 협력에 있는데 이 모두 교육 컨텐츠와 방법론에 따라 이룰 수 있는 화두들이다. 빌게이츠는 21세기를 ‘손가락 끝의 세기(fingertips century)’라 지칭하고 있는데 손끝으로 키보드 몇 개만 클릭하면 몇 초 만에 세계를 볼 수 있는 세기라는 뜻이다. 우리 교육도 이제는 ‘손가락 끝의 세기’에 부합하는 철학, 방법, 컨텐츠가 필요한 때이다. 이를 위해서 교사와 교육 당국의 변화가 필요하고 학부모들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이들 교육 관련 당사자들이 상호협조와 변화 없이는 결코 1등 위주의 교육경쟁은 멈추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21세기 교육은 1등을 만드는 교육이 아니다. 2등도, 3등도, 심지어 꼴찌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세기이다. 이들에게 만약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지혜와 심성을 갖췄다고 하면 모두가 1등일 수 있는 것이 21세기이다. 교육은 앞을 보는 일이고 뒤를 마음에 담는 일이며 오늘을 가꾸는 일이라는 점에서 세기적 변화를 주시하지 않으면 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틀의 교육은 사라질 것이며 학습자의 교육욕구가 있는 한

교육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습자가 스스로 시대에 맞게 교육할 수 있는 틀과 방법과 결과활용이 요구되는 것이 지금까지 교육과 다른 21세기의 교육 기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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