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악인 엄홍길 "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인터뷰] 산악인 엄홍길 "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17.10.2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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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길. 이름만으로도 강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그를 우리는 ‘엄 대장’이라고 부른다. 1985년 에베레스트 원정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16좌 완등’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2007년까지 22년간 히말라야를 38차례나 오르내렸다. 우리에게 엄 대장은 ‘히말라야’와 동의어 자체였다. 엄 대장은 눈 덮인 히말라야 산봉우리처럼 머리가 희끗해져갈 무렵 고산(高山)에서 내려왔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좀 편하게 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산에서 받은 모든 것을 돌려주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자신을 허락해준 히말라야 신에게 아직 갚지 못한 빚이 남아있었다.

 

산 아래에서 도전 중인 ‘17좌의 꿈’

엄 대장은 2008년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했다. 8,000m가 넘는 산에서 죽음의 고비를 맞닥뜨릴 때마다 신 앞에서 맹세한 “살아서 내려가게만 해주시면 그 은혜를 잊지 않고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엄홍길휴먼재단은 네팔 오지에 학교를 설립하고, 의료·복지시설을 지원하며, 사고를 당한 셰르파와 후배 산악인 유족들을 돕는 일을 한다. 그중 엄 대장이 가장 힘을 쏟는 일은 학교 설립이다. 2009년 에베레스트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는 팡보체 마을에 첫 번째 학교를 세운 이후 현재까지 13개의 학교가 지어졌다. “마음의 고향인 네팔 오지에 학교를 설립해 가난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16개의 학교를 설립하는 것, 이것이 내 인생의 17좌 도전이며 꿈”이라고 말하는 엄 대장의 히말라야 원정은 아직도 진행 중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엄 대장은 그 어떤 시기보다도 힘든 고비를 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장학재단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교육 소외계층 학생들이 꿈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학자금 지원 활동도 할 계획이다. 쇄도하는 강연도 혼신을 다한다. 죽음을 이겨낸 살아남은 자의 절박함과 처절함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실패야말로 인생의 자산이다’라는 상식적인 말이 가슴에 꽂혀 뜨겁게 심장을 달굴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엄 대장은 지난 9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연합생활관에서 한국장학재단 홍보대사에 위촉된 것을 기념해 ‘꿈, 도전, 그리고 인생’이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그 어떤 시기보다도 힘든 고비를 넘고 있는 청년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엄 대장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데 어렵다고 쉽게 포기하면 꿈을 이룰 수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과 임직원 및 대학생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된 토크 콘서트를 스케치해본다.

 

나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바로 ‘용기와 인내’

산은 사람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8000m가 넘는 고봉(高峯)을 오르다 보면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것은 ‘용기와 인내’뿐이다. 엄 대장은 2013년부터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평화 대장정’을 진행하면서 그 어떤 시기보다도 힘든 고비를 넘고 있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청년들은 동해 통일전망대에서 서쪽 평화누리 임진강판문점까지 15박 16일에 걸쳐 대륙횡단 국토 대장정을 걸으며 매일 자신과 싸운다. 체력적 한계와 고통으로 ‘왜 여길 왔을까’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엄 대장은 “국토 대장정 후반부에 접어들면 오기가 발동해서 진통제를 맞으며 완주합니다. 정신력으로 버티는 거죠. 바로 이겁니다. 20대에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인내와 끈기, 근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장애물을 쉽게 포기하지 않겠죠”라며 항상 무엇인가에 안주하려 하지 말고 부딪히고, 고민하고, 넘어지고, 자빠지다 보면 자신이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인조차 훈련을 멈추는 여름의 정점에서 20kg 배낭을 짊어지고 350Km를 걸어 도착지에 다다르면 너나 할 것 없이 눈물범벅이 되어 서로 부둥켜안는다. 매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일 것이다. 엄 대장은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에 스스로 감탄하고,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면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해냈다’는 그 기쁨은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진 삶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고통,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엄 대장을 강하게 만든 것, 그것은 실패경험

사람들은 엄 대장이 16좌를 완등 했다는 사실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는 22년간 스무 번의 원정 실패를 경험했다. 에베레스트(8,850m)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안나푸르나(8,091m)는 다섯 번 만에 오를 수 있었다. 1998년 안나푸르나(8,091m)에 네 번째 도전할 때는 빙벽에 미끄러져 정강이뼈가 산산조각이 나는 바람에 2박 3일 동안 사경을 헤매며 절벽을 기어 내려온 적도 있었다. 2007년 네 번째 도전 만에 로체(8516m) 등정에 성공하면서 16좌 완등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동료 10명을 잃었다.

하지만 엄 대장은 ‘오늘의 자신을 만든 것은 스무 번의 실패’라고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목표에 대한 간절함을 확인하고, 다음의 성공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얻는 것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실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실패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 즉, ‘실패를 다루는 기술’인 셈이다. 엄 대장은 “도전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희망으로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우라”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모든 경험은 자산이다. 끊임없이 도전하라

엄 대장은 세 살 때부터 산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고향인 경상남도 고성을 떠나 도봉산 중턱에서 장사를 시작하셨다. 산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엄 대장에서 산은 ‘집’인 동시에 ‘놀이터’였다. 초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 암벽을 타는 등산객을 보며 ‘떨어지면 어쩌나’라는 두려움보다는 ‘나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산길은 걸을수록 산의 기운이 전해지면서 힘이 생겼고, 재미났다. 더 이상 오를 산 정상이 없어질 무렵 히말라야에 대한 꿈이 생겼다. 그리고 꿈에 도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바로 ‘군 복무’였다.

색다른 경험을 위해 해군에 입대했고, 편한 보직에 지루함을 느낄 때쯤 해군특수전단(UDT)에 지원했다. 수영, 다이빙, 수중폭파・침투, 낙하산 공중침투 등 혹독한 훈련을 받는 6개월 동안 아침만 되면 후회가 밀려왔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한계를 넘어야 내 꿈에 도전할 수 있다’며 버텼다. 결과적으로 엄청난 양의 수영은 폐활량과 근력을 키워주었고, 일주일간 단 한숨도 안 자며 받은 훈련 덕분에 정신력은 한층 강화되었다. 해군특수전단(UDT) 도전이 산악인으로서의 능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엄 대장은 말한다. “포기하지 마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도전하라. 도전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해서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이 구절은 어쩌면 가장 실천하기 힘든 삶의 좌표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 대장은 강조한다. “자승최강(自勝最强 : 나를 이기면 최고가 된다). 여러분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서 꿈을 이루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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