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게 행복이고 기쁨이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게 행복이고 기쁨이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7.10.26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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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장학 異야기- 의송장학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의송장학회는 찾아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달랑 주소만 나와 있을 뿐이다. 흔한 홈페이지도 없으니 취재를 위한 사전 자료조사조차 난관에 부딪혔다. 복잡한 서울 시내를 돌고 돌아 찾아간 곳은 조그만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서자 조그만 책상 하나와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 하러 오셨어요, 보시다시피 우린 자랑할 것도 없는데... 꼭 인터뷰를 해야 해요?”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는 김주연 이사장(홍익대 미대 교수)이 멋쩍은 인사를 건넸다.

이달에 찾는 장학재단은 의송장학회, 의송은 말 그대로 의로운 소나무를 의미한다. 온갖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장학재단이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는 올곧고 의로운 인재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의송장학회를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013년 부친 김귀철 옹이 설립한 의송장학회를 이어받아 2대 째 장학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갖은 고생 끝에 대학 공부를 마쳐야 했던 부친이 자신이 밟았던 전철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장학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알음알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비를 대 주다가 보다 체계적으로 장학 사업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재단법인 형태로 발전시켰다.

“뭐든지 시작이 어렵다고들 하잖아요. 학생들도 가장 힘들고 고민스런 순간이 아마 대학에 처음 진학할 때가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는 대학 신입생에게만 한 학기 분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주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각 대학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성적이 우수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운 신입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현재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무려 100여 명, 주로 지방 고교 출신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는 다문화 학생이니 해외봉사 학생, 예술 분야에 재능을 보인 학생을 비롯 국제 구호단체 등으로 장학금 등 경제적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왼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게 하고 한 푼이라도 아껴서 장학금 더 주라는 게 아버님의 뜻이었습니다.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게 남에게 내놓을 자랑거리도 아니니 쓸데없는데 돈 쓰지 말라는 것이죠. 그래서 홈페이지도 안 만들고 홍보책자도 없어요. 그런데 들 돈이면 단돈 1원이라도 장학금에 보태라는 말씀이셨어요.”

“한 푼이라도 아껴 장학금 주는데, 고마움 모르는 세태 안타까워”

올해 현재 의송장학회 기금 총액은 20억 원 정도. 규모가 작다 보니 운영도 김 이사장이 직접 한다. 영세한 장학재단이 겪는 어려움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이자수익의 70%는 장학금으로, 나머지 30%를 운영비로 쓰고 있는데 이 중에 매년 회계사나 법무사에게 나가는 경비가 250만 원 정도 돼요. 전 이 돈이 너무 아까워요. 교육청에서 엑셀을 이용, 간편하게 회계 처리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굳이 회계사를 통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봅니다.”

김 이사장은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영세 장학재단의 회계 업무를 처리해주는 시스템이 마련,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영세 장학재단의 기금들을 모두 모아 한국장학재단에서 펀드 형식으로 기금을 운용해주면 각 장학재단들이 각개격파식으로 운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간이 흐를수록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데 교육당국에서는 출자 당시 값어치 수준을 유지하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예컨대 100만 원의 기금으로 출발했는데 50년 뒤에는 돈의 가치가 2만 원으로 떨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어떡하냐 이거죠. 이 문제는 장학재단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기금의 기치를 처음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을 또 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고마워하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면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장학금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재단에 적은 액수라도 재단에 기부하는 선순환을 기대해 보지만 아직은 바람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행복할 때가 더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게 기쁜 일 아닌가요, 제기 잘 운영해서 제 자식도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되는 이 일을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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