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함께하는 생활지도- 얘들아, 우리 일 년 동안 잘 지내보자
[연중기획] 함께하는 생활지도- 얘들아, 우리 일 년 동안 잘 지내보자
  • 나성신 기자
  • 승인 2017.03.03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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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강명선 서울전곡초등학교 교사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있다. 어느 학교 어느 교실이든 학기 초가 되면 교사와 학생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곤 한다. 새로운 환경이라는 어색함도 잠시, 일주일이면 벌써 아이들은 본색을 드러내곤 한다. 일 년에 일어날 문제행동이 시간차 공격을 하듯 모두 일어나는 3월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동거동락할 아이들과 학급규칙을 만들 최적의 타이밍이다.

“선생님, 영빈이 복도에서 뛰었어요.”

“선생님, 지호가 여자 화장실 불 껐어요.”

“선생님, 은석이가 ….”

“선생님, ….”

신학기 시작으로 아이들 파악하랴, 밀려드는 행정업무 처리하랴 정신없는 나를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찾는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어색하고 긴장했던 녀석들이 맞나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차분히 대화하고 안정된 학습 분위기를 만드는 것임을 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일주일 만에 본색을 드러낸 아이들의 목소리로 교실은 늘 잠잠할 틈이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 시기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학급 약속’을 정하는 일이다. 물론 ‘바빠 죽겠는데 한가하게 아이들 이야기 다 들어주면서 약속 정할 시간이 있냐’고 반문하실 선생님이 계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학기 첫 달을 놓치면 ‘일 년이 더 꼬이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이를테면 이 시기가 일 년의 학급 분위기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인 것이다.

학급 약속을 정하는 최적기, 문제행동이 일어난 바로 그 때

우리 학급은 따로 날을 잡아서 학급 약속을 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누가 복도에서 뛰는지’, ‘누가 친구를 놀리는지’ 등 선생님께 꼭 무엇인가를 이른다. 바로 이때가 학급 약속을 정하는 최적기이다.

누군가의 제보가 들어오면 일단,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그 사안에 대해서 토론을 벌인다. ‘복도에서 뛰는 것이 왜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친구를 놀리는 행동이 왜 바르지 않다고 판단하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약속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중요한 것은 지켜야 할 약속을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미 왜 복도에서 뛰면 안 되는지, 친구를 놀이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학급 약속’이 결정되면 약속을 제안한 아이가 직접 자필로 ‘만들어가는 우리 학급 약속’란에 적도록 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해주면 훨씬 더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들과 약속을 정하는 시간은 5~10분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학급 약속도 1~2주면 거의 틀을 갖추게 된다. 왜냐하면 그 안에 아이들의 문제행동이 대부분 드러나기 때문이다.

3월은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때이다.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합’을 맞추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일 년 동안의 학급 분위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바쁘다고 무심코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학급의 중요한 약속에 아이들을 참여시키고,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선생님이 자신들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면 무한한 신뢰를 보내준다. 올해는 처음에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학급 구성원이 지킬 약속을 함께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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